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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학문행과 색독과 체서의 세상

학문행(學問行), 색독(色讀), 체서(體書)라고 글자를 쓰고 보니 전부 다 빨간 줄이 나옵니다. 모두 사전에는 없는 말이라는 뜻이겠죠. 사전에 없는 말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은 이 중에서 학문행과체서는 제가 만든 말이니 사전에 없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색독이라는 표현은 불교책에서 본 단어입니다. 기술적인 단어는 사전에 무척 많은데, 종교의 어휘는 매우 부족한 느낌을 받습니다.   학문행은 보시다시피 학문이라는 말에 행을 붙였습니다. 학문(學問)을 글을 배우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그런 의미의 한자어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주로 이야기하는 학문은 배우고 묻는다는 뜻입니다. 배우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학문이 아닙니다. 늘 물어야 학문이 되는 것입니다. 선생님께 물을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몰라서 물을 수도 있고, 토론하기 위해서 물을 수도 있습니다. 궁금함이나 호기심, 답답함은 모두 학문의 감정입니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물음이 많아집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동전 양면과 같습니다. 아는 게 많아지면 모르는 것도 많아집니다. 공부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런데 저는 학문이라는 말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고 묻는 것은 실천을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실천은 개인적 실천과 사회적 실천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실천은 서로 통합니다. 개인적 실천이 사회적인 경우도 있고, 사회적인 실천이 개인적 실천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운 것을 알고 행하지 않는다면 배웠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학문에서 수많은 거짓을 봅니다. 아는 것이 힘이 되려면 실천해야 하는 겁니다. 그것을 저는 학문행이라고 부릅니다. 배우고 묻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행해야 합니다. 학문행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기 바랍니다.   언어교육을 보면 언어를 배우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을 도구로 사용하는 겁니다. 하지만 도구라는 말은 사용을 전제로 하는 겁니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길 찾고, 물건 사고, 자기 소개하는 등 언어가 사람 간의 소통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소통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것에는 그 이상의 목적이 있을 겁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언어 소통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읽기 교육의 방법과 목적은 무엇일까요? 눈으로 읽고, 소리내어 읽고, 마음으로 읽는 방법은 불교에서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한 가지를 더 덧붙입니다. 바로 색독입니다. 색독은 깨달음의 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읽은 바를 실제로 몸으로 행동하면서 읽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체독(體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읽은 책이 많을수록 행동할 게 많아집니다. 실천해야 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많이 읽고, 단순히 골방에 앉아있어서는 안 됩니다.   쓰기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베껴 쓰기, 요약하기, 일상 쓰기, 설명하기, 주장하는 글쓰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글쓰기의 마지막 단계도 역시 몸으로 글쓰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몸으로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이 쓴 글대로 행동하려고 애쓰는 겁니다. 그러려면 글에 거짓이 없어야 할 겁니다. 오랜 시간의 고민과 번민과 반성과 환희가 포함되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 글대로 살 수 있습니다.     말하기와 듣기도 마찬가지겠지요.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고, 사용하는 것은 도구의 기능을 넘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일입니다. 언어교육의 관점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체어(體語)와 체문(體問)도 새로운 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온몸으로 말하고, 온몸으로 듣는 겁니다.  조현용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학문행 모두 학문 언어 소통 모두 사전

2024-09-02

[시조가 있는 아침] 삼동(三冬)에 베옷 입고 -조식 (1501∼1572)

삼동(三冬)에 베옷 입고   조식 (1501∼1572)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巖穴)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 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 병와가곡집     ━   단성소(丹城疏)의 의기(義氣)     나의 생애는 추운 겨울에도 베옷을 입고 바위 굴에서 눈비를 맞았다. 구름 낀 볕 한쪽도 쬔 적이 없는데 서산에 해진다 하니 눈물이 난다.   남명(南冥) 조식(曺植)이 중종의 승하 소식을 듣고 읊은 시조다. 경상도 합천 출신의 남명은 두 차례의 사화를 경험하면서 훈척 정치의 폐해를 목격하고  산림처사로 자처하며 오로지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에 매진했다.     평생 벼슬을 거절하고 자유로운 몸으로 현실에 날 선 비판을 많이 가했다. 대표적인 글이 명종이 단성현감에 제수하자 사직하면서 올린 상소다. “전하께서 나랏일을 잘못 다스린 지 오래되어 나라의 기틀은 무너졌고 하늘의 뜻도 떠났으며 백성의 마음 또한 임금에게서 멀어졌다”며 명종을 “선왕의 외로운 후사(後嗣)”, 문정왕후를 “깊숙한 궁궐의 한 과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학문에 힘써 덕을 밝히시고 백성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일어서게 하시라”고 촉구했다. 상소를 받은 명종은 분개했으나 “선비의 언로가 막힌다”하여 벌주지 못했다.   일본을 경계한 남명의 걱정대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정인홍, 곽재우, 김면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이 신속하게 일어나 의병으로 왜군과 싸웠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삼동 베옷 베옷 입고 입고 바위 학문 연구

2023-08-24

[시조가 있는 아침] 삼동(三冬)에 베옷 입고

  ━   삼동(三冬)에 베옷 입고     조식 (1501∼1572)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巖穴)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 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 병와가곡집     ━   단성소(丹城疏)의 의기(義氣)     나의 생애는 추운 겨울에도 베옷을 입고 바위 굴에서 눈비를 맞았다. 구름 낀 볕 한쪽도 쬔 적이 없는데 서산에 해진다 하니 눈물이 난다.   남명(南冥) 조식(曺植)이 중종의 승하 소식을 듣고 읊은 시조다. 경상도 합천 출신의 남명은 두 차례의 사화를 경험하면서 훈척 정치의 폐해를 목격하고  산림처사로 자처하며 오로지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에 매진했다. 평생 벼슬을 거절하고 자유로운 몸으로 현실에 날 선 비판을 많이 가했다.     대표적인 글이 명종이 단성현감에 제수하자 사직하면서 올린 상소다. “전하께서 나랏일을 잘못 다스린 지 오래되어 나라의 기틀은 무너졌고 하늘의 뜻도 떠났으며 백성의 마음 또한 임금에게서 멀어졌다”며 명종을 “선왕의 외로운 후사(後嗣)”, 문정왕후를 “깊숙한 궁궐의 한 과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학문에 힘써 덕을 밝히시고 백성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일어서게 하시라”고 촉구했다. 상소를 받은 명종은 분개했으나 “선비의 언로가 막힌다”하여 벌주지 못했다.   일본을 경계한 남명의 걱정대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정인홍, 곽재우, 김면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이 신속하게 일어나 의병으로 왜군과 싸웠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삼동 베옷 학문 연구 제자 양성 정인홍 곽재우

2023-08-03

[시조가 있는 아침]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이황(1501∼1570)   제11곡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 하리라   - 도산육곡판본(陶山六曲板本)     ━   정치의 기반은 철학     조선 유학의 대종(大宗)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 안동에 돌아가 도산서원(陶山書院)을 짓고 후진 양성에 전념하던 63세 때 지은 연시조 12수 가운데 열한 번째 작품이다.   푸른 산은 어찌하여 영원히 푸르며, 흐르는 물은 또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가? 우리도 저 물같이 그치는 일 없이 저 산처럼 언제나 푸르게 살겠다는 학문 도야와 수양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만고상청’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이자 이상으로, 진리가 내면화된 경지라고 하겠다. 도산12곡은 전6곡과 후6곡으로 구성됐는데 전6곡은 사물에 접하는 감흥을 노래한 언지(言志), 후6곡은 학문 수양에 임하는 심경을 노래한 언학(言學)이라고 명명하였다.   퇴계는 우주의 현상을 이(理)와 기(氣)의 이원(二元)으로 설명하였다. 인간의 순수이성은 절대선(絶對善)이며 여기에 따르는 것을 최고의 덕으로 보았다.   조선의 사대부에게는 도학 정치라는 지향점이 있었다. 정치의 기반은 철학이다. 철학이 없는 정치는 사회를 혼탁하게 하고 역사의 지향점을 오도하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정치는 어떤 철학에 바탕하고 있는가?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도산 학문 수양 조선 유학 오늘날 한국

2023-07-27

리서치, 학문 전 분야·직장으로 확산…고교에도 10년 전부터 AP 과목 정착

리서치라는 말은 연구는 학자들, 연구실에서 일하는 전문가들, 과학자들, 그리고 다른 대학원생들과 같은 연구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고등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위한 리서치 경력이 언급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상당 부분 특정 계층의 부모들이 자녀의 입시를 돕는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부정적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고등학생들에게 있어서 리서치는 무엇이며 어떤 이점이 있고 또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학문적 호기심을 채울 활동   오늘날의 현대 세계에서 리서치는 학생들이 특정 개념을 잘 알고 미개척 분야를 탐구하는 데 관심을 갖도록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있다. AP 과목 중 리서치와 AP 세미나 2년의 과정을 모두 이수하여 AP 캡스톤디플로마(Capstone Diploma) 수료증을 받을 수 있는 정규 학업 과정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과목이다.  2014년 시작된 캡스톤 프로그램은 학업 역량과 리서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대학에서 필요한 필수 능력인 정보찾기와 논문쓰기, 정리하기 등이 포함된다.  고등학생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며, 다른 분야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차별화된 지식확장 방법   많은 학교들이 교사와 학생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함께 학습을 이끌고 진행하는 수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는 다양한 활동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학생들은 사례 연구를 발표하고 또 그들의 연구 기술을 보여줄 기회를 얻는다. 만약 학생들이 능숙하게 연구하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이러한 연구 과정은 학생들의 사고 패턴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삶에서 그것들을 배우고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게 된다.     ▶최신 정보와 새로운 아이디어   리서치는 지식을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정확하게 비교하며 배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공동연구를 통해 친구, 동료 또는 지도 교수와 상호작용하면서 그들의 의견이나 관점을 공유할 수 있다.  리서치라고 하면 우선 과학 분야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제 리서치의 영역은 비과학적 저널리즘, 역사, 비즈니스 등 전 학술적 분야를 포함한다.     ▶경력, 교육 및 생활 기술 개발   고용주들은 특정한 기술을 가진 직원을 원한다.  분야의 대한 지식, 문제 해결능력, 팀 작업 능력, 의사소통 기술, 분석 기술의 중요성은 직업, 교육, 그리고 인생에서 어디를 가든 항상 갖춰야할 중요한 요소가 된다.     ▶리서치 기회와 방법   많은 학생들이 연구직을 얻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시작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 경험을 얻기 위해서는 대학, 병원, 회사 혹은 실험실에 연락하여 기회를 얻어야 한다.  연락을 할 때는 각 기관에  맞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첨부해야 한다.  특히 그들의 연구에 대한 관심, 그리고 자발적으로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자신을 당신을 소개해야 한다.  물론 대학 교수나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코딩 언어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미리 미리 스스로 학습해서 갖추는 것도 팀프로젝트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다.   ▶여름 캠프, 연구 프로그램, 독립프로젝트   일부 부모들은 유료 여름 캠프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할 수도 있다. MIT 대학의  Research Summer Institute (RSI)와 Texas Tech의 Clark Scholars 프로그램과 같은 많은 가장 권위 있는 여름 캠프는 무료이다.  하지만 매우 경쟁이 치열하고 16세나 17세 이상의 학생들에게만 개방된다.  따라서 유료 프로그램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물론 독립적인 리서치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도 있다. 연구, 논문 작성, 검토 및 출판을 위해 제출하는 데 최소 1년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문의:(323)938-0300   www.a1collegeprep.com 새라 박 원장 / A1칼리지프렙리서치 학문 리서치 능력 리서치 경력 아이디어 리서치

2023-06-18

[시조가 있는 아침] 공명(功名)도 너 하여라

  ━   공명(功名)도 너 하여라     기정진(1798∼1876)   공명도 너 하여라 호걸도 나 싫어서   문 닫으니 심산(深山)이요 책 펴니 사우(師友)로다   오라는 데 없건마는 흥(興) 다하면 갈까 하노라   -노사집(蘆沙集)     ━   지식인은 난세를 어떻게 사나?     노사 기정진(奇正鎭)은 조선을 대표하는 마지막 유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가문은 조선 중기의 대유학자 기대승(奇大升)을 배출한 호남의 명문이었다.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내려졌으나 나가지 않고 학문 수양에 힘썼다.   68세 때 병인양요가 일어나자 ‘육조소(六條疏)’라는 상소문을 올려 위정척사의 이론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최익현이 도끼를 들고 궐문에 나아가 상소를 올려 일본과의 조약 체결에 반대한다는 소리를 듣고 “동방에 사람이 없다는 비웃음은 피할 수 있겠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그는 책 속에서 삶의 길을 찾았고 실천했다. 위태로운 나라 앞에서 스스로 나아감과 물러남을 알았으니 경전 속에 스승과 벗이 있었다. 고종 13년,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자 78세 노구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붓과 벼루를 버렸다.   난세를 사는 옛사람의 결기가 이러하였다. 특히 지식인의 삶의 미덕은 자신을 버리는 데 있었다. 이름을 드날리는 것이나 호기로운 삶도 마다하고 수양에 힘쓰다가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결연히 일어서 몸을 바쳤다. 한국식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었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공명 노사 기정진 한국식 노블레스 학문 수양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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