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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그래도 인간이 희망이다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사람의 목숨이 질기다더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닐 때가 있음을 자주 목격한다. 나는 5년 주기로 삶의 단락을 만든다. 5년 전의 나와 후의 나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 주기가 짧아져 3년 2년 1년, 결국은 하루하루가 되겠지만 진작에 살아왔기 때문에 달리 선택할 길은 없다. ‘그날의 걱정은 그날로 족하다’ 라고 하신 예수님 때문에 5년이 아닌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을 모조리 덜어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너도나도 죽음이 목전에 있음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의료 관계자들의 노고를 잊을 수가 없다. 이승을 떠난 영혼의 난민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팬데믹에서 벗어나려는 즈음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팬데믹 보다 더 공포스러운 시대로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마치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온갖 악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팬데믹의 뒤풀이라고 하기엔 참으로 황당했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엔데믹을 선언한 지도 1년이 되어 간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의 5년을 한마디로 정의 하기엔 아직 이르다. 다만 신뢰의 단절이 심해지고 공포는 여전히 떠돌아다니는 것 같다.     그래도 믿을 것은 인간이 아니겠는가? 인간이 사라진 세상은 상상조차도 끔찍하다. 사람은 사랑이라는 양식을 먹으며 성장한다. 세상을 앞서 나가며 시대를 초월하는 것도 사랑이다. 소멸할 운명의 세상은 불완전을 메울 수가 없기에 생명을 대체할 우상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인간을 배제하려는 음모 또한 승리할 수가 없다. 세상을 지탱할 사랑과 양심 선함의 DNA 는 인간뿐이다.   최근의 대세는 인공지능(AI)이다. 말린다고 개발이 늦춰질 일은 아니겠지만 인공지능으로 인류를 통제할 수 있다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편리함을 쫓느라 새로운 인공지능을 사들이는 소비자들은 그들의 피해 망상증을 대물림하는 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건강하고 명료한 정신을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세상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책을 읽기가 힘들다고 해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지 말고 신문을 읽는 수고만 해도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지적 능력을 유지하고 개발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시니어층에 해당됐던 지적 편식이 이제는 다양한 연령층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자신이 읽고 싶은 것만 찾다가 그것마저 귀찮아서 밖의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5년 주기가 의미가 없어질 만큼 변화의 굴곡이 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변질의 악순환은 인간의 힘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신념 하나를 마음 안에 세우는 것이 절실하다. 하루하루를 창조적으로 사는 것, 굴복함이 없이 스스로 해방되는 것, 이런 멋진 삶으로 풍요로워지기를 기원해 본다. 최경애 / 수필가이 아침에 희망 지적 편식 지적 능력 우크라이나 침략

2024-03-17

[중앙 칼럼] 우려되는 ‘디지털 편식’

칼은 도구다. 하지만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족하게 만드는 이 칼은 흉기나 무기로 변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에서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삶이 더 풍성하고 여유로워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간의 삶을 황폐화 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AI는 우리 일상 생활 곳곳에 파고 들어왔다. 내가 이용하는 서비스나 기술 뒤에 AI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단순히 똑똑한 컴퓨터나 로봇 수준을 넘어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단계까지 AI가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술 발달과 활용 폭 때문이지 않나 싶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한 회사원의 일상을 살펴보자. 아침에 애플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 또는 아마존의 알렉사가 들려주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그리고 그는 곧 이 디지털 비서의 이름을 부른다. 음악을 신청하거나 날씨를 묻고, 주식 시세나 주요 뉴스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아침을 먹으면서, 옷을 입으면서, 집을 나서면서도 디지털 비서는 틈틈이 호출된다.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통해 커피를 끓이고 식사를 준비하며 오늘 날씨와 행사의 성격에 맞춰 추천해 준 옷을 입는다. 집 안에 있는 전기제품이나 전등을 켜고 끄는 역할도 스마트폰을 통해 처리한다.   이제 출근 길이다. 얼마 전 구입한 전기자동차는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하고 밤새 들어온 이메일과 카톡, 메시지 등을 살펴본다. 운전대를 잡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알아서 운전하는 차를 보며 가끔 세상 많이 달라지고 편리해졌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음악은 항상 디지털 비서에게 주문한다. 그날의 분위기나 장르 등을 이야기하면 알아서 틀어준다.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 있는 사이트를 방문하면 그가 최근에 검색한 상품이나 서비스 관련 광고들이 번갈아 가며 뜬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신경하게 지나칠 정도로 익숙하다.     SNS를 검색한다. 자주 찾던 사람이 올린 콘텐트나 즐겨 찾는 동영상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콘텐트가 쌓여 있다. 이미 유튜브나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등은 그의 취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지겹거나 무섭기까지 할 정도다.   위에 열거한 내용들이 모두 AI와 관련된 기능이나 서비스다. 이외에도 모바일 디파짓, 금융회사의 신분도용 피해 방지 서비스, 표절 확인, 기업 사이트의 챗봇, 광고 메일이나 동영상 스팸 필터링, 비디오 요약, 얼굴 인식 기능 등도 AI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생활을 도와주는 AI로 인해 디지털 편식자가 생겨나고 있다. AI와 머신 러닝을 통해 사용자의 성향을 완벽히 파악해 유사한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찾아내 주는 것은 한편으로는 편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성향에서 나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스스로 의도하지 않은 AI 때문에 생긴 일종의 중독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콘텐트 중독 내지 편식이 취미 같은 주제에 국한하면 크게 상관 없다. 하지만 일상과 인간 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트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접한다면  그 영향력은 어마무시하다. 편식 정도가 아니라 세뇌의 단계로 이어져 삶의 방향까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적 편향성이 높거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 가운데 많은 비율이 유튜브와 같은 매체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의 말에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방향성이 잘못된 사람의 말을 자꾸 듣는 것은 결국 본인을 위하는 것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AI가 발달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경계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 편식이다. 김병일 / 뉴스랩 팀장·부국장중앙 칼럼 디지털 편식 디지털 편식자 디지털 비서 디지털 시대

202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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