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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퍼펙트 데이즈’를 꿈꾸며

이른 새벽, 근처 공원 빗자루 소리에 잠에서 깬다. 침대도 TV도 없는 좁은 다다미방, 이불을 개고 화분에 물을 주고 ‘도쿄 토일렛(Tokyo Toilet)’이란 문구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도쿄(東京) 시부야구에 있는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이 그의 일. 청소가 끝나면 대중목욕탕에 들러 몸을 씻고 아사쿠사역 지하 선술집에서 하이볼 한잔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헌책방에서 산 문고본을 읽으며 잠을 청하는 생활, 지난 연말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의 주인공 히라야마(平山)의 하루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야쿠쇼 코지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이 영화는 ‘베를린 천사의 시’를 만든 독일 감독 빔 벤더스가 연출했다. 제작의 계기는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등 일본 유명 건축가들이 시부야 구내 17개 공공 화장실을 설계해 개조하는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였다. 주최 측은 이 사업을 알리려 영화를 기획했고 도쿄를 찾은 벤더스 감독은 이 화장실들의 예술성과 독창성에 감탄해 연출을 수락했다. 그렇게 일본과 독일의 거장들이 참여한 ‘화장실 홍보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에는 대사가 아주 적다. 주인공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밥을 먹고 운전을 하고 책을 읽는 모습이 잔잔하게 반복된다. 하지만 사이사이 여러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다. 출근길 차 안 카세트 테이프에서 패티 스미스, 루 리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이 흘러나올 때, 휴식 시간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오래된 필름 카메라로 하늘과 나무를 찰칵 찍는 찰나, 누군지 모르는 화장실 이용자가 숨겨 놓은 쪽지에 암호를 적으며 소통하는 순간 등이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주인공은 자주 미소를 짓고 그렇게 매일 같으면서도 다른, 정갈한 ‘퍼펙트 데이’를 살아간다.   한 해의 마지막 날, 극장엔 혼자 온 관객이 많았다. 연말연시 긴 연휴를 맞아 다들 고향으로 떠나 텅 비어버린 도쿄에 이런저런 이유로 남은 이들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변기 아랫부분까지 거울로 비춰가며 열정적으로 청소하는 히라야마에게 젊은 동료 다카시는 말한다. “히라야마씨, 너무 과한 것 아닌가요. (변기는) 어차피 또 더러워질 텐데 말이에요.”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고 실패할 줄 알면서도 도전하고, 상처 받을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날들이 또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퍼펙트한 순간들을 조금씩 늘려가며 정성스럽게 일상을 꾸려가야겠다는 다짐. 연말의 탁월한 영화 선택이었다. 이영희 / 한국 중앙일보 도쿄특파원글로벌 아이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데이즈 주인공 히라야마 화장실 이용자

2024-01-03

세계경제 ‘퍼펙트 스톰’ 먹구름…공급망 타격에 물가 뛰어

열흘을 넘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구촌 경제도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유발한 국제 공급망 교란이 러시아의 도발로 악화하면서 생계와 직결된 기름과 가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더 뛰고 있다.   미국의 긴축 정책과 중국의 급격한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동유럽에서 발생한 전쟁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우려를 키운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뒷걸음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걱정이 다시 커지고 있다. 물가와 환율, 금리가 모두 뛰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안 그래도 고공행진을 하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면서 각국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작년 말 배럴당 70달러대였던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일 모두 100달러를 넘은 후 11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밀 선물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유럽 시장의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2일 장중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폭등하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국내총생산·GDP 기준)은 1.7%로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지만 세계 3위 산유국인데다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 밀 수출의 29%를 차지한다. 니켈과 알루미늄 등 다른 원자재의 주요 공급국이기도 하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4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는 아직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지 않지만 유럽을 비롯한 세계적인 수급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세계 경제 성장률을 1%포인트 낮추고 물가는 올해 3%포인트, 내년 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각국의 물가가 뛰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진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 대비 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7.5% 올라 4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서는 치솟는 유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성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살아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의 마리오 센테노 위원은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중심의 물가 상승과 소비·투자 위축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경제 퍼펙트 퍼펙트 스톰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사태

202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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