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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오네] 유네스코 세계유산

세계유산이란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오늘날 그 속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다.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모두 다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삶과 영감의 원천이다. (중략) 세계유산이라는 특별한 개념이 나타난 것은 이 유산들이 특정 소재지와 상관없이 모든 인류에게 속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소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그동안 일본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이던 니가타현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려면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내고 자문기관의 심사를 거치게 되는데, 일본의 경우 추천서 일부가 미비한 것으로 판단되어 심사단계까지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일단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지만 2024년을 목표로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라서 우리의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불현듯 몇 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논리와 주장까지 너무나 똑같아서 연상을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2015년 우리에게 군함도로 익숙한 하시마섬이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은 하시마섬을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으로 한정, 1940년대 약 800여 명의 조선인 강제 징용의 현장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했다.   이번 사도광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도 일본 에도시대(16~19세기) 전통적 방식으로 금을 채집한 산업유산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일제강점기 약 1000여 명의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현장이라는 사실을 피해가려는 꼼수를 부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측에서는 한·일의 역사적 문제를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에 가지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실제로 2015년 일본은 하시마섬의 유산등재가 확정되자마자 하루 만에 말을 바꿔 조선인 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이 강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망언으로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 그뿐만 아니라 2020년 도쿄에 문을 연 정보센터를 통해 일본은 하시마섬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약속했던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려는 시도를 보이며 유네스코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하였다. 사도광산과 하시마 탄광은 그들에게는 빛나는 산업혁명의 현장일지 모르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에는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한 전쟁 피해 현장이다. 그들이 이 사실을 외면하는 한 이 장소의 의미 또한 끝나지 않은 역사의 가해 현장일 뿐, 인류 보편적 가치에 준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그 어디에도 없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은 2021년을 기준으로 약 1154점으로 조사되었다. 그 외 무형 문화유산이 498건(2020년 기준), 세계기록 유산이 432건(2017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문화재청 공모를 통해 세계유산 축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유산의 가치를 널리 홍보하려는 취지다. 올해에는 제주도와 경상북도, 수원 화성이 선정되었는데 세계유산으로서 자연과 문화를 융합한 복합 콘텐트를 개발해 유산축전 기간 동안 선보일 예정이다. 수원 화성은 역사적 기록에 담긴 ‘의궤’를 주제로 다양한 콘텐트를 준비할 예정이며 경상북도는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를 맡은 주제관을 비롯한 안도 다다오의 기조강연으로 축전의 문을 연다. 제주도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통한 글로벌 연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인데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 탐사에 성공한 김녕초등학교 학생들과 부종휴 선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가 만장굴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제주 유산 축전 관계자는 제주 어린이들의 도전정신이 만장굴을 발견한 것처럼 우리에게 꿈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하며 실경공연으로서 관객의 직접 체험이 가능한 복합 콘텐트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네스코 측의 설명처럼 세계유산이란 우리의 삶과 영감의 원천이 되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을 뜻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은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통해 인류가 공동으로 지향해야 할 문화적·자연적 가치를 공고히 하며 그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8월 15일은 광복 77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범국가인 일본이 하시마섬과 사도광산을 통해 후대에 남겨야 할 유산은 산업혁명 유산이 아닌 역사 앞에 참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일 것이다. 강혜명 / 성악가·소프라노파시오네 일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 유산

2022-08-14

[파시오네] 위상 높아진 K클래식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김구의 『나의 소원』 )   백범 김구 선생의 꿈이 이루어진 것일까. 요즘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때 문화와 예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른바 한류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문화의 힘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세계 문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흐름을 바꾸는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드라마 콘텐트로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시작된 한류는 이후 K팝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 팬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폭발적 관심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계를 단숨에 세계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최근에는 영화계의 성과도 놀랍다. 그간 예술성과 작품성을 중요시하는 유럽 영화제에서의 성과를 넘어 자본주의와 결합한 상업영화의 상징이자 할리우드 영화계를 이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거머쥐며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 두어 달 동안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연주자의 잇따른 수상 소식은 국내외 클래식계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18살의 임윤찬,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양인모 등이 그 주역이다. 정명훈·정경화·조수미·연광철 등 이미 굵직한 클래식 스타를 배출한 한국 음악계는 조성진·선우예권·임동혁·손열음 등 젊은 음악가들이 꾸준히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그 영광을 이어갔고 클래식 한류를 이끌고 있다. 또한 철저한 제작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유럽의 오페라극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성악가들은 동양인이라는 한계를 넘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유리천장이라 여겼던 유럽의 클래식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뛰어난 음악가들은 대부분 해외 매니지먼트사의 소속으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는 아직 국내 클래식 내수 시장이 그들의 기량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그들을 세계적으로 프로모션 할 수 있는 국내 매니저먼트사의 부재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클래식의 주요 무대가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이기 때문에 국제적 명성을 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는 자칫 이들을 내한공연을 펼치는 해외 뮤지션과 같이 잠시 다녀가는 스타로만 인식할 뿐 앞서 언급했던 국내 클래식 시장의 지속적인 활성화에 대한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에도 클래식을 전문으로 하는 몇몇 매니지먼트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진출이나 해외 협연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규모는 전문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운 공연 기획 및 제작을 겸하는 공연 기획사의 역할에 더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유대계는 공고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전 세계 클래식계를 주도해 왔고, 일본과 중국은 기업의 스폰서십으로 자국의 아티스트들의 성장을 도왔다. 오늘날 세계 속 한국 클래식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그 사회적 효과를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으로만 맡겨두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문화적 손실이라 할 수 있다.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는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고 이어령 선생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당시 왜 문화부에만 전문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느냐는 말에 ‘모내기 신동이 있다면 농림부 학교를 만들겠지만 그런 아이는 없지 않냐’며 예술분야에서는 특출한 재능으로 어른들보다 뛰어난 역량을 나타내는 아이들을 위한 전문학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그리고 그의 노력은 오늘날 한국 클래식 음악의 성장을 이끌었다. 대중의 사랑을 전제로 성장하는 대중예술과 클래식은 태생적으로 성장 배경이 다르다. 클래식 음악은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영화의 눈부신 성장을 이야기 할 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CJ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클래식계에도 이와같은 대규모의 후원이 필요하다. 세계 속에 인정받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그들을 지속적으로 프로모션하며 국내외 클래식 시장의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의 매니지먼트사의 출현이 절실한 시점이다. 강혜명 / 성악가(소프라노)파시오네 클래식 위상 국내외 클래식계 세계 클래식 세계 대중음악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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