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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아침 한나절 풍경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선다. 햇살을 등에 바르고 샌타애나 강변을 걷는다. 산책길 옆으로 포장된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나 있다. 18마일, 사인이 보인다. 태평양으로부터 18마일 지점이라는 뜻이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줄지어 빠르게 지나간다.     강폭이 150미터쯤 될까. 넓은 강바닥이 허옇게 맨살이 드러나 있다. 벌써 몇 개월째 저 모습이다. 어느 해 큰 비 온 다음 날, 시뻘건 황토물이 강둑이 넘칠 정도로 강을 꽉 채워 우렁우렁 소리를 지르며 내달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물 따라 노닐던 청둥오리, 황새 등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도 그친 지 오래고. 물과 함께 있던 풍경도 사라진 지 오래다. 물이 들어오는 날, 그들도 따라 돌아올 것이다. 자연의 섭리다. 강은 흘러야 강이다.     어느 집 울타리에 나팔꽃이 줄지어 피어있다. 울타리 꼭대기에 올라선 나팔꽃 하나가 바람결에 흔들린다. 산 정상에 올라 깃발을 흔드는 산악 대장 같다. 아침마다 싱싱하게 나팔을 불어 반겨주는 녀석들의 속 모양이 궁금해 꽃 하나를 툭 땄다. 꽃 속을 들여다본 나는 깜짝 놀랐다. 꽃 속 이글거리는 촛대의 모습을 눈이 부셔 바로 볼 수가 없다. 필라멘트가 가볍게 떨고 있다. 만지면 불에 델성싶다. 지칠 줄 모르며 번식하고, 끝없이 타고 오르는 녀석들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엔젤레스 트럼펫 나무가 보인다. 나팔꽃과 함께 트럼펫을 불어 아침을 깨우는 저 녀석들. 나무 가득 노란색 트럼펫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벌들이 꽃 속을 부지런히 들락거린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여 근무하는 중이다. 저런 모습은 게으름과 싸우며 게으름을 꿈꾸는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강둑을 한 바퀴 돌아 집에 들어선다. 무화과 열매가 많이도 열렸다. 저놈들은 처음엔 좁쌀만 하다가 손톱만 하다가, 톡톡 불거지며 땡볕 아래 튀밥 튀듯 익기 시작한다. 올해도 한동안 열매를 수확하느라 바쁠 것이다. 이웃과 나눠 먹고도 남아돌 만큼 넉넉히 주는데, 찬바람이 일면 익기를 뚝 그친다. 해마다 녀석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겨울이면 닭똥 한 포씩을 꼬박꼬박 진상하지만 그래도 주는 것 보다 받는 게 훨씬 많아 늘 미안하다.           창문을 활짝 연다. 뒤뜰 석류나무에 앉은 새들의 울음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려 녀석들이 방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커피를 내린다. 냄새가 거실에 번진다. 똑똑 떨어지는 커피 소리를 들으며 찰떡 한 개를 냄비에 굽는다. 떡 구워지는 냄새가 고소하다.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바삭거리는 찰떡을 먹으면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이 시간이 좋다. 사소하고 시시한 것들이 주는 행복이다.     요 며칠 사이 ‘너무 고마워서 슬픈 것’이 어떤 건지 조금 알 것 같은 일이 있었다. 부부사이 일이라 밝히기엔 멋쩍은 일이지만, 40년 넘게 살아온 아내로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게 사실 좀 생뚱했다. 기대치를 한 눈금 낮출 때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점심은 혼자 해결해야 한다. 쌀을 한 컵 씻어 밥을 안쳤다.   정찬열 / 시인이 아침에 한나절 풍경 트럼펫 나무 아침 한나절 노란색 트럼펫

2022-08-18

때아닌 봄 더위…꽃도 만개

남가주 지역이 이상 고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LA, 오렌지카운티 등에는 주말까지 때아닌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국립기상대(NWS)는 오는 13일 오후 6시까지 LA카운티, 오렌지카운티,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 등에 폭염주의보(heat advisory)를 발령했다.   LA카운티에서 2월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NWS의 데이비드 스위트 박사는 “2월 남가주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LA의 경우 1948년 이후 2월에 낮 최고 기온이 90도를 넘은 적은 단 7회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9일 남가주 대부분의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을 웃돌았다. LA(88도), 가디나(88도), 글렌데일(88도), 풀러턴(91도), 세리토스(91도), 애너하임(91도), 어바인(93도) 지역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주말까지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열사병 및 일사병, 산불 위험, 가뭄 심화 등 무더위로 인한 피해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     NWS는 ▶고혈압, 심장질환자, 노인 등은 직사광선을 피할 것 ▶차 안에 어린이나 애완 동물을 홀로 두지 말 것 ▶대낮에 야외 활동를 자제하고 밝은 색으로 된 가벼운 옷을 입을 것 ▶탈수 증세 등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줄 것 등 안전 지침 숙지를 당부했다.   스위트 박사는 “폭염주의보는 보통 5~10월에 내려지는데 올해 2월은 예년보다 낮기온이 20도 가량 높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주에는 지역별로 2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곳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LA에서 2월 역대 최고 기온은 지난 1995년 2월 20일(95도)이었다.             장열 기자트럼펫 김상진 기자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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