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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아내분 / 부인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을 보다 보면 진행자가 남성 출연자를 보고 “그러면 아내분께서 화를 내시지 않던가요?”처럼 말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도 이런 어투는 자주 발견된다. “아내분에게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은 남성분이 매장을 찾아주셨어요” “코미디언 ○○○씨 아내분 참 예쁘던데요” 같은 경우다.   ‘아내’는 ‘혼인하여 남자의 짝이 된 여자’를 이르는 단어다. 한자어 ‘처(妻)’와 의미가 같다. ‘-분’은 앞에 나오는 말에 ‘높임’의 뜻을 더해주는 접미사다. 그래서 남의 배우자를 높여 일컫는 말로 ‘아내분’이란 표현도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렇게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고도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를 수 있다. ‘부인’을 쓰면 된다.     ‘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단어인 만큼 “나는 부인이 친정에 가서 당분간 혼자 지내야 합니다”와 같이 남 앞에서 자신의 아내를 ‘부인’이라고 일컬으면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처가/ 집사람이/ 안사람이 친정에 가서”라고 하면 된다.   ‘영부인’이란 표현도 있다.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면서 많은 이가 ‘퍼스트레이디’를 일컫는 말로 알고 있으나 남의 아내를 높여 일컫는 일반적 표현이므로 대통령만이 아니라 ‘김 과장님 영부인’처럼 써도 된다.    ‘영애(令愛)’ ‘영식(令息)’ 등도 대통령의 딸과 아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의 딸과 아들을 이를 때 두루 쓸 수 있다. 물론 따님·아드님처럼 쉬운 말로 쓰면 더 좋다. 우리말 바루기 아내분 부인 과장님 영부인 텔레비전 프로그램 권위주의 정권

2024-08-01

[글마당] 텔레비전 이야기

결혼 초 우리 부부는 돈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없이 살았다.   하루는 남편이 밖에 버려진 조그마한 흑백 TV를 주워 왔다. 신이 났다. 웬걸, 화면은 나오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심심할 때마다 화면만 들여다보며 소리는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어느 날, 운 좋게도 거의 비슷한 크기의 텔레비전을 또 주워 왔다. 화면에서 비가 쏟아졌지만, 소리는 나왔다. 두 대를 나란히 놓고 비 쏟아지는 화면에 수건을 덮어씌우고 봤다.   예기치 않은 돈이 조금 생겼다. 작은 소니 텔레비전을 장만하고 고장 난 것을 버렸다. 새것을 즐기던 중, 채 일주일도 넘기지 못하고 도둑이 가져갔다. TV를 사서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던 길 건너 남자가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훔쳐갔다고 이웃이 말해줬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해코지를 당할까 봐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그는 마약 중독자로 약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살 돈도 없지만, 다시 산다 해도 또 도둑이 가져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우리는 버린 그 고장난 소리만 나오고, 화면만 나오는 TV를 아쉬워했다. 아이들이 태어났다. 애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도 TV 없이 살았다.   매년 LA 사시는 시아버지가 보내오는 비행기 티켓으로 연말에는 시집에 갔다. 시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TV에 눈을 박고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시아버지가 혀를 차시며 “텔레비전 없이 사는 것이 아이들 교육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도 제 눈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봐야 하지 않겠니. 내가 사주겠다.”   “돈으로 주시면 저희가 뉴욕에 돌아가서 살게요.”   “아니다. 돈으로 주면 사지 않을 것이 뻔하다. 내가 여기서 사 줄 테니 가져가거라.”   시아버님은 커다란 산요 TV를 사서 비행기에 실어주셨다.     LA에서 집에 돌아오니 문은 열려있고 집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도둑이 하도 집안에 훔쳐 갈 것이 없으니까,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마시고 화가 났는지 몇 개 없는 가구를 다 내동댕이쳐 놨다. 새로 장만한 TV를 도둑맞을까 봐 우리 식구 넷은 지키는 데 고군분투했다. 1980년대 범죄율이 치솟던 시절의 동네가 점점 변하면서 도둑님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개를 끌고 나갈 때마다 ‘뭐 쓸만한 물건이 없나?’ 두리번거리는 작은아들의 심리를 잘 아는 강아지가 ‘너 이거 가져갈래?’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길래 멈췄더니 ‘가져가라는’ 메모가 붙은 몸통이 가늘고 스크린이 커다란 TV가 있어서 주워 왔단다.   “꽤 괜찮은데. 새것이나 다름없네.”     우리 식구들은 집안에 새로운 물건이 생기면 ‘샀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주웠냐?’고 물어본다. 집 주변에 멀쩡하게 버려진 이케아 가구들을 주워 살기 때문이다. 이수임 화가·맨해튼글마당 텔레비전 이야기 텔레비전 이야기 소니 텔레비전 우리 식구들

2024-05-17

[우리말 바루기] ‘쥬스’ ?, ‘주스’ ?

‘텔레비전’ ‘주스’ ‘초콜릿’이 고유어가 아닌 외래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헷갈리는 표기법이다. ‘텔레비젼’ ‘쥬스’ ‘쵸콜릿’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 표기가 원음에 더 가깝게 느껴져서라고 주장하지만 ‘텔레비전’ ‘주스’ ‘초콜릿’으로 적어야 한다. 외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표기가 현지 발음에 더 가까운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글 맞춤법이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처럼 외래어에도 표기법이 있어서다.   외래어 표기법에선 ‘ㅈ’ ‘ㅊ’에 이중 모음이 결합한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를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 저, 조, 주’ ‘차, 처, 초, 추’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말에선 구개음(입천장소리)인 ‘ㅈ’ ‘ㅊ’ 뒤에서는 ‘ㅑ, ㅕ, ㅛ, ㅠ’가 발음상 ‘ㅏ, ㅓ, ㅗ, ㅜ’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리가 구별 안 되니 ‘져’와 ‘저’, ‘쥬’와 ‘주’, ‘쵸’와 ‘초’ 등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이유로 텔레비젼은 텔레비전, 쥬스는 주스, 쵸콜릿은 초콜릿으로 표기한다. 외국어와 달리 외래어는 원음에 기초를 두되 우리말의 발음 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발음상 구별되지도 않는데 고유어에선 ‘ㅈ’ ‘ㅊ’ 뒤에 이중 모음이 결합한 형태인 ‘져’나 ‘쳐’ 등을 쓰는 이유가 뭘까?   ‘넘어져서’는 ‘넘어지어서’, ‘다쳤다’는 ‘다치었다’의 준말이라는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표기다.우리말 바루기 쥬스 주스 외래어 표기법 텔레비전 쥬스 주스 쵸콜릿

2023-06-30

[우리말 바루기] ‘쥬스’가 ‘주스’인 이유

‘텔레비젼’ ‘쥬스’ ‘쵸콜릿’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 표기가 원음에 더 가깝게 느껴져서라고 주장하지만 ‘텔레비전’ ‘주스’ ‘초콜릿’으로 적어야 한다. 한글 맞춤법이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처럼 외래어에도 표기법이 있어서다.   외래어 표기법에선 ‘ㅈ’ ‘ㅊ’에 이중 모음이 결합한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를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 저, 조, 주’ ‘차, 처, 초, 추’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말에선 구개음(입천장소리)인 ‘ㅈ’ ‘ㅊ’ 뒤에서는 ‘ㅑ, ㅕ, ㅛ, ㅠ’가 발음상 ‘ㅏ, ㅓ, ㅗ, ㅜ’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리가 구별 안 되니 ‘져’와 ‘저’, ‘쥬’와 ‘주’, ‘쵸’와 ‘초’ 등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이유로 텔레비젼은 텔레비전, 쥬스는 주스, 쵸콜릿은 초콜릿으로 표기한다. 외국어와 달리 외래어는 원음에 기초를 두되 우리말의 발음 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발음상 구별되지도 않는데 고유어에선 ‘ㅈ’ ‘ㅊ’ 뒤에 이중 모음이 결합한 형태인 ‘져’나 ‘쳐’ 등을 쓰는 이유가 뭘까?   “문턱에 걸려 넘어저서 다첬다”를 “문턱에 걸려 넘어져서 다쳤다”로 사용하는 것은 ‘넘어지-+-어서’ ‘다치-+-었-+-다’가 줄어든 형태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우리말 바루기 쥬스 주스 텔레비전 쥬스 주스 쵸콜릿 외래어 표기법

2023-02-10

'시장인가, 사업가인가'…카루소 시험대에

릭 카루소 LA 시장 후보(사진)는 당선되면 할리우드 비즈니스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그는 “LA시 최대 자랑거리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더는 LA를 떠나지 말아야 한다. 이곳에서 제작하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 스튜디오도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그가 소유한 그로브몰 옆에 인접한 CBS 스튜디오 TV시티 부동산 재개발은 반대하고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다고 LA타임스(LAT)가 16일 보도했다.     일명 ‘TVC 2050 계획안’으로 불리는 이번 건축안은 베벌리 불러바드와 페어팩스 애비뉴 사이 190만 스퀘어피트 규모 부지에 사운드 스테이지와 프로덕션 사무실 등이 들어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TV시티 스튜디오보다 2.5배 큰 규모다. 개발업체인 HCP 측은 5700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로브는 바로 옆에 위치한 오리지널 파머스 마켓 측과 함께 TV시티 재건축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CBS 스튜디오 재건축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면서 “승인되면 커뮤니티 교통과 주차 혼잡은 물론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스튜디오 측에 전달했다. 그로브의 제시카 왕 수석부회장은 “지금까지 양측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로브와 파머스마켓은 CBS 스튜디오 재건축 반대 단체 ‘베벌리 페어팩스 커뮤니티 얼라이언스( BFCA)’도 설립했다. 실제로 프로젝트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오전과 오후 러시아워 시간대 차량이 각각 787대와 855대 늘어날 전망이다.     CBS는 지난 2018년에 TV시티 부지를 부동산 투자 그룹 ‘해크먼 캐피털 파트너스(HCP)’에 매각했다. 이후 HCP는 부지 재개발을 위해 카루소 측과 여러 차례 미팅을 가졌다. 카루소 측은 HCP가 내놓은 건축안이 그로브 쇼핑몰 입구 역할을 하는 그로브 드라이브 길을 틀어막게 될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LAT는 “카루소가 당선되면 이런 비즈니스 이해충돌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카루소 캠페인의 피터 라곤 대변인은 “비즈니스도 중요하지만 좋은 이웃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커뮤니티 생각과 우려가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TV시티 건축안은 내년 도시계획 위원회 심의를 거칠 전망이다. 내년 도시계획국 매니저와 도시계획 위원 9명은 모두 새 시장이 지명한다. 원용석카루소 사업가 스튜디오 재건축 카루소 la 스튜디오 텔레비전

2022-08-16

[문장으로 읽는 책] 장애와 텔레비전 문화

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특정한 종류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 기이한 가정의 뿌리는 장애에 관한 우리의 의식 구조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뉴스 미디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부분의 저널리스트는 ‘장애의 극복’ ‘용감한’ ‘고통을 이겨낸’ ‘역경에 도전하는’ ‘휠체어 신세를 지는’, 혹은 개인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용어인 ‘감화적’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결코 장애인에 관해 쓰거나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케이티 엘리스 『장애와 텔레비전 문화』   ‘우영우 신드롬’으로 장애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때 맞춤한 책이다. 인용문은 책에서 재인용한, 호주의 장애인 코미디언·칼럼니스트 스텔라 영의 글이다. 세계적 화제를 낳은 TEDx의 명강연 ‘대단히 감사합니다만 전 당신의 영감거리가 아닙니다’로 알려진 영은 장애가 비장애인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며, 미디어가 장애를 다루는 전형적 방식을 ‘감화 포르노(inspiration porn)’라고 불렀다.   호주 커틴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장애인이 미디어에 어떻게 그려지는지 ‘재현’의 문제와 장애인의 미디어 ‘접근’ 문제를 두루 짚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넷플릭스의 화면 해설 서비스는, 2015년 시각장애인 수퍼히어로가 나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어데블’ 때 시작됐다. 당시 장애인 수퍼히어로를 장애인 관객도 보고 싶다는 온라인 요청이 거셌다. 지금은 비장애인들도 유용하게 쓰는 유튜브의 자동자막 기능은 2006년 농인인 유튜브의 엔지니어에 의해 도입됐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텔레비전 장애 텔레비전 문화 장애인 코미디언 장애인 관객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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