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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넛지(Nudge)와 클루지(Kluge)

오바마 대통령이 읽고 책의 공동저자 중 한사람을 백악관의 행정 각료로 영입했다. 이 책의 제목은 ‘넛지(Nudge)’다. 넛지는 ‘팔꿈치 같은 걸로 남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기’라는 뜻을 갖고 있단다. 옆사람에게 노래를 시키거나 무대로 나가라고 할 때, 팔꿈치로 옆 사람을 슬쩍 툭툭 치면서 상대에게 뭔가를 권하는 행동을 넛지라고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의식하지 못하게 어떤 선택이나 일을 하게끔 넌지시 권한다는 말이다.   ‘넛지’의 몇 가지 예가 있다. 네델란드의 암스텔담 공항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남자 화장실 이야기다. 암스텔담 공항에서는 이 넛지 효과를 이용해서 남자 소변기 밖으로 튀어나가는 소변량을 한번에 80%나 줄였다고 한다. 이 공항에서는 소변기마다 중앙 부분에 파리 한 마리씩을 그려 넣었다. 그랬더니 소변기 중앙에 그려 놓은 파리를 맞추려고 남성들이 변기를 정조준하더라는 것이다. 그 덕분에 소변이 새나가지 않고 대부분 소변기 안으로 들어 갔다고 한다.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가보면 미시간호를 끼고 달리는 Lake Shore Drive가 있다. 몇 곳에서는 커브가 심해서 감속을 유도하는 표지판들이 붙어 있다. 하지만 빨리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감속 표지판을 계속 무시해서 사고가 빈발했다고 한다. 이에 시카고 시는 차도 바닥에 흰색 선을 가로로 많이 그어놓았다. 그런데 커브 구간이 가까워질수록 흰색 선을 점점 촘촘하게 그려놓았다. 커브 길에서는 운전자가 같은 속도로 운전을 하더라도 마치 자신이 굉장히 빨리 운전하는 것처럼 느끼게끔 해서 속도를 줄이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기부를 장려하고 싶을 때, 신경을 써서 일부러 거절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급여에서 일정액이 기부되도록 하는 것과 같은 행동들도 넛지의 예다.   정부 부문에서는 바람직한 정책을 시도할 때 이러한 넛지 효과를 이용하면 국민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입안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기업들은 이런 방법을 판매기법에 도입해서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처럼 설계자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판에 따라 움직이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신경을 써서 생각하기가 귀찮은 것이다. 사람들이 넛지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클루지(Kluge) 때문이라고 한다. 클루지는 원래 엔지니어들이 쓰는 말이라고 한다.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답은 아니지만 대충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임기응변식 대처법을 일컫는 말이란다. 일상에서 매일 너무 많은 선택을 해야하는 인간은 진화한대로, 대충 보고 빠른 판단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이 넛지를 받아들이는 클루지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아주 오랜 동안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왔다. 언제 식량을 구할 수있을 지 모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다보니, 인간은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진화되었단다. 인간의 몸중에 가장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은 두뇌다. 두뇌가 쓰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인간은 평소에 하는 많은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하도록 진화되었다고 한다.     정부나 기업은 넛지를 이용하고, 그를 받아들이는 납세자나 고객은 클루지한 속성 때문에 넛지를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요즘 납세자와 소비자들 사이에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설계자들이 미리 준비한 넛지에 마냥 넋놓고 당하고 있지 말라는 각성의 촉구다. 인간의 클루지한 판단이 늘 옳은 것은 아닐 수도있으니 귀찮더라도 좀 생각을 하며 살라는 것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클루지 nudge 넛지 효과 소변기 중앙 남자 소변기

2024-10-10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클루지(Kluge)

서울 방문시에 선물하려고 코스코에서 타이레놀을 가끔 산다. 그런데 코스코에서는 때때로 타이레놀을 할인 판매한다. 처음에 두 병정도 사려고 마음을 먹고 가서는 할인된 가격표를 본다. 가격표 아래에는 “Limit 5 per customer”라고 써 있다. 할인된 가격을 인당 다섯병까지만 적용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글씨를 보면 애초에 두 병을 사려고 마음먹었다가도 결국 다섯병을 사게 된다. 마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 ‘가격이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많이 사려고 하니까 인당 다섯병으로 할인판매 숫자를 제한해 놓았나 보구나. 이런 좋은 기회에 다섯병을 다 사야지.’ 결국은 두병만 샀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도 왠지 이익을 본듯한 묘한 착각에 뿌듯해한다.   이런 생각을 했다면 코스코의 마케팅 전문가가 쳐놓은 덫에 걸린 것이다. 할인 가격표에 “ Limit 2”라고 적어 놓았을 때보다 “Limit 12”라고 적어 놓았을 때, 소비자가 한번 구매할 때 물품을 구매하는 수량이 더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고 “Limit 100”처럼 너무 많은 숫자를 적어 놓으면 안되겠지만, 어느 정도 숫자까지는 그렇단다. 코스코의 마케팅 담당자는 여러번의 시행착오와 경험에 의해서 매출이 최대가 되는 가장 적절한 “Limit”을 찾아낸 것이다.   정부나 기업이 우리를 알게 모르게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놓은 여러가지 기법들이 있다. 우리들은 큰 고민 없이 그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인다.     뉴욕대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게리 마커스(Gary Marcus)는 그의 저서 클루지에서 인간이 이렇게 쉽게 덫에 걸리는 것은 그렇게 행동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늘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왔다. 언제 식량을 구할 수 있을 지 모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인간은 기회가 되는대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절약하게끔 진화되었다. 인간은 몸에 저장이 쉬운 지방과 당분을 좋아하게끔 진화되었다. 이렇게 진화된 인간이 음식이 남아도는 현재까지도 비축하려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요즘 비만이 그토록 많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인간은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진화된 동시에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진화되었단다. 그런데 인간의 몸 중에 가장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은 두뇌다. 두뇌가 쓰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인간은 평소에 하는 많은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하도록 진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트 진열장에 한 개씩 놓인 통조림보다 6개씩 묶음으로 파는 통조림이 더 쌀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묶음을 집어 드는 것이다. 사실 따져보면 어떤 때는 낱개로 파는 통조림의 단가가 묶음보다 쌀 때도 있는데 말이다.   클루지는 원래 엔지니어들이 쓰는 말이라고 한다.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답은 아니지만 대충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임기응변식 대처법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매일 너무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인간은 진화한대로, 대충 보고 빠른 판단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클루지한 판단이 늘 옳은 판단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마커스 교수의 생각이다.     생각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반사체계와 숙고체계다. 반사체계는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행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클루지한 판단이다. 숙고체계는 심사숙고 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타이레놀을 인당 5개까지만 할인해준다는 문구를 보고 5개를 사는 것이 반사체계에 따른 클루지한 판단이다. 반면에 나에게 타이레놀은 두개만 필요하니까 두개만 사는 행위가 숙고체계에 근거한 합리적인 판단인 것이다. 중요한 결정은 클루지 하지 않게 심사숙고 해서 합리적으로 신중하게 해야만 한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클루지 저서 클루지 할인판매 숫자 할인 가격표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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