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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의 역사와 문화를 오르다

영화 ‘히말라야’(2015)에서 황정민이 연기했던 엄홍길 대장은 “산 중의 산은 하산”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산에 오르는 것에 대하여 ‘정복’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어떻게 인간이 자연을 정복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정상에 오른 정복감보다 그 이후 찾아오는 겸손과 관용을 배우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운명적으로 도전에 사로잡혀 있는 존재들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모든 것에 맞서 싸우기 위해,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고 위험한 산봉우리에 도전한다.     해발 8850m 높이의 에베레스트 산은 1953년 영국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첫 등정에 성공한 이래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며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우뚝 서 있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방문자 수와 함께 관광지로 전락해 오염,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섬뜩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퀘스트: 네팔’은 자연의 위엄으로 상징되어야 할 에베레스트 산에 산업과 정치의 영역이 들어서면서 그 위상이 위협당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이제껏 에베레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지만, 역사를 기반으로 산의 위상을 문화적으로 접근한 영화는 많지 않았다.     탐험가이며 영화의 호스트인 알렉스 하즈(Alex Harz)는 에베레스트의 의미를 다른 각도에 다룬다. 네팔 사람들이 ‘초모룽마’(성스러운 어머니)라고 부르는 에베레스트는 그에게도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다. 어린 시절부터 네팔과 티베트를 찾아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익혀온 그에게 에베레스트는 단순한 등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네팔 정부는, 1963년 세계 최초로 정복한 뉴질랜드의 탐험가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사망한 해인 2008년부터 매해 5월 29일을 ‘세계 에베레스트의 날’로 정하고 그의 탐험 정신을 전 세계의 산악인들과 함께 기리고 있다. 영화는 에베레스트의 역사적인 순간들로 시작, 종종 간과되는 네팔의 특이하고 매력적인 문화와 역사를 짚어보는 특별한 순례기이다.     지상에서 가장 독특한 도시 중 하나인 카트만두 계곡에서 시작, 해발 5334m 높이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까지의 9일간의 트렉킹, 그리고 다시 정상을 향해 이어지는 43일간의 장엄한 대장정. 토착인 셰르파 부족과의 동행에는 산에 운명을 맡긴 남자들 간의 우정이 깃든다.     산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놀라운 용기와 모험 정신을 구현하게 한다. 그러나 정상에 오른 뒤 찾아오는 겸손이야말로 진정 산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르침일 것이다.   김정 영화평론가퀘스트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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