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만난 작은 유럽, 케이프타운
세렝게티,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아프리카 여행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케이프타운(Cape Town)이다.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보급 기지로 건설된 케이프타운은 남아공의 발상지로서 백인들에게는 '마더 시티'라 불린다. 과거 백인 통치 시절 극단적인 인종분리 정책으로 인한 뼈아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집권 이래 다양한 인종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도시로 변모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케이프타운을 '레인보우 시티'라 부르길 원한다. 그 별명처럼 케이프타운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남아공 투어의 1번지'다. 기후는 내륙과 달리 지중해성을 띠고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정반대다. 자연 풍광은 캘리포니아 해안을 닮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모르고 보면 유럽 어디쯤으로 착각할 만큼 유럽의 문화가 많이 녹아들어 있다. 관광 명소로는 테이블마운틴과 희망봉을 든다. 테이블마운틴은 케이프타운 지붕 격의 산이다. 케이프타운이 있는 테이블베이를 뒤에서 호위하는 듯한 형국으로 거대한 산봉우리를 칼로 댕강 베어 들어낸 듯 평평한 산정 모습이 독특하다. 바닥이 360도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그곳에 펼쳐지는 해안 풍치는 세계 최고라 할 만하다. 수시로 흰 구름이 산정을 덮은 채 신부의 베일처럼 산자락에 흐르듯 드리워진다. 정면으로 케이프타운과 테이블베이의 해안, 넬슨 만델라가 갇혀있었고 지금은 관광지로 개방된 로벤섬(감옥섬)이 한눈에 들어오고 채프먼스피크와 열두 사도 연봉으로 둘러싸인 하우트베이와 캠프스베이의 대서양 해안까지 조망된다. 희망봉(Cape of Good Hope)은 지리적으로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서양 해안에서 제일 가까운 육지가 시작되는 곳이다. 바람과 물길이 거세 폭풍의 곶(Cape of Storms)이라 불렸지만, 이곳만 지나면 인도로 향할 수 있다고 생각한 주앙 2세가 희망봉이라 명명했고, 1498년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까지 닿는 항로를 개척해냈다.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희망봉 주변 바다는 지금도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무모한 용기로 바다를 건넜을 배와 선원들의 형상을 상상해 본다. 해안절벽인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에는 희망봉의 옛 등대가 세워져 있다. 역사적, 상징적 의미로 이곳을 찾는 여행자에게는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의 끝자락이자 또 다른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추운 나라에만 사는 펭귄을 만날 수 있는 의외의 장소도 있다. 볼더스 해변(Boulders Beach)에는 얼굴이 검고 눈 위에 분홍 반점이 있는 아프리카 펭귄(자카스 펭귄) 20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따뜻한 해류에서 서식하는 펭귄으로 남극의 펭귄들과는 다른 종이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성격이 온순해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기 어렵지 않다. 뒤뚱뒤뚱 해변을 따라 걷거나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펭귄들의 모습은 미소를 짓게 하기 충분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케이프타운 아프리카 케이프타운 지붕 아프리카 최남단 아프리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