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갑부 공직자' 프리츠커 주지사 재선
"진보 최일선의 주지사" 대 "정통 보수 도전자"의 대결로 관심을 끈 일리노이 주지사 선거가 큰 이변 없이 막을 내렸다. 8일 실시된 일리노이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의 현역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7)가 공화당 소속 도전자 대런 베일리 주 상원의원(56)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개표가 95%가량 진행된 9일 오전 현대 프리츠커 주지사 득표율은 54.26%, 베일리 의원 득표율은 42.93%로, 프리츠커 주지사의 재선은 확정적이다. 8일 선거 후 시카고 도심의 메리엇 마퀴스 호텔에서 개표 과정을 지켜본 프리츠커 주지사와 선거캠프는 득표차가 20%포인트 이상을 유지하자 승리를 선언했다. 일리노이 남부 농장 경영주 출신 베일리 의원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선거 초반 예상을 깨고 제법 긴장감 있는 대결을 펼쳤으나 프리츠커 주지사의 조직, 물량공세를 넘어서지 못했다. 제3 후보인 자유당 스콧 슐러터는 2.8%를 얻는 데 그쳤다. 시카고 ABC방송은 "이번 중간선거에 쏟아진 열기는 연방 상하원의 세력 균형 재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일리노이주의 경우 주지사 선거가 더 큰 관심을 모았다"고 전했다. 호텔 체인 '하얏트'를 소유한 유대계 부호 가문의 공동 유산상속자 프리츠커 주지사는 재선 캠페인에 개인 돈 1억52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보도했다. 2018년 프리츠커 본인이 세운 '미국 선거사상 최다 개인 돈 투입' 기록 1억7100만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를 지낸 멕 휘트먼이 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서 쓴 2위 기록 1억4400만 달러보다 많았다. 프리츠커와 베일리는 19주에 걸친 선거기간 낙태권, 정치적 극단주의, 범죄율, 경제 문제,사법개혁안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선거일 전날 일리노이 북부 제조업 타운 록포드 등을 돌며 민주당 지지 기반인 노조 그룹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낙태권 확립 등을 재임 기간 업적으로 앞세우며 지지를 당부했다. 베일리 의원은 같은 날 보수 성향의 시카고 교외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는 프리츠커를 "미국에서 가장 좌파로 치닫는 주지사"라고 몰아세우며 그의 백신 의무화 정책과 학교 교육 좌편향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지난 7월1일부터 지난 4일까지 프리츠커 주지사는 일리노이 86개 도시 223곳, 베일리 의원은 150개 도시 337곳에서 유세를 벌였다고 전했다. 두 후보가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주 최대도시 시카고로 프리츠커는 85차례 베일리는 66차례 방문했다. 흑인 표심이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프리츠커 주지사가 과거에 '흑인 비하' 의혹을 살 수 있는 발언을 한 녹음파일이 선거 직전 공개돼 논란이 일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일을 이틀 앞두고 시카고 남부 흑인 다수 거주지를 찾아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프리츠커 주지사의 재선 성공으로 일리노이 주청사는 푸른 깃발을 유지하게 됐다. 시카고를 기반으로 투자사업을 하던 민주당의 거물급 후원자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 2018년 막대한 선거자금을 무기로 오랜 공직 진출 꿈을 이뤘고 재선까지 성공했다. 프리츠커는 2008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캠페인의 부위원장을 맡았고 2016 대선에서도 힐러리 캠페인 모금책으로 활약했다. 누나 페니 프리츠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돈줄'로 통했으며, 오바마 행정부 2기 상무장관을 지냈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프리츠커의 순자산을 36억 달러로 추산하면서 "미국 공직자 가운데 가장 부자"라고 확인했다. 그는 재임 기간 "민주당 어젠더에 충실할 뿐 리더십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선거에서 '돈'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프리츠커의 2024 대선 도전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 정치평론가 로라 워싱턴은 프리츠커 주지사가 최근 민주당 전국구 행사에서 목소리를 내는 점을 상기하며 "만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4 재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프리츠커가 재선을 발판 삼아 대선 도전 가능성을 현실화하며 야망을 키워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최고갑부 프리츠커 프리츠커 주지사 프리츠커 일리노이 일리노이 주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