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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순간 들어주는 한인 목사…탬파병원 채플린 박준 목사

병원이 곧 교회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현장에서 박준(41·J.S Park) 목사는 매일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다.   CNN은 플로리다주 탬파 종합병원에서 8년간 채플린으로 근무하며 수천 명의 환자와 가족을 상담해온 박 목사의 이야기를 19일 보도했다.   그는 자신을 ‘슬픔을 포착하는 사람(grief catcher)’이라고 규정했다.   박 목사는 “죽음을 앞둔 환자와 깊은 슬픔에 빠진 가족의 모습을 포착해 죽어가는 이에 대한 위로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돕는다”며 “목적 없이 오로지 사랑과 이해로만 상대를 보고, 듣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는 법을 채플린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 속에 치유가 있다고 굳게 믿는다. 마지막 순간 죽음과 조우하는 환자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위로한다.   박 목사는 “나는 환자가 죽기 전 마지막 또는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으로서 그 순간에 환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누군가 듣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그 순간 기도 한 마디, 손 한번 잡아주는 것, 위로의 말 한마디가 치유를 경험하게 해준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그가 느끼는 바를 나누다 보니 팔로워만 9만 명 이상이 됐다.   일례로 최근 ‘매주 슬픔을 마주하는 사람이 전하는 몇 가지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게재했다.   그는 이 게시물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웃을 필요는 없다. 웃는다고 해서 그들이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웃는다고 해서 슬프지 않다는 뜻도 아니다”라고 적었다.   박 목사는 한인 2세다. 플로리다주 라고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기독교인, 할머니는 불교 신자였다. 어린 시절 가부장적인 이민자 가정에서 언어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한 경험도 있다. 자살 시도도 했을 만큼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한때 신앙을 버리고 무신론자로 살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 성장 배경과 상처 등을 극복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내면 치료를 위해 보냈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목회자가 되기 전에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박 목사는 “트라우마는 역기능으로 대물림될 수 있기 때문에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결국 신앙에서 위안을 얻게 됐다”며 “결국 상처와 고통이 아름다움을 향한 통로가 됐음을 배웠고 이 모든 것이 채플린이라는 목회적 소명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신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청소년들을 위한 목회를 하다가 병원 채플린 사역을 시작했다.   박 목사는 채플린 사역을 ‘치료사(therapriest)’로도 일컫는다. 이는 채플린에 대한 오해를 푸는 시발점이 되는 용어다.   그는 “우리는 죽음 앞에서 환자를 개종시키기 위해 혹은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 포괄적인 위로를 주려고 한다”며 “죽음 앞에 있는 이들을 판단하기보다 어떤 형태로든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게 채플린”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수천 명의 환자와 가족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반응 등을 유심히 살폈다. 죽어가는 환자들의 회상은 대부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는 후회다.   박 목사는 “많은 이들이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삶에서 온전하게 나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숨어야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며 “그러나 그건 우리의 잘못만은 아니다. 때론 주변 상황, 시스템, 자원 등이 우리를 허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병원은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 특별한 목회 현장이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목사 채플린 한인 목사 채플린 박준 병원 채플린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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