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몰라 피해 안 보게 한인 옆에 있겠다"
로펌에 몸담고 있을 때 늘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어로 도움이 필요한 의뢰인이 많았지만, 조직 시스템상 일일이 도와주는 게 쉽지 않았다. 지니 강(37) 변호사의 이야기다. 캘리포니아는 노동법이 엄격한 주로 꼽힌다. 강 변호사는 소송을 맡을 때마다 한인 사회 내에서 노동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함을 여러 번 체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글’이다. 강 변호사는 그러한 한인들을 위해 업무가 끝나면 블로그와 웹사이트 등에 개인적으로 노동법과 관련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복잡한 노동법을 일목요연하고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딱딱한 기존의 법률 칼럼과는 달랐다. 구어체를 과감하게 사용했다. 때론 질의응답 형식으로도 썼다. 좋은 글은 반응을 끌어낸다. 한인들이 상담 요청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 자체가 보람이었다. 법이 일상과 밀접한 미국 사회에서 한국어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 한인 변호사만이 가질 수 있는 자긍심이다. 강 변호사는 “로펌에서 근무하며 노동법 사건은 컨베이어 벨트 조립 라인이 아닌, 모든 사건이 고유하고 지극히 개인적 사례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많은 직장인이 노동법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권리를 침해당해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모르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는 강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리하는 역할을 넘어 젊은 변호사로서 역할을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1세대가 지고 점차 세대교체 중인 한인 사회에 피고용인의 권리에 대해 교육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현재 강 변호사는 개인 웹사이트(jinnikanglaw.com)를 비롯한 미시USA, 잡코리아 USA, 워킹US 등에 노동법과 관련한 글을 꾸준하게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베벌리힐스 지역에 개인 사무실을 개업하고 한인들을 돕고 있다. 가주 지역 로펌인 멀리스&팍에서 일했던 강 변호사는 30대인 나이로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특허정보원 등에서 국제언론담당관으로 근무했다. 세계 곳곳의 언론계와 접촉하면서 쌓은 다양한 경험은 알기 쉽고 정돈된 글을 쓸 수 있는 초석이 됐다. 강 변호사는 “UCLA에서 언어학 박사 과정을 밟다가 법을 알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로스쿨로 방향을 틀었다”며 “소송에서 이기는 것에 대한 매력도 있어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는 학창 시절부터 남달랐다. 늘 우등생이었다. 서울대학교(언어학 학사·석사)에서 ‘최우등 졸업(summa cum laude)’의 영예를 얻었다. 사우스웨스턴 법대에서는 상위 10% 내 졸업생으로 선정돼 헌법학 부문 CALI상, 학장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강 변호사는 “피고용인을 대리하는 변호사로서 앞으로도 이기는 싸움을 계속하고 싶다”며 “한인들이 노동법을 잘 몰라 피해를 보지 않도록 계속 글을 통해서도 더 많은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지니강 변호사 한인 변호사 한인 사회 노동법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