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주사소가 의료 클리닉이라는 정부
LA, 샌프란시스코 등 가주 지역 대도시에 마약성 약물 주입 장소를 설치하는 법안이 논란〈본지 8월 12일자 A-1면〉인 가운데 이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스콧 위너 가주 상원의원(민주·샌프란시스코)이 지난해 3월 발의한 이 법안(SB 57)의 정식 명칭은 ‘과다복용 예방 프로그램(overdose prevention program)’이다. 위너 의원은 “현재 가주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 법안은 의료인 감독하에 위생적이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 약물 과다 복용에 의한 피해를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주공공보건국에 따르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총 1만416명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사망자는 2018년(5401명), 2019년(6219명), 2020년(8894명) 등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 법안은 마약성 약물 주입 장소에 전문 의료인을 배치하고 이용자에게 주삿바늘, 약물 주입 지침 교육 등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게 약물을 사용하도록 돕겠다는 게 목적이다. 또, 비상 상황에 대비해 ‘날록손(naloxone)’ 등 해독제를 구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주약물정책위원회 자넷 자니파틴 디렉터는 “이 법안은 위생적인 공간 제공으로 약물 사용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타인의 혈액이 묻은 주삿바늘 등을 공유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C형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HIV) 등의 감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캐나다 밴쿠버, 스페인 바르셀로나, 멕시코 메히칼리 등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시행중이다. 세계 최초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한 스위스는 지난 1986년부터 약물 주입 장소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비영리 언론 기관 캘매터스는 11일 “밴쿠버의 경우 매달 1700여명이 정부가 제공하는 약물 주입 장소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 시행 후 밴쿠버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보도했다. 약물 주입 장소가 설치되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주민들도 많다. 국립보건원(NIH)이 샌프란시스코 지역 약물 사용자(602명)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85%의 응답자가 ‘약물 주입 시설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중 75%는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현재 이 법안은 개빈 뉴섬 주지사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주지사가 서명을 마치면 LA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 3개 도시에서 2028년까지 약물 주입 시설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마약 사용자를 처벌하기보다 생존과 안전에 중점을 두겠다는 ‘위험 감소(harm reduction)’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리비 샤프 오클랜드 시장은 “약물 주입 장소는 일종의 ‘의료 클리닉’ 개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이용시 인터뷰를 통해 선별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며 “결국 궁극적으로는 이들과 신뢰를 구축해 치료 시설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마약 주입 약물 과다복용 마약성 약물 약물 주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