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이미경 CJ 부회장 USC 졸업식 연설

이미경 CJ 부회장이 USC 졸업식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16일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이미경 CJ 부회장은 다음달 10일 슈라인 오디토리엄(Shrine Auditorium)에서 열리는 USC 영화예술대학 졸업식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엘리자베스 M. 데일리 USC 영화예술대학 학장은 “이미경(미키 리) 부회장은 협업 글로벌 영화 제작의 진정한 선구자이자 홍보대사”라며 “그의 통찰력과 전문 지식을 졸업생들과 공유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USC 졸업식 연사로 활약한 유명 영화 프로듀서 브라이언 그래저,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론 하워드, 영화감독 매트 리브스, 라이언 쿠글러, 존 M. 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등의 책임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한국 영화와 콘텐츠 산업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연예 매거진 ‘베니티 페어’가 할리우드의 미래를 주도하고 변화를 이끄는 인물들을 선정하는 특별판 ‘2024 할리우드 이슈(2024 Hollywood Issue)’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대중문화지 ‘할리우드 리포터’가 뽑은 ‘엔터테인먼트 여성 파워 100인’에 아시아인 중 최초로 3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이미경 부회장 영화예술대학 졸업식 부회장 내달 졸업식 연사

2024-04-17

[이 아침에] 졸업식 날의 희노애락

계절의 변화처럼 학제도 시간의 사이클로 움직인다. 한국에서의 3월은 입학식과 새 학기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언제나 입학식 날 헐렁한 새 교복을 입은 신입생들은 풋풋한 봄빛을 품고 서 있는 듯했다. 수업 시간 교실 안은 새로운 각오로 충만했다. 그러나 학기 초가 지나고 긴장이 조금 풀리면서 남학생들의 교복 단추가 뜯어지는 난투극이 벌어지는 것도 이맘때 부터이리라. 이렇게 성장통을 앓으며 3년이 지나면 학생들은 교문을 나선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잘 있거라 아우들아 …’ 송가와 답가가 끝나기도 전에 졸업식장이 울음바다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흑백 사진 속의 전설로 남아있다. 우리 세대도 졸업식 날엔 다시 입지 못할 교복을 입고 아쉬운 마음으로 교문에 들어섰던 것 같다. 선생님들은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마지막으로 챙겨 주었고, 졸업식이 엄숙하게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얌전하게 자리를 지켰다. 졸업식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꽃다발을 안고 가족·친지들과 사진을 찍고는 중국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교사로서 학생들을 떠나 보낼 때는 시간의 격차를 여실히 느껴야 했다. 졸업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되는데, 단상에 초대된 내빈 한두 분의 장황한 축사와 교장 선생님의 조언이 이어지는 동안 남학생들이 가만히 앉아서 이를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어 외부 인사가 주는 특별상부터 교내 우수상 수여식이 계속되는데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이 상장과 상품을 받을 때마다 다른 졸업생들은 줄 맞추어 앉아 손뼉을 치며 축하의 뜻을 보내야 했다. 담임 교사로서 학생들 몸의 반응으로부터 마음에 어떤 기류가 흐르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교실에 돌아와 고별인사를 나누고 운동장에 나서는 순간 많은 졸업생의 행동은 돌변했다. 교복을 찢고 친구들에게 밀가루를 뿌리며 계란을 던졌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고  느낀 것이 많았다. 미국 고등학교의 성적 우수자 상장 수여식은 졸업식 전날 별도의 시간에 교내 어디선가 미리 열렸다. 그리고 졸업식 날 학생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관람석의 가족들은 풍선을 흔들고 환호하며 자녀 이름을 외쳤다. 교장과 교감 선생님이 졸업생 한 명 한 명을 안아주고 떠나보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졸업식 모습과 비교되는 듯해 무척 부러웠다.     그런데 90년대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나의 제자들, 그들이 졸업식장에서 보였던 행동은 아마 그들을 억눌렀던 규정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을 표현하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성적이라는 암묵적 서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었을까?     다소 거친 졸업식 뒤풀이 모습을 보였던 그들도 지금은 건강한 사회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권정순 / 전직교사이 아침에 희노애락 졸업식 고등학교 졸업식 초등학교 졸업식 졸업식 뒤풀이

2024-03-26

[이 아침에] 칠순에 졸업장을 받다

육 학년 칠 반에 입학했다. 가슴에 손수건을 단 아이처럼 설레며 컴퓨터를 열었다. 이국땅에서 50여 년이 지나서야 단발머리 문학소녀의 꿈을 찾았다. 뒤늦게 시작한 탓에 은퇴 후 늦깎이 학생이 되었다.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에 대한 초석을 닦았다. 문학사와 시, 수필, 아동문학, 소설, 희곡, 논술과 독서지도까지 섭렵하며 새벽잠을 깨웠다. 많은 책을 읽고 감상 리포트를 쓰며 몰두할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쓴 시, 동화, 소설을 학과 게시판에 올리면 학우들이 읽고 자신의 소견이나 평을 써 올렸다. 그 후 실시간 줌으로 교수님과 함께 합평 시간을 가졌다. 합평을 들은 후 교정하고 퇴고한 글을 다시 제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지 않았을는지.   교양과목을 수강하며 지식의 깊이를 더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묵은 뇌를 새롭게 하여(renew) 한결 젊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태평양을 건너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한국어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장소와 시차를 극복하며 공부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졸업이란 학생이 학교 규정에 따른 소정의 교과 과정을 마친다는 의미다. 나 또한 졸업이라는 과정을 통과했다. 시골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서울 중학교로 진학한다는 기대로 부풀었다. 중학교 졸업식 날, 쏟아지는 함박눈이 내 앞길을 축복해주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선 대학의 좁은 문을 통과해 넓은 학문의 길에 들어서고자 하는 열망으로 차 있었다. 교육대학 문을 나설 땐 긴장했다. 교육 현장에 나가서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으리라.     미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먼저 유아교육(Early Child Development) 과정을 공부하고 졸업장을 받았다. 커뮤니티 2세 교육의 뜻을 펼치고자 어린이학교를 설립해 30년간 운영했다. 해마다 졸업식을 성대하게 준비했다. 그들의 성장과 활동을 담은 앨범을 제작하고 트로피를 수여하며 마음껏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축하객 없는 졸업식을 해야 했다.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 없어 식장을 정성껏 마련했다. 졸업생 한 사람씩 순서를 진행하며 학교 문을 내보내야 했다. 마스크 속에서 안아줄 수도 없는 서운함을 남긴 채. 그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평생 해오던 일을 내려놓으며 은퇴했다.   내 나이 칠십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점을 이수함으로 졸업이라는 문에 이르렀다. 돋보기 속 아픈 눈을 비비며 책장을 넘겼다. 새벽 3시에 열리는 실시간 합평 세미나를 위해 밤잠을 설치는 어려움을 겪었다. 형설의 공을 쌓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겠지. ‘해냈구나! 잘했다!’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길 원했다. 졸업장에 금테를 두르는 걸로 대신할까? 우스갯소리를 던지며 나를 위한 졸업 축하 카드를 만들어 보았다.   졸업을 한 단계에서 할 몫을 다 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남기고 싶다. 남은 내 인생에 또 다른 출발로 다가온다. 이제 배운 이론과 실기를 좋은 글쓰기에 적용할 터.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오직 내가 그것을 잡으려고 쫓아가노라.’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졸업장 칠순 고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졸업식 서울 중학교로

2024-02-22

뉴욕한인봉사센타 YASP 졸업식 개최

뉴욕시 퀸즈 베이사이드에 위치한 뉴욕한인봉사센타는 18일 여름 인턴쉽 프로그램인 YASP(Young Adult Service Program) 졸업식을 열었다.   이날 졸업식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올 여름 인턴들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행사였는데, 졸업생들과 가까운 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했다.     뉴욕한인봉사센터는 “YASP 프로그램은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선발된 30여 명의 고등학생 및 대학생들이 7주 동안의 인턴쉽 기간 동안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며 “졸업식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뜨거운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 뉴욕한인봉사센터는 “인턴십 기간 동안 예비 사회 리더들은 소셜 서비스분야에서의 실전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는데, 이날 행사는 미래 한인사회를 이끌고, 주류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젊은 역량을 발굴하는 YASP 프로그램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향후의 도전에 나아갈 젊은 청년들과의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기 위해 존 리우 뉴욕주상원의원, 그레이스 멩 뉴욕주하원의원, 그리고 비키 팔라디노 뉴욕시의원 등 정치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한층 높여줬다.   뉴욕한인봉사센터는 “YASP 프로그램은 지역 커뮤니티와 긍정적인 상호 작용과 미래의 사회 리더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이를 통해 한인사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www.kcsny.org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뉴욕한인봉사센터 YASP Young Adult Service Program 뉴욕한인봉사센터 인턴십 프로그램 YASP 졸업식

2023-08-20

한양 GCEO<글로벌최고경영자> 10기 졸업식 성황

한양대학교 글로벌최고경영자(HGCEO) 제10기 졸업식이 지난 5일 애너하임 메리엇 스위트 호텔에서 열렸다.   졸업생과 이 프로그램을 주관한 HGCEO 총동문회(회장 김용) 관계자 등이 대거 참여, 성황을 이룬 졸업식엔 이기정 한양대학교 총장, 최중섭 한양대 대외협력처장이 참석해 졸업생들에게 직접 수료증을 수여했다. 7기 동문인 영 김 연방하원의원도 참석해 10기 졸업식을 축하했다.   10기 과정은 지난달 11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4주 동안 부에나파크의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에서 진행됐다.   HGCE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 오프라인 강의를 도입한 이후 오렌지카운티와 인근 지역은 물론 북가주, 워싱턴, 하와이, 애리조나, 텍사스, 뉴욕 주와 캐나다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총동문회 측은 “10기까지 290여 명의 동문을 배출해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HGCEO 총동문회는 졸업생에게 한양대 총동문회 정회원 자격 부여, 한양대 국제병원 종합검진 할인 등 여러 혜택을 준다. 또 골프 대회와 단체 여행 등 친목을 다질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글로벌최고경영자 졸업식 한양대학교 글로벌최고경영자 졸업식 성황 한양대 총동문회

2023-08-09

[우리말 바루기] ‘맞춤옷’

요즘은 어디에서든 쉽게 기성복을 구매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결혼식이나 졸업식, 회사 입사 등 중요한 일을 앞두고 양복집에 가서 양복이나 양장을 맞춰 입어야 했다. 바지통은 넓게, 깃은 높게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문해 맞춰 입곤 했다.     이처럼 일정한 규격의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주문하는 것을 지칭할 때 ‘마추다’고 해야 할까? ‘맞추다’고 해야 할까?   “아버지는 결혼식 때 입으셨던 마춤 양복을 아직도 간직하고 계신다” “졸업식 때 입은 맞춤 양장의 모양과 색깔이 아직도 기억난다” 등과 같이 ‘마춤’과 ‘맞춤’이 혼용되고 있다.     정답은 ‘마추다’를 활용한 ‘마춤’이 아니라 ‘맞추다’를 활용한 ‘맞춤’이다. ‘마춤 양복’ ‘마춤 양장’ ‘마춤옷’은 모두 ‘맞추다’를 활용한 ‘맞춤 양복’ ‘맞춤 양장’ ‘맞춤옷’으로 고쳐야 한다.   옷뿐 아니라 구두나 안경, 컴퓨터 등도 그렇다. “구두를 마췄다” “안경을 마추러 간다” “컴퓨터를 새로 마췄다” 역시 “구두를 맞췄다” “안경을 맞추러 간다” “컴퓨터를 새로 맞췄다”고 해야 한다.   요구하거나 생각한 대로 잘된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안성맞춤’도 마찬가지다.우리말 바루기 맞춤옷 안경 컴퓨터 졸업식 회사

2023-05-26

졸업식서 아시안 조롱한 퍼듀대 총장 여론 '뭇매'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 총장이 아시안 악센트를 조롱한 발언으로 온라인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0일 퍼듀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토머스 케온 총장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이라며 난데없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이후 그는 “이건 아시안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케온 총장의 연설 직전 한 기조연설자는 자신이 지어낸 언어로 우는 손녀를 달랬다고 언급했다. 케온 총장은 이를 흉내내며 해당 언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자 학생들을 중심으로 ‘아시안 비하 발언’이라는 항의가 이어졌다. 현재 영상은 14만 뷰 이상 조회되며 파문을 키워가고 있다.     사태가 확산하자 케온 총장은 14일 공식 성명을 통해 “상처를 줄 의도는 아니었다”며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다양성, 평등성 및 포용성을 존중하고 환영하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퍼듀대 재학 중 인종차별을 경험한 한국 대학원생은 소셜미디어에 본인이 겪은 일화를 공유하며 “이러한 인종차별은 허다하다”고 전해 무감각하게 번진 인종차별의 심각성에 대해 알렸다. 김예진 기자졸업식 아시안 퍼듀대학교 졸업식 퍼듀대 총장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

2022-12-16

[로컬 단신 브리핑] 졸업식서 아시안 발음 조롱 대학 총장 사과 외

#. 졸업식서 아시안 발음 조롱 대학 총장 사과   퍼듀 노스웨스트 대학(PNW) 졸업식서 ‘공격적인’ 발언을 한 총장이 자신의 실수를 사과했다.    인디애나 주 북서부 해몬드 소재 PNW는 지난 10일 겨울 학기 학위 수여식을 진행했다.     PNW 토마스 키온 총장은 이날 연설 도중 손녀와 함께 만든 가짜 언어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아시아계 발음을 조롱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만의 일종의 아시아 버전..."이라고 하다가 스스로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인지한 듯 발언을 멈췄다.     이후 그의 연설은 소셜미디어에 게재됐고, 트위터에서 조회수 50만 이상을 기록했는데 대부분이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키온 총장은 결국 지난 14일 "공격적이고 무감각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누구에게도 상처되는 말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개인적인 또는 학교의 가치관도 반영하지 않는다. 계획되지 않은 말을 하려다가 실수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키온 총장은 PNW 학생회와 학교내 다양성 및 형평성 포용 팀 등을 만나 아시아 태평양계 커뮤니티(AAPI)의 중요성과 문제 등을 논의하고 이를 이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R&B 디바 '시저', 내년 2월 시카고 공연   R&B 디바이자 그래미상 수상자인 '시저'(SZA•33)가 북미 투어 첫 일정의 하나로 시카고를 찾는다.     최근 새 앨범 'SOS'를 내놓은 시저는 내년 2월부터 시작하는 북미 투어 일정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내년 2월 21일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투어 첫 공연을 갖는 시저는 2월 22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를 찾는다. 이후 디트로이트, 뉴욕, 애틀란타, 시애틀 등 총 17개 도시를 방문한 후 내년 3월 2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투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저는 데뷔 앨범 '컨트롤'(Ctrl•2017)로 그래미상 후보 및 AP '올해의 앨범' 등에 올라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표곡으로는 'Good Days', 'I Hate U', 'All the Stars', 'Kiss Me More' 등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오마 아폴라가 피처링으로 나서는 시저의 내년 투어 티켓 판매는 16일부터 시작한다. Kevin Rho 기자로컬 단신 브리핑 졸업식 아시안 대학 총장 아시안 발음 아시아계 발음

2022-12-15

[이 아침에] 노인대학 조기 입학생

여고 졸업 6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 다녀오신 선배님이 한숨을 푹 쉬며 말씀하신다.  “팬데믹 전만 해도 단체로 옷 맞춰 입고 라인댄스에 연극도 했었는데 양상이 달라졌어. 그 사이 하늘나라 간 친구들이 여럿, 휠체어 탄 친구가 셋, 지팡이를 짚은 친구가 둘이더라고” 하며 우울해 하신다. 나보다 13년 선배시니 팔순에 가까운 선배님들이긴 하다. 몇 년 전 3박4일로 남해 리조트 빌려 놀던 프로그램은 없어지고, 점심시간에 만나 밥만 먹고 조용히 헤어지는 것으로 바뀌어 큰돈 들여 한국 나간 것이 아깝더라 하신다. 100세 시대니 뭐니 해서 영원히 살 것 같아도 끝은 있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그렇다. 페이스북 친구로 오래 알던 캐나다의 소설가 J선생님도 뉴욕의 시인 H선배도 와병 이후의 소식이 궁금해 가보니 부고가 올라와 있어 덜컹했다. 죽음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평안하다던데 왜 나는 두려운 것일까? 가족과의 이별, 사랑하던 모든 것과의 단절이 슬퍼서일 것이다.   지난 가을부터 두 곳의 학교에 등록하여 다니기 시작했다. 큰 수술 후 백수로 산 지 여러 해, 삶에 자극이 필요했다. 클래식 음악 동아리는 가보니 노년층이 대부분이라 약간 실망했다. 내 발로 노인학교에 찾아간 셈이니. 그래도 좋아하는 취미여서 열심히 다니는 중이다. 입을 크게 벌려 노래하면 안면근육도 풀려 노화 방지에 좋다니 믿어보기로 한다. 마음을 정화해주는 고전 음악 감상도 참 좋다. 오시는 분들이 모두 건강한 노년들이라 선한 영향을 받는 건전 모임이다.   다른 한 곳은 노인 성경 대학이다. ‘노인’이 붙어 주저했으나 65세 이상이면 등록을 권한다기에 가보니 가장 어린 학생이 되었다. 성경공부에 이은 한글 퍼즐 맞추기 시간과 색칠하기가 유치원 수준이라 자존심 상하긴 해도 어느덧 종강하게 되었다. 노인대학이라 성경공부도 죽음과 종말론, 사후세계에 관한 내용이다. 그만큼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뜻이 아닌가? 사실 매일 산다는 것은 죽음 쪽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니.   65세가 되면서 연금 나오고 메디케어 의료 혜택을 받게 되니 큰돈 번 듯 좋았다. 그러나 바로 호칭에 ‘시니어, 어르신, 노인’이 붙게 되어 갑자기 늙어버린 억울함도 있었다.   어차피 가야 할 길, 조기 입학한 셈 치니 그럭저럭 가을학기 졸업식을 맞았다. 졸업식에 대표로 나가 졸업장 대신 졸업 선물을 받았다. 코스트코의 대용량 식물성 식용유였다. 이런 실용적인 졸업 선물이라니. “노인대학 만세! 브라보 시니어 라이프!”. 종이 졸업장보다 훨씬 좋았다. 아직도 물질에 열광하는 나. 철들려면 아직 멀었다. 봄학기도 등록해야겠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노인대학 입학생 노인대학 조기 노인대학 만세 가을학기 졸업식

2022-11-29

[삶의 뜨락에서] 매일 기억되는 선물

우리의 일상에서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 일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일, 졸업식, 결혼 혹은 직장에서의 승진과 특별한 기념일 등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요즈음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애완동물들까지 챙겨야 하는 문화로 발전하였다. 이 중에서도 선물교환의 대명사인 크리스마스는 한 해의 제일 큰 행사라고 하겠다.     이처럼 종종 선물이 오고 가는 가운데서 그것을 준비한 주인공을 매일 기억하는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선물의 가치로나 쓰임새 아니면 물품의 의미에 따라서는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 것도 분명히 있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는 자녀들한테서 기념품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 현금을 받지만 그렇다고 더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아침저녁 두 번씩이나 선물한 당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최근의 이 체험은 매우 이색적이며 놀라웠었다.     다름 아닌 치약이다. 일상 소모품인 치약을 가족이 아닌 다른 지인들로부터 받아보기는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다. 모든 이들의 하루 중 첫 일과는 당연히 양치질과 세수임이 틀림없는데 나의 손으로 사지 않은 이 생소한 치약은 화장실에서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다. 날로 상승하는 한국인 특유의 기술로 만든 것인지 맵지도 강하지도 않다. 이 상큼한 치약 향이 입안에 번지면 금방 좋은 기분이 된다. 선물의 가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그것을 가져다준 이의 모습만 떠오른다. 뇌리에 각인된 기억은 더 향기로울지 모른다.       갑자기 전화로 빈자리 골프 인원을 채워달라는 부탁에 참석하는 일이 고마운데 빈손으로 오지 않고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면서 베푸는 마음마저 담아서 가져온 치약이었다. 오래전에 같은 교회를 섬기었던 인연의 까마득히 젊은이다. ‘7학년, 8학년’을 다 넘긴 우리 세 사람의 길 잃은 공을 찾아주느라 빠른 걸음으로 잔디밭을 다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한국인의 정서 중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유유서’의 표본이다.     나이 든 사람을 대우하는 이 아름다운 전통을 경험하는 일이 쉽지 않은 미국이라서 더 깊은 인상이 남았을 것이다. 핸디가 낮아서 시원한 스윙을 보는 일도 좋았다만 골프를 치는 중, 이 스포츠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골프 매너에 10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후배라고 여겨지기도 하였었다.     그녀의 이런 긍정적인 모습들이 그 치약을 볼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꼬박꼬박 두 번’은 싱크대 옆에 있는 치약 튜브를 지나치는 일은 없을 터이고 이 튜브가 빈 껍데기로 버려질 때까지는 ‘긍정 호르몬’의 효력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해를 어떤 감사로 채우며 생활하였는지를 되돌아보는 추수감사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울러 감사함을 표현하는 데 많이 부족하였던 일상을 반성하며 셀 수 없이 많았던 감사의 제목으로 인하여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식탁도 나누며 사랑을 표시하는 계절이다.     곧 이어서 돌아오는 한 해의 제일 분주한 선물의 계절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이때쯤에는 늘 고민하는 주제가 ‘어떤 선물로 가야 될까?’ 이다. 올해는 일상의 치약이 준 ‘긍정 호르몬’을 떠올려보는 계기가 큰 깨달음이다. 김옥수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기억 선물 치약 튜브 가족 친지들 졸업식 결혼

2022-11-16

[삶의 뜨락에서] 하루에 두 번

우리의 일상에서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 일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일, 졸업식, 결혼 혹은 직장에서의 승진과 특별한 기념일 등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요즈음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애완동물들까지 챙겨야 하는 문화로 발전하였다. 이 중에서도 선물교환의 대명사인 크리스마스는 한 해의 제일 큰 행사라고 하겠다. 이처럼 종종 선물이 오고 가는 가운데서 그것을 준비한 주인공을 매일 기억하는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선물의 가치로나 쓰임새 아니면 물품의 의미에 따라서는 오래오래잊히지 않는 것도 분명히 있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는 자녀들한테서 기념품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 현금을 받지만 그렇다고 더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아침저녁 두 번씩이나 선물한 당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최근의 이 체험은 매우 이색적이며 놀라웠었다. -다름 아닌 치약이다- 일상 소모품인 치약을 가족이 아닌 다른 지인들로부터 받아보기는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다. 모든 이들의 하루 중 첫 일과는 당연히 양치질과 세수임이 틀림없는데 나의 손으로 사지 않은 이 생소한 치약은 화장실에서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다. 날로 상승하는 한국인 특유의 기술로 만든 것인지 맵지도 강하지도 않다. 이 상큼한 치약 향이 입안에 번지면 금방 좋은 기분이 된다. 선물의 가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그것을 가져다준 이의 모습만 떠오른다. 뇌리에 각인된 기억은 더 향기로울지 모른다.       갑자기 전화로 빈자리 골프 인원을 채워달라는 부탁에 참석하는 일이 고마운데 빈손으로 오지 않고 ‘Made in Korea’라면서 베푸는 마음마저 담아서 가져온 치약이었다. 오래전에 같은 교회를 섬기었던 인연의 까마득히 젊은이다. 7학년 8학년을 다 넘긴 우리 세 사람의 길 잃은 공을 찾아주느라 빠른 걸음으로 잔디밭을 다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한국인의 정서 중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유유서’의 표본이다. 나이 든 사람을 대우하는 이 아름다운 전통을 경험하는 일이 쉽지 않은 미국이라서 더 깊은 인상이 남았을 것이다. 핸디가 낮아서 시원한 스윙을 보는 일도 좋았다만 골프를 치는 중, 이 스포츠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Golf Manner’에 10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후배라고 여겨지기도 하였었다. 그녀의 이런 긍정적인 모습들이 그 치약을 볼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꼬박꼬박 두 번’은 싱크대 옆에 있는 치약 튜브를 지나치는 일은 없을 터이고 이 튜브가 빈 껍데기로 버려질 때까지는 ‘긍정 호르몬’의 효력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늦가을이다. 한 해를 어떤 감사로 채우며 생활하였는지를 되돌아보는 추수감사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울러 감사함을 표현하는 데 많이 부족하였던 일상을 반성하며 셀 수 없이 많았던 감사의 제목으로 인하여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식탁도 나누며 사랑을 표시하는 계절이다. 곧이어서 돌아오는 한 해의 제일 분주한 선물의 계절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이때쯤에는 늘 고민하는 주제가 ‘어떤 선물로 가야 될까?’ 이다. 올해는 일상의 치약이 준 ‘긍정 호르몬’을 떠올려보는 계기가 큰 깨달음이다. 김옥수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치약 튜브 가족 친지들 졸업식 결혼

2022-11-08

[이 아침에] 살 맛 죽을 맛, 살아있는 동안

여왕도 죽는다. 중국을 통일하고 평생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제도 죽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유명한 사람, 권력 있는 사람, 별 볼 일 없는 사람, 산 사람은  모두 죽는다. 삶의 높낮이와 길이가 천차만별이라 해도 늙는 것과 죽는다는 사실 만큼은 공평하다.     끝을 재보지 않으면 생의 길고 짧음은 가늠하기 힘들다. 살아온 흔적을 훑어봐도 잘 살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 행복해 보였던 사람이 지옥 같은 고통에서 살았을 수도 있고 비천해 보이는 삶이 황홀한 이름다움일 수 있다.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생을 미사여구나 미련한 비판으로 요약해 평가하기는 힘들다.   새집으로 이사 온 후 텃밭과 마당 가꾸기에 골몰했다. 허리 굽혀 땅을 파고 머리 들고 하늘 올려보며 난생처음 호젓한 기쁨을 만끽한다.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고 가꾸고 물주며 다음날 얼마나 자랐는지 키를 재는 일은 아이들 키울 때처럼 즐겁다.     동네 산책하며 이웃에 핀 크고 탐스러운 수국을 살펴본다. 수국은 초여름에서 무더운 여름 중순까지 피는데 흰색, 보라색, 옅은 노란빛을 온몸에 감고 왕관 쓴 여왕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내년 봄 뒤뜰에 심을 생각을 했는데 마음이 변했다. 가을의 문턱에 닿자 수국은 고고했던 자태를 꺾고 커다란 잎이 누렇게 변해간다. 작은 꽃송이들은 시들면 바람에 날려가거나 땅에 떨어지는데 수국은 꽃이 너무  커서 잘라주지 않으면 한겨울 내내 죽은 잎들을 장송곡처럼 매달고 겨울을 버틸 것이다. 크고 화려한 것들의 죽음은 작고 소박한 작별보다 흉하고 잔인하다.         피자 사러 큰길 피해 한가한 샛길로 빠졌는데 후진하는 커다란 트럭 한 대가 내 차를 박을 뻔했다. 몇 초만 늦거나 빨랐어도 삶과 죽음이 달라졌을 것이다.   운명을 믿는다. 좋은 것만 골라서 믿기로 한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땅, 머리 위에 펼쳐진 하늘과 가는 목 산들거리는 코스모스 향기도 믿을 게 못 된다. 고통과 절망을 등에 업고 목숨 붙어있는 동안 미지의 길 따라 쓰러질 때까지 걷기를 계속할 뿐이다.     나이 들면서 죽음을 맞는 일이 많아졌다. 축하파티보다 병문안과 장례식 초대를 더 받는다. 찬란하고 빛나는 시간 동안 가장 사랑하는 세 사람을 떠나 보냈다.     세월은 마른하늘에 쏟아지는 장대비처럼 후딱 지나갔다. 눈먼 사랑에 빠져 약혼식, 결혼식 거쳐 베이비샤워로 선물 폭탄 받으며 애 셋을 출산했다. 인생의 화려한 봄날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돌잔치 서로 초대하고 입학식, 졸업식 잔치한 게 어제 같은데…. 그 세월 진초록으로 물오른 우람한 나무 뒤로 버티는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둥지 떠나는 애들 기숙사로 들여보내며 부둥켜안고 울었다. 제 짝 만나 결혼하고 손주들 유치원 입학 소식을 듣는다.     이젠 비발디의 사계절을 듣지 않는다. 봄 여름이 지나간, 남은 계절의 슬픔을 누르며 낭만이 흐르는 쇼팽의 야상곡을 듣는다. 단순하고 서정적이면서 감미롭게 격정을 잠재우는 녹턴(Nocturne)은 생의 아픈 마디를 건반으로 누르듯 반복되는 피아노의 경쾌한 박자로 애절하고 따스하게 가슴을 울린다. .     인생은 접어서 버릴 일기장이 아니다. 포기는 없다. 잠시 멈춤이 있을 뿐이다. 살 맛 죽을 맛 사이를 오락가락해도 살아있는 동안 희망의 끈 놓지 않는다. 이기희 / Q7 Fine Art 대표·작가이 아침에 입학식 졸업식 약혼식 결혼식 장례식 초대

2022-10-16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살 맛 죽을 맛, 살아있는 동안

여왕도 죽는다. 중국을 통일하고 평생 불로초를 찿아 헤매던 진시황제도 죽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유명한 사람, 귄력 있는 사람, 별 볼일 없는 사람, 산 사람은 모두 죽는다. 삶의 높낮이와 길이가 천차만별이라 해도 늙는 것과 죽는다는 사실만큼은 공평하다.       끝을 재보지 않으면 생의 길고 짧음은 가늠하기 힘들다. 살아온 흔적을 훑어봐도 잘 살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 행복해 보였던 사람이 지옥 같은 고통에서 살았을 수도 있고 비천해 보이는 삶이 황홀한 이름다움일 수 있다.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생을 미사여구나 미련한 비판으로 요약해 평가하기는 힘들다.   새 집으로 이사온 후 텃밭과 마당 가꾸기에 골몰했다. 허리 굽혀 땅을 파고 머리 들고 하늘 올려보며 난생 처음 호젓한 기쁨을 만끽한다.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고 가꾸고 물주며 다음날 얼마나 자랐는지 키를 재는 일은 아이들 키울 때처럼 즐겁다.     동네 산책하며 이웃에 핀 크고 탐스런 수국을 살펴본다. 수국은 초여름에서 무더운 여름 중순까지 피는데 흰색 보라색 옅은 노랑색을 온몸에 감고 왕관 쓴 여왕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내년 봄 뒤뜰에 심을 생각을 했는데 마음이 변했다. 가을의 문턱에 닿자 수국은 고고했던 자태를 꺾고 커다란 잎이 누렇게 변해간다. 작은 꽃송이들은 시들면 바람에 날려가거나 땅에 떨어지는데 수국은 꽃이 너무 커서 잘라주지 않으면 한겨울 내내 죽은 잎들을 장송곡처럼 매달고 겨울을 버틸 것이다. 크고 화려한 것들의 죽음은 작고 소박한 작별보다 흉하고 잔인하다.       피자 사러 큰 길 피해 한가한 샛길로 빠졌는데 후진하는 커다란 트럭 한대가 내 차를 박을 뻔 했다. 몇 초만 늦거나 빨랐어도 삶과 죽음이 달라졌을 것이다.   운명을 믿는다. 좋은 것만 골라서 믿기로 한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땅, 머리 위에 펼쳐진 하늘과 가는 목 산들거리는 코스모스 향기도 믿을 게 못 된다. 고통과 절망을 등에 업고 목숨 붙어있는 동안 미지의 길 따라 쓰러질 때까지 걷기를 계속할 뿐이다.     나이 들면서 죽음을 맞는 일이 많아졌다. 축하파티 보다 병문안과 장례식 초대를 더 받는다. 찬란하고 빛나는 시간 동안 가장 사랑하는 세 사람을 떠나 보냈다.     세월은 마른 하늘에 쏟아지는 장대비처럼 후딱 지나갔다. 눈 먼 사랑에 빠져 약혼식 결혼식 거쳐 베이비샤워로 선물 폭탄 받으며 애 셋을 출산했다. 인생의 화려한 봄날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돌잔치 서로 초대하고 입학식 졸업식 잔치한 게 어제 같은데… 그 세월 진초록으로 물오른 우람한 나무 뒤로 버티는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둥지 떠나는 애들 기숙사로 들여보내며 부둥켜안고 울었다. 제 짝 만나 결혼하고 손주들 유치원 입학 소식을 듣는다.     이젠 비발디의 사계절을 듣지 않는다. 봄 여름이 지나간, 남은 계절의 슬픔을 누르며 낭만이 흐르는 쇼팽의 야상곡을 듣는다. 단순하고 서정적이면서 감미롭게 격정을 잠재우는 녹턴(Nocturne)은 생의 아픈 마디를 건반으로 누르듯 반복되는 피아노의 경쾌한 박자로 애절하고 따스하게 가슴을 울린다.     인생은 접어서 버릴 일기장이 아니다. 포기는 없다. 잠시 멈춤이 있을 뿐이다. 살 맛 죽을 맛 사이를 오락가락 해도 살아있는 동안 희망의 끈 놓지 않는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입학식 졸업식 약혼식 결혼식 장례식 초대

2022-10-04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