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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조카딸도 딸

조카는 보통 삼촌(三寸) 관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5촌이나 7촌 조카도 가능하지만 요즘에는 3촌 이상을 넘어가면 주로 교류가 적습니다. 핵가족화가 부른 사회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삼촌’이라는 말은 주로 윗사람을 가리킬 때 씁니다. 이것도 좀 특이하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윗사람을 촌수로 부르는 것이 그다지 예의 바른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에서 유일하게 촌수로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사촌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장난처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삼촌은 성별이 남자입니다. 여자는 삼촌이 안 됩니다.   조카는 어원적으로 ‘족하(族下)’에서 왔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친족 중에 아래쪽에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족하는 의미상으로는 범위가 매우 넓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족 중에 손아래인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조카는 성별이 따로 있는 말이 아닙니다. 조카가 있다고 하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조카에 해당하는 순우리말로는 ‘아찬딸’, ‘아찬아들’이 있습니다. ‘아찬아바’가 작은아버지를 의미합니다. 작은 설날이라는 뜻으로 ‘아찬설’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순우리말에서 조카는 성별의 구별이 있고, 오히려 통틀어 부르는 말이 없는 셈입니다. 기원적으로는 아주머니, 아자비와 같은 말도 관련이 있을 겁니다.   조카는 성별의 구별이 없지만 굳이 보자면 여자의 경우는 구별하여 부릅니다. 바로 형제, 자매의 딸을 ‘조카딸’이라고 하는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인 조카를 조카 아들이라고는 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조카자식이라는 말에는 아들딸이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카가 원래 남자만을 의미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현재 조카라는 말에는 성별의 구별이 없습니다. 조카딸만 특별히 부르고 있습니다.     조카가 결혼하면 조카며느리, 조카사위가 생깁니다. 며느리나 사위는 성별이 명확하므로 구별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자어인 경우에는 질녀(姪女), 질부(姪婦), 생질(甥姪), 생질녀(甥姪女), 생질부(甥姪婦) 등의 표현을 씁니다. 주로 여성에 대한 표현이 발달하여 있습니다. 조카딸이나 조카며느리가 자연스럽게 입에 붙습니다. 생질은 주로 누이의 아들을 의미합니다. 생질녀는 누이의 딸을 의미합니다. 질녀는 형제자매의 딸, 즉 조카딸이지요. 질부와 생질부는 며느리라는 의미가 덧붙은 것입니다.   이제 질녀나 질부 등의 말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조카, 조카딸, 조카며느리, 조카사위가 주로 사용됩니다. 조카딸처럼 딸만 특별히 부르는 말로는 손녀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손녀만 써도 여자임이 분명하지만 손녀딸이라고 하여 애정을 표현하는 느낌입니다. 여기에도 손자 아들은 없습니다. 물론 손자라는 말은 아들이지만 딸까지 포함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남자가 대표였던 시절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저희 부부는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아내 언니의 딸, 조카딸과 산을 오르거나 숲길을 걷습니다. 저희 큰아들도 함께 걷습니다. 길을 걸으며 문득 조카도 딸임을 깨닫습니다. 조카 역시 딸이라는 것을 우리말은 보여줍니다.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 이모부, 고모부 모두 아버지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미국에 있는 막냇동생의 딸, 조카딸이 뉴욕 뿌리교육재단의 모국연수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오는 한국입니다. 연수 후 일주일은 저희와 같이 지낼 예정입니다.   조카딸도 딸입니다. 조카딸에게는 큰아버지도 이모부도 모두 부모입니다. 그래야 세상이 살맛 나고 더 아름다워집니다. 문득 예전에 쓰던 아찬딸, 아찬아들이라는 말을 살려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겹네요. 이렇게 아들, 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 좋지 않을까요? 가족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조카딸 조카 조카딸 조카며느리 조카사위 작은아버지 이모부

202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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