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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편지] 자부심과 자격지심

지난 주말 수잔 윤이라고 하는 내 토론토 친구의 수필이 뉴욕타임스(NYT)에 실렸다. 최근 어린이책 작가로 데뷔한 수잔은 지난여름 25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고, 그 경험을 담은 수필이 NYT 칼럼으로 발탁됐다. 친구의 칼럼을 읽으며 나는 서양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난 20여 년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새삼 느꼈다. “니하오”나 “곤니치와”로 관심을 끌려 했던 길거리 상인들이 요즘엔 완벽한 발음의 “안녕하세요”로 말을 건다. 서양의 10대들이 K팝 광팬이 돼 한국어 학원에 다닌다는 말도 흔히 듣는다. 토론토 대학의 한국어 수업도 대기자 명단이 길어 들어가기 힘들다는 불평이 다반사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말 그대로다.   그런 반면, 한국에 사는 미국인 수필가 콜린 마셜이 2020년 뉴요커 월간지의 코로나 관련 기사에서 언급했던 한국인들의 자격지심도 엄연히 실존한다. 마셜은 “효율적인 코로나 대처 방안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아직도 상당수 국민이 한국이 후진국이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 중 하나로 일제 강점의 후유증을 꼽았다. 식민지 근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관계에서 배울 것이 많다. 로마제국이 그리스 영토를 모두 점령하고 식민지로 만들어 통치했지만, 그리스 문화의 ‘우월함’은 로마인들도 인정했다. 로마인들은 학문적인 글은 라틴어보다 그리스어로 쓰는 것을 선호했고, 그리스 미술 작품들은 수많은 복사본을 만들어 수집했다. 심지어 그리스인을 노예로 들여 철학 선생님으로 삼는 일이 보통이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리스인들은 열등의식은 커녕 자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고,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 정확한 실상을 세계사적 안목 속에서 파악하고 창조적 전진을 계속해야 한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자격지심 자부심 한국어 학원 한국어 수업 그리스 문화

2024-01-24

[삶의 뜨락에서] 자격지심

누구나 자존심은 있습니다. 그리고 손상당한 자존심 때문에 화를 내고 우울해 하고 불행해 합니다. 그러나 자존심 때문에 자기의 일생을 망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존심은 내가 싸운다고 지켜지는 것도 아니고 오만하게 군다고 지켜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래전 시카고에서 미팅이 있어 호텔에 며칠 묶게 되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에 내리니 아주 점잖게 생긴 분이 가방을 로비로 옮겨주었습니다. 나는 미팅이 끝나면 로비를 지나야 하는 일이 많아 그 사람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분이 이 호텔의 지배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퇴하고 호텔에서 가방을 들어주는 사람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손님들에게 친절하면서도 위엄이 있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몇 달러를 집어 주어도 그냥 고맙다며 받았습니다. 나는 자존심은 저렇게 세우는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맨해튼 식당의 여종업원이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니 까다로운 사람도 많고 또 예의 없는 손님도 많이 겪게 됩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모든 것을 감수하고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문제였습니다. 남편은 한국의 S 대학 졸업생인데 미국에 오니 영어도 안 되고 자기 눈높이의 직업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집에만 있게 되고 가사를 돌보아야 하고 애들을 돌봐야 하고 늦게 오는 부인에게 의처증만 생겼습니다. 결국은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전공의를 하고 외과 전문의로 외과 과장까지 하다가 미국으로 왔습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인턴을 했습니다. 먼저 미국에 온 후배들의 밑에서 일을 하면서 자존심을 상하는 일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욥기를 읽었습니다. 욥 같은 부자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돗자리에 앉아 깨진 기왓장으로 헌데를 긁고 있었다는데 내가 이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 작은 보따리를 매고 피난길에 오르던 그 마음으로 살자고 생각하니 일을 열심히 하게 되고 일을 열심히 하니 교수님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하이오에 한국 식품점을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부인은 친절하고 손님 대접을 잘하지만 남자는 무뚝뚝하고 불친절하기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거기로 가지 않고 좀 멀기는 하지만 다른 집으로 가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끔 친구들이 골프를 치자고 합니다. 나는 골프를 좋아하지 않지만 연습장에 나가서 채를 휘두르는 연습을 하곤 합니다. 한번 친구들이 보고는 “야 너 그만하면 잘 친다. 이제 좀 자주 치자”라고 친구들이 끼워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골프 클럽의 그립을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 오다가다 간판을 보아둔 골프점에 골프채를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마침 부인이 진열장 정리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여기서 골프채 그립을 바꿔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분은 나를 보더니 무엇이 화가 났는지 “우리는 그런 거 안 해요” 하고는 돌아서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무안해서 나왔습니다. ‘우리는 그런 거는 안 해요’라면 골프상점에서 무얼 하나요. “내가 여기서 진열장을 정리하고 있으니 내가 이런 거나 하고 살 사람 같아요”하고 쏘아붙이는 것입니까. 그러면 손님은 그런 소리나 들으려 당신 가게에 오라는 것입니까.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자격지심 자존심 때문 한국 식품점 오래전 시카고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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