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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

“모든 것을 나누어 가지세요. 공정하게 플레이하세요. 사람을 때리지 마십시오.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다시 놓아두세요. 자신이 어지른 것은 자신이 치우세요. 내것이 아닌 것은 가져 가지 마십시오.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세요.     식사하기 전에 손을 씻으십시오. 화장실에서는 반드시 물을 내리세요. 따뜻한 쿠키와 차가운 우유가 몸에 좋습니다. 균형 잡힌 삶을 살아보세요. 매일 배우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일하세요.     매일 오후에는 낮잠을 자세요. 밖에 나갈 때에는 차를 조심하고, 손을 잡고, 같이 다녀야 합니다. 경이로운 마음을 잃지 마세요. 스티로폼 컵에 담긴 작은 씨앗을 기억하세요. 뿌리가 내려가고 식물이 자라는데, 그 방법이나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우리 모두는 그렇습니다. 금붕어, 햄스터, 흰쥐, 심지어 스티로폼 컵에 담긴 작은 씨앗까지 모두 죽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다음 Dick-and-Jane 책과 당신이 배운 첫 번째 단어, 즉 가장 큰 단어인 LOOK을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황금률과 사랑과 기본적인 위생. 생태학, 정치, 평등, 건전한 삶 등.     전 세계가 매일 오후 3시쯤 쿠키와 우유를 먹은 다음 담요를 덮고 낮잠을 잔다면 얼마나 더 나은 세상이 될까요. 또는 모든 정부가 항상 물건을 원래 위치에 되돌려 놓고, 엉망진창을 정리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삼고 있다면 말이죠.     그리고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여전히 사실인 것은, 세상에 나갈 때는 손을 잡고 함께 뭉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목사였던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이 어느 유치원 입학식에서 한 연설이다. 이 단순해 보이지만 중요한 삶의 기본이 되는 원리들에 대한 이 연설로부터 세계적 베스트셀러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가 탄생했다. 이 책은 1988년 출간 이래 34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였고, 거의 2년간 베스트셀러 리스트였다. 지금까지 103개국, 31개 언어로 번역되어 1700만부나 팔리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삶의 원칙들을 담은 작은 책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이들이 우리가 살면서 계속 실천하고 다시 배워야하는 아주 중요한 원칙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눌 줄 알고, 페어플레이를 하고, 남을 해롭게 하지 않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는 자신이 해결하고, 미안할 때는 사과하는 것, 이것은 다섯 살 유치원생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항상 해야 하는 일이니까. 우리 모두는 더 자주 손을 잡아야 하고, 우리도 언젠가 죽는 것을 기억하고, 매일 배우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일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 책 작가의 말대로, “전 세계가 매일 오후 3시쯤 쿠키와 우유를 먹은 다음 담요를 덮고 낮잠을 잔다면, 또는 모든 정부가 항상 물건을 원래 위치에 되돌려 놓고 엉망진창을 정리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삼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 얼마나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유치원에서 배운대로 살아가는 2025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유치원 유치원 입학식 세계적 베스트셀러 기본 정책

2024-12-25

[이 아침에] 살 맛 죽을 맛, 살아있는 동안

여왕도 죽는다. 중국을 통일하고 평생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제도 죽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유명한 사람, 권력 있는 사람, 별 볼 일 없는 사람, 산 사람은  모두 죽는다. 삶의 높낮이와 길이가 천차만별이라 해도 늙는 것과 죽는다는 사실 만큼은 공평하다.     끝을 재보지 않으면 생의 길고 짧음은 가늠하기 힘들다. 살아온 흔적을 훑어봐도 잘 살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 행복해 보였던 사람이 지옥 같은 고통에서 살았을 수도 있고 비천해 보이는 삶이 황홀한 이름다움일 수 있다.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생을 미사여구나 미련한 비판으로 요약해 평가하기는 힘들다.   새집으로 이사 온 후 텃밭과 마당 가꾸기에 골몰했다. 허리 굽혀 땅을 파고 머리 들고 하늘 올려보며 난생처음 호젓한 기쁨을 만끽한다.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고 가꾸고 물주며 다음날 얼마나 자랐는지 키를 재는 일은 아이들 키울 때처럼 즐겁다.     동네 산책하며 이웃에 핀 크고 탐스러운 수국을 살펴본다. 수국은 초여름에서 무더운 여름 중순까지 피는데 흰색, 보라색, 옅은 노란빛을 온몸에 감고 왕관 쓴 여왕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내년 봄 뒤뜰에 심을 생각을 했는데 마음이 변했다. 가을의 문턱에 닿자 수국은 고고했던 자태를 꺾고 커다란 잎이 누렇게 변해간다. 작은 꽃송이들은 시들면 바람에 날려가거나 땅에 떨어지는데 수국은 꽃이 너무  커서 잘라주지 않으면 한겨울 내내 죽은 잎들을 장송곡처럼 매달고 겨울을 버틸 것이다. 크고 화려한 것들의 죽음은 작고 소박한 작별보다 흉하고 잔인하다.         피자 사러 큰길 피해 한가한 샛길로 빠졌는데 후진하는 커다란 트럭 한 대가 내 차를 박을 뻔했다. 몇 초만 늦거나 빨랐어도 삶과 죽음이 달라졌을 것이다.   운명을 믿는다. 좋은 것만 골라서 믿기로 한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땅, 머리 위에 펼쳐진 하늘과 가는 목 산들거리는 코스모스 향기도 믿을 게 못 된다. 고통과 절망을 등에 업고 목숨 붙어있는 동안 미지의 길 따라 쓰러질 때까지 걷기를 계속할 뿐이다.     나이 들면서 죽음을 맞는 일이 많아졌다. 축하파티보다 병문안과 장례식 초대를 더 받는다. 찬란하고 빛나는 시간 동안 가장 사랑하는 세 사람을 떠나 보냈다.     세월은 마른하늘에 쏟아지는 장대비처럼 후딱 지나갔다. 눈먼 사랑에 빠져 약혼식, 결혼식 거쳐 베이비샤워로 선물 폭탄 받으며 애 셋을 출산했다. 인생의 화려한 봄날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돌잔치 서로 초대하고 입학식, 졸업식 잔치한 게 어제 같은데…. 그 세월 진초록으로 물오른 우람한 나무 뒤로 버티는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둥지 떠나는 애들 기숙사로 들여보내며 부둥켜안고 울었다. 제 짝 만나 결혼하고 손주들 유치원 입학 소식을 듣는다.     이젠 비발디의 사계절을 듣지 않는다. 봄 여름이 지나간, 남은 계절의 슬픔을 누르며 낭만이 흐르는 쇼팽의 야상곡을 듣는다. 단순하고 서정적이면서 감미롭게 격정을 잠재우는 녹턴(Nocturne)은 생의 아픈 마디를 건반으로 누르듯 반복되는 피아노의 경쾌한 박자로 애절하고 따스하게 가슴을 울린다. .     인생은 접어서 버릴 일기장이 아니다. 포기는 없다. 잠시 멈춤이 있을 뿐이다. 살 맛 죽을 맛 사이를 오락가락해도 살아있는 동안 희망의 끈 놓지 않는다. 이기희 / Q7 Fine Art 대표·작가이 아침에 입학식 졸업식 약혼식 결혼식 장례식 초대

2022-10-16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살 맛 죽을 맛, 살아있는 동안

여왕도 죽는다. 중국을 통일하고 평생 불로초를 찿아 헤매던 진시황제도 죽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유명한 사람, 귄력 있는 사람, 별 볼일 없는 사람, 산 사람은 모두 죽는다. 삶의 높낮이와 길이가 천차만별이라 해도 늙는 것과 죽는다는 사실만큼은 공평하다.       끝을 재보지 않으면 생의 길고 짧음은 가늠하기 힘들다. 살아온 흔적을 훑어봐도 잘 살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 행복해 보였던 사람이 지옥 같은 고통에서 살았을 수도 있고 비천해 보이는 삶이 황홀한 이름다움일 수 있다.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생을 미사여구나 미련한 비판으로 요약해 평가하기는 힘들다.   새 집으로 이사온 후 텃밭과 마당 가꾸기에 골몰했다. 허리 굽혀 땅을 파고 머리 들고 하늘 올려보며 난생 처음 호젓한 기쁨을 만끽한다. 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고 가꾸고 물주며 다음날 얼마나 자랐는지 키를 재는 일은 아이들 키울 때처럼 즐겁다.     동네 산책하며 이웃에 핀 크고 탐스런 수국을 살펴본다. 수국은 초여름에서 무더운 여름 중순까지 피는데 흰색 보라색 옅은 노랑색을 온몸에 감고 왕관 쓴 여왕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내년 봄 뒤뜰에 심을 생각을 했는데 마음이 변했다. 가을의 문턱에 닿자 수국은 고고했던 자태를 꺾고 커다란 잎이 누렇게 변해간다. 작은 꽃송이들은 시들면 바람에 날려가거나 땅에 떨어지는데 수국은 꽃이 너무 커서 잘라주지 않으면 한겨울 내내 죽은 잎들을 장송곡처럼 매달고 겨울을 버틸 것이다. 크고 화려한 것들의 죽음은 작고 소박한 작별보다 흉하고 잔인하다.       피자 사러 큰 길 피해 한가한 샛길로 빠졌는데 후진하는 커다란 트럭 한대가 내 차를 박을 뻔 했다. 몇 초만 늦거나 빨랐어도 삶과 죽음이 달라졌을 것이다.   운명을 믿는다. 좋은 것만 골라서 믿기로 한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땅, 머리 위에 펼쳐진 하늘과 가는 목 산들거리는 코스모스 향기도 믿을 게 못 된다. 고통과 절망을 등에 업고 목숨 붙어있는 동안 미지의 길 따라 쓰러질 때까지 걷기를 계속할 뿐이다.     나이 들면서 죽음을 맞는 일이 많아졌다. 축하파티 보다 병문안과 장례식 초대를 더 받는다. 찬란하고 빛나는 시간 동안 가장 사랑하는 세 사람을 떠나 보냈다.     세월은 마른 하늘에 쏟아지는 장대비처럼 후딱 지나갔다. 눈 먼 사랑에 빠져 약혼식 결혼식 거쳐 베이비샤워로 선물 폭탄 받으며 애 셋을 출산했다. 인생의 화려한 봄날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돌잔치 서로 초대하고 입학식 졸업식 잔치한 게 어제 같은데… 그 세월 진초록으로 물오른 우람한 나무 뒤로 버티는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둥지 떠나는 애들 기숙사로 들여보내며 부둥켜안고 울었다. 제 짝 만나 결혼하고 손주들 유치원 입학 소식을 듣는다.     이젠 비발디의 사계절을 듣지 않는다. 봄 여름이 지나간, 남은 계절의 슬픔을 누르며 낭만이 흐르는 쇼팽의 야상곡을 듣는다. 단순하고 서정적이면서 감미롭게 격정을 잠재우는 녹턴(Nocturne)은 생의 아픈 마디를 건반으로 누르듯 반복되는 피아노의 경쾌한 박자로 애절하고 따스하게 가슴을 울린다.     인생은 접어서 버릴 일기장이 아니다. 포기는 없다. 잠시 멈춤이 있을 뿐이다. 살 맛 죽을 맛 사이를 오락가락 해도 살아있는 동안 희망의 끈 놓지 않는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입학식 졸업식 약혼식 결혼식 장례식 초대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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