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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일체유심조

겨울을 지내야 푸른 솔의 지조를 알 수 있듯이 사람도 어려운 상황일 때 그 본색을 드러내고 그 지조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승가에서는 천상인간과 지옥 중생에게 똑같은 상황을 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가르침이 있다. 지옥에 있는 중생들에게 도저히 길어서 먹을 수 없는 숟가락을 주었더니 서로서로 먹겠다고 다툼이 일어나는 바람에 서로 먹지도 못하고 다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다. 다시 똑같은 숟가락을 천상인간들에게 주었더니 스스로 먹기에는 너무 길어서 힘이 들므로 서로 상대방을 먹여주면서 모두 행복하게 잘 먹더라는 이야기이다.    원효 대사가 공부하려고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산속에서 밤에 목이 말라 바가지에 담긴 물을 먹었다. 아침에 보니 그것이 해골에 담긴 물이라는 걸 알고 구역질을 하게 된다. “해골에 담긴 물은 어젯밤이나 오늘이나 똑같은데 어이하여 어제는 다디단 물이었던 것이 오늘은 구역질을 나게 하는가. 어제와 오늘 사이에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일 뿐이다. 진리는 결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안에 있구나.”    원효 대사는 큰 깨달음을 얻어 당나라 유학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일체유심조는 〈화엄경〉의 핵심사상을 이루는 말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뜻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지혜와 덕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가르침이다. 이렇듯 똑같은 상황이라도 우리가 마음 쓰기 여하에 따라 한순간에 지옥도 생겨날 수 있고 천상도 만들 수 있다.     낙엽 지는 호숫가에서 첫사랑을 속삭였던 이는 물만 보면 다정하고 아름다운 감정이 솟구친다. 즉 물에 대한 객관적이고 교과서적인 해석은 존재할 수 없다. 물은 결국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 견딜 수 없는 고통과 미움에 시달리는 이가 있다면, 옛 기억을 떠올려 보자. 죽을 것만 같았던 그 고통의 시간이 지금 와서 생각하면 모두 부질없는 번뇌 망상이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지금의 현실도 언젠가는 추억이 될 따름이다. 문제는 고통이 아니라,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상념의 차이다.      일체유심조의 사례를 보면 삶의 중요한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동일한 주체가 공통적으로 ‘마음의 정리’가 전제된다는 점이다. 하는 일이 지지부진하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행동반경도 줄어들고 생각 또한 어두워진다. 마음의 정리가 밝지 못하니 처세 또한 소극적이 된다. 그러다 생각지 않은 곳에서 극적으로 좋은 소식이 오면 상황은 급반전된다. 주체는 동일한데 단지 마음의 정리가 달랐을 뿐이다.      그러니 일이 잘 안 돤다고 안달복달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아내의 바가지에 괴로워하지 말라. 그것은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상사의 꾸지람에 노여워하지 말라. 그것은 내게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기 때문이다. 길이 막힌다고 화내지 말라. 그것은 내게 자동차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공부 못한다고 혼내지 말라. 그것은 내게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다고 한탄하지 말라. 그것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지금 어렵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 그것은 나중에 인생의 할 말을 당신에게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 것이다. 아름다운 면으로 보면, 여전히 세상은 따스하다. 문제는 어느 쪽에 악센트를 두는가 하는 점이다. 시인 이채는 그의 시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 내가 잡초가 되기 싫으니 / 그대를 꽃으로 볼일이로다 //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없는 이 없으되 / 누구의 눈에 들어가기는 힘들어도 / 그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더라 // 귀가 얇은 자는 /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 귀가 두꺼운 자는 /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 생각이 깊은 자여 /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 //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 그대의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바람이 날카로운 것은 내 마음이 어수선한 탓이요 바람이 부드러운 것은 내 마음이 평화로운 탓이리. 사랑도 미움도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모두 한 길 마음에 달렸으되 맑지 못하니 스스로 고요하지 못하고 깊지 못하니 스스로 시끄러울 뿐이다. 행복은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 주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덕분입니다'로 대하게 되면 그곳이 어디든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천국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을 천국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음은 넓게 쓰면 온 우주를 다 덮을 수 있지만 좁게 쓰면 바늘 하나 꽂을 구멍도 안 생기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 마음은 팔 수도 살 수도 없지만 줄 수는 있는 보물이며, 아무리 퍼 주어도 줄지 않는 것이 또한 마음이다. 우리의 마음은 바로 육체와 영혼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로서 마음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바깥으로 나타나면 행동이 된다. 결국 내 생각은 조건화된 내 주관일 뿐이다. 괴롭다, 행복하다 등의 느낌은 단지 상황에 따라 일으키는 내 생각일 뿐이다.      세상 살아가는 일 많이 복잡한 것 같아도 나이 팔십을 넘고 보니 이제 좀 알 것 같다. 인생이란 본디 마음 농사짓는 일,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 잘 가꾸어 가는 일이라는 걸. 사랑과 우정 삶의 기쁨과 행복과 보람, 따뜻한 이해와 용서도 결국 마음의 일이 아닌가.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에 이제 얼마쯤 남았을 나의 생, 거추장스러운 것 미련 없이 가지치기하고 그저 마음의 집 하나 정성껏 지어야겠다.   해가 갈수록 더해지는 육체의 나이는 어쩔 수 없지만 마음만은 영원히 젊어야 한다. 육체의 눈은 나이가 들수록 어두워지지만 마음의 눈은 다르다. 이를 사리 분별력 또는 지혜라고 해도 좋다. 세상을 보는 눈을 밝게 갖도록 애쓰자. 그리고 가급적 내 말은 줄이고 남의 말 많이 듣자. 다만 행동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이야말로 멋지게 늙어가는 자세가 아닐까. 김건흡 / MDC시니어센터 회원일체유심조 생각 우리들 마음속 마음 하나 지옥 중생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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