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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액션, 실망스러운 짜임새

오늘 밤 잠이 들었다가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본 일이 있는가.     2003년 ‘올드보이’가 서구 사회에 한국 영화의 ‘광기’를 처음 소개한 이후, 서구의 관객들은 항상 한발 앞서 나가는 한국 영화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그 ‘창의적 광기’의 장엄함에 경외심을 표해 왔다. 존 우 감독이 보여주던 홍콩 누아르의 광기에 비하여 한국의 스릴러들이 지닌 또 다른 그 무엇을 그들은 진작에 알아차렸다.     ‘유체 이탈자’의 광기는 보다 본격적이다. 액션물로서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광기라는 면에서 다분히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트랜스포머’, ‘GI조’를 제작한 로렌조 보나벤추라가 리메이크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한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의식을 잃어버린다. 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더욱 기이한 건, 그가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무장한 남자들에게 쫓기고 자정이 되면 또 다시 변신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낯선 얼굴과 신분증의 생소한 이름. 도대체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 모두가 혈안이 되어 그를 쫓고 있다. 그는 결국 6번의 변신을 거치면서 자신이 국가 정보 요원 강이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부터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     ‘심장이 뛴다’의 윤재근 감독이 연출한 ‘유체 이탈자’는 ‘범죄도시’(2017)의 제작진과 윤계상이 다시 팀워크를 이루어 만들어 낸 기억상실 스릴러다. 기억 장애가 있는 주인공의 신체가 바뀌는 설정은 ‘본 아이덴티티(Bourne Identity, 2002)'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윤재근 감독은 12시간마다 영혼이 다른 몸으로 옮겨가는 주인공의 곤혹스러움을 무려 6번이나 반복해서 사용한다. 처음엔 멋진 속임수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방향 감각의 상실이다.     윤계상의 대사는 많이 어색하다. 대신 액션에 치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역 없이 롱테이크로 액션을 찍은 점이 눈에 띈다. 잃어버린 기억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은 현실이면서도 상상인 듯 몽환적으로 처리했다.     미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에 기대하는 수준치가 많이 높아졌다. 그들은 고유한 한국적 독창성을 지닌 작품을 기대한다. ‘유체 이탈자’는 숙련된 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근래 미국에 소개된 한국영화들에 비해 엉성한 면이 없지 않다. 매끄럽지 않은 SF영화로 장르를 이탈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이탈자 영화 유체

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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