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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원자의 얼개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가 원자라는 생각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데모크리스토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소크라테스와 거의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철학자인데 우리 눈에 모이는 모든 사물을 아주 작게 쪼개면 결국 원자가 된다고 했다. 이 세상은 그런 원자가 이리저리 모여서 산도 되고 사람 몸도 이룬다는 엄청난 생각이다. 물론 관찰과 실험을 통하지 않은 철학적 이론이었지만 그 당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18세기가 끝나갈 무렵 영국의 존 돌턴이 원자설을 발표하여 근대 화학의 기초를 만들었다. 물론 나중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의 이론은 수정되었다.     그는 원자를 더는 쪼갤 수 없다고 했는데 얼마 후에 원자핵 속에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발견되었고, 원자는 절대로 다른 원자로 바뀔 수 없다고 했는데 핵분열이나 핵융합으로 다른 원자로 바뀌었으며, 원자의 질량은 보존된다고 했는데 화학적 성질은 같고 물리적 질량이 다른 동위원소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897년 영국의 조지프 톰슨은 음극선이 음전하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톰슨이 음극선을 연구하다 발견한 미립자에 나중에 전자라는 이름 붙여졌다.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양의 전하를 갖는 몸체 속에 음의 전하를 갖는 전자가 곳곳에 분포해있는, 마치 건포도가 여기저기 박혀있는 빵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원자 모형을 추측했다.   그 당시 톰슨의 제자였던 어니스트 러더포드는 알파선을 연구하고 있었다. 알파선은 전자보다 약 8,000배나 무거웠기 때문에 원자에 쏘이면 모든 것을 밀어버리고 그냥 지나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혹시나 원자 속에 무엇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 일을 자신의 제자였던 한스 가이거에게 시켰다.     만 번 시도하면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지루한 실험이었지만 충직한 제자는 만사를 제쳐두고 매달린 결과 알파선이 무엇인가에 맞아 튀어나오는 일을 목격했다. 양전하를 가진 알파선을 밀어냈으니 그것 역시 양전기를 띤 큰 덩어리였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원자는 중앙에 양전하를 띤 무엇인가 있고 그 주위에 음전하를 띤 전자가 분포한다는 원자 모형을 상상했다.     한스 가이거는 나중에 방사능을 탐지하는 가이거 계수기를 발명하여 스승만큼 유명해졌다. 러더포드의 원자 모형은 원자 전체의 무게와 거의 맞먹는 양전하 덩어리가 원자 중앙에 위치하고 그 주위를 음전하를 띤 전자가 돌고 있으며 그사이의 공간은 진공이다. 몇 년 후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그 양전하 덩어리에 원자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13년 닐스 보어가 원자는 그 중앙에 원자 질량의 거의 모두를 차지하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상대적으로 가벼운 전자가 마치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자신만의 특정 궤도를 돌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러더포드에 의해서 확립된 우리 태양계를 닮은 원자 모형을 보어는 전자의 궤도가 불연속적인 점에 착안하여 양자역학이란 그 당시 좀 엉뚱한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므로 전자는 특정한 위치가 없으며 원자핵 주위에 구름처럼 퍼진 상태다. 전자구름이 짙은 곳이 전자의 위치라고 여겼다. 이처럼 전자 같은 입자는 그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양자역학은 여기서 시작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원자 원자핵 주위 원자 모형 원자 질량

2024-05-1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불확정성의 원리

우선 제목만 보고 이 글 읽기를 포기할지 모른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할 일도 많은데 뜬금없이 불확정성의 원리라니,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학문이란 원래 쉬운 지식을 공연히 복잡하고 어렵게 포장해서 우리를 애먹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양자역학이란 엄청난 이론을 떠받치고 있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정체나 살펴보기로 하자. 알고 나면 참 별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에 원자를 다루는 미시세계가 밝혀지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원자의 세계에서는 뉴턴의 운동 법칙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구와 달은 물론, 태양계의 모든 행성의 움직임, 나아가서는 우주의 모든 운행에 철석같이 맞아떨어졌던 뉴턴역학이 원자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가 하나인 핵 주위를 전자가 공전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지구를 중심으로 인공위성이 돌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거시 세계에서는 인공위성의 속도를 높이면 고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속도를 높여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전자는 순간적으로 다른 궤도로 옮아갔다. 유식한 말로 양자 도약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의 위치를 알면 속도가 불분명해지고, 반대로 속도를 파악하고 나면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소위 고전역학이라고 부르는 뉴턴역학에 익숙한 일반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때 혜성과 같이 나타난 사람이 바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였다. 31살의 젊은 청년이었던 그는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이론으로 원자 세계에서 일어난 이런 이상한 현상을 해결해 버렸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하이젠베르크에 따르면 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그 속도를 알면 위치를 알 수 없고, 위치를 알면 속도를 알 수 없다. 마치 우리가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볼 수 없는 것처럼 미시세계에서는 전자의 움직임과 속도를 동시에 파악할 수 없었다. 이런 사실을 학문적으로 멋들어지게 표현한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다. 전자의 공전 궤도가 그렇게 멋대로인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양자역학이고, 전자의 그런 엉뚱한 운동을 대변한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다.   이때 딴지를 건 사람이 바로 고양이 사고실험으로 유명한 슈뢰딩거였다.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이란 신종 엉터리 학문을 어떻게 해서라도 뒤집고 싶어서 고양이 사고실험을 했지만, 그 실험은 오히려 양자역학을 대변하는 실험이 돼버렸고, 파동방정식이란 수학 공식을 만들어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에서 나온 답과 같았다. 같은 현상을 정 반대 각도에서 접근했는데 똑같은 해를 얻었다.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에 원자 안에서 전자가 위치한 곳이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고 확률에 의한 전자구름으로 보였다. 구름이 짙으면 그곳에 전자가 있을 확률이 높을 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질량을 가진 전자는 엄연한 입자다. 그런데 일단의 신진 과학자들은 그런 전자도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고 하며 '양자'라는 아예 새로운 이름으로 불렀다. 양자역학이 막 태동하는 순간이었고 이 새로운 이론을 잘 설명한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불확정성 원리 원리 때문 원자 세계 고양이 사고실험

2024-01-2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의 기본 원소

대폭발로 인해서 생긴 공간에는 그저 에너지만 충만할 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빅뱅으로 생긴 공간에 가득한 에너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질량 등가의 원리에 따라 질량을 가진 물질로 변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상전이 현상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수증기가 물로, 그리고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것처럼 그 물리적 성질의 일부가 바뀌는 것을 뜻한다.     맨 처음 에너지로부터 변환된 물질은 양성자와 중성자였다. 그런데 불안정한 상태의 중성자가 바로 깨지면서 생겨난 전자가 양성자와 결합하여 수소 원자가 되었다. 그런 수소 원자는 중성자가 빠져서 가벼우므로 경수소라고 하는데 우주에 가장 흔한 원소다.     그러는 동안 공간이 팽창하여 온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져서 드디어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하여 제대로 핵자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때 비로소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한 핵자를 가진 중수소가 생겨났고 중수소는 빅뱅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원소이므로 중수소의 존재는 빅뱅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렇게 경수소에 중성자 하나가 결합하여 중수소가 되는데 그 둘은 동위원소여서 질량만 다를 뿐 화학적 특성이 같다. 중수소는 항성의 핵융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소는 원소주기율표의 가장 첫 번째 원소이다. 가장 먼저 만들어져서 원자 번호 1번이 아니라 양성자가 하나이기 때문이다. 원자핵 속의 양성자의 수를 원자 번호로 정했기 때문에 원자 번호는 양성자의 수와 같다. 양성자는 +전하이고 자신과 같은 수의 중성자와 결합하여 원자핵을 이루는데 중성자는 전하가 없어서 주변을 떠도는 -전하를 갖는 전자를 붙잡아 전기적으로 안정을 이룬다. 그렇게 양성자 하나, 중성자 하나, 그리고 그 주변을 도는 전자 하나가 모여서 수소라는 원자가 된다.   양성자가 두 개가 되면 당연히 중성자도 둘이 모인다. 그 둘은 항상 쌍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기적으로 안정되려면 전자도 둘이 필요한데 그렇게 만들어진 원소는 주기율표에서 2번인 헬륨이다. 빅뱅 직후 대폭발로 인한 공간은 그 온도와 밀도가 너무 높아서 이미 합성된 수소 원자핵이 고온과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양성자와 중성자를 하나씩 더 포획하고 전자 하나를 더 붙잡아서 헬륨 원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난 후에 공간 전체의 온도와 밀도가 임계치 아래로 떨어지게 되자 원자 합성은 그 상태로 끝이 난다. 그때 공간은 75% 정도의 수소와 25%의 헬륨으로 채워지게 되었고 우리는 그 공간을 우주라고 이름 붙였다.   원자 번호 3번부터는 별에서 만들어지는데 제26번 철까지 만들어지면 끝이다. 수명이 다한 별은 그 무게에 따라 다른 종말을 맞는데 별의 질량이 태양의 두 배에 못 미치는 작은 별들은 연료인 수소가 떨어져서 핵융합이 멈추면 백색왜성이 되어 천천히 식어간다. 별의 질량이 태양의 5배가 넘는 아주 큰 별들은 탄소 융합 과정을 거치며 초신성이 되어 은하 규모로 폭발한다. 그때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며 그 파편을 아주 멀리 흩뿌리는데 원자 번호 92번 우라늄까지 만들며 생을 마친다. 그러므로 우주에는 총 92개의 기본 원소가 존재하며 수소와 헬륨 일부를 빼놓고 모두 별이 만들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기본 수소 원자핵 기본 원소가 원자 번호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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