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원소주기율표
취미로 무엇을 수집하다가 물건이 하나 둘 늘어나면 그것을 정리하기 위해서 서로 관계되는 것끼리 모은다. 19세기 중엽 러시아의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혼자서 카드 게임을 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는 우리의 화투 떼기 같은 것을 했는데 그동안 발견된 원소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원소에도 카드 게임처럼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원소의 질량이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순으로 배열하다 보니 어떤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다는 것을 알았다. 빙고! 비록 원소의 질량에 의한 분류였지만 멘델레예프는 최초로 원소주기율표를 만들었다. 군데군데 빈 자리가 있었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 자리였고 그는 하나 둘 그 빈칸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니켈과 코발트에 이르러 공식에 맞지 않게 되자 나중에 영국의 물리학자 모즐리가 원소의 핵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 개수의 순서대로 늘어놓아 그 문제를 해결했다. 모즐리는 원자의 모형을 현대식으로 추측한 러더포드의 제자였는데 음극선을 각 원소의 핵에 쐈을 때 발생하는 X선 진동수의 제곱근이 원자번호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쯤 되면 상당한 수학이다. 원래 모즐리는 생물학자였는데 수학을 잘하자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원자핵 속의 전하량, 즉 양성자의 수라는 사실을 발견하여 과학사에 큰 획을 그었지만, 지금은 멘델레예프의 그늘에 가려 누가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양성자 수에 의해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새로운 원소주기율표가 완성되었는데 바로 영국의 헨리 모즐리의 업적이다.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이 공로로 노벨상 후보에는 올랐으나 정작 상을 받지는 못했다. 사각형 모양의 주기율표에 원소는 번호순으로 나열되어 있는데 성질이 비슷한 것들이 주기적으로 배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기율표 사각형은 기본적으로 총 7열, 18행으로 구성되는데 열은 주기라고 하고 행은 족이라고 부른다. 원소는 기체, 액체, 고체의 상태로 존재하며 금속원소도 있고 금속이 아닌 비금속 원소도 있다. 여기서 원자와 원소의 뜻 차이를 살펴본다. 같은 것을 일컫는 말이지만 모양이나 개수를 말할 때는 원자라고 하고, 종류를 이야기할 때는 원소라고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기본 원소 92개를 포함해서 총 118개다. 전기의 성질상 같은 +전기와 +전기끼리는 서로 밀어내는 데 이를 척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양성자가 한 개인 수소 원자 두 개를 붙여서 양성자가 두 개인 헬륨 원소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각각의 수소 원자핵 속의 양성자는 서로 +전하를 갖기 때문에 반발하려는 척력이 생긴다. 이 척력을 이기고 억지로 여러 양성자를 하나의 핵 속에 묶으려면 엄청나게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므로 다른 원소가 만들어지려면 빅뱅 때나 초신성 폭발, 혹은 별의 내부와 같은 우주적인 요인이 주를 이룬다. 아직도 원소주기율표에 대한 논쟁거리는 남아있는데 화학으로 밥 먹고 살지 않는 불쌍한 수험생들이 총 118개나 되는 원소를 순서대로 다 외어야 하는가다. 혹자는 원자번호 1번 수소(H)에서 20번 칼슘(Ca)까지만 알면 된다고 한다. 어쨌든 한국에서 입학시험 공부를 했던 사람들에게 원소주기율표는 악몽이었다. (작가) 박종진원소주기율표 박종진 수소 원자핵 과학 이야기 비금속 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