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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동포사회를 하직할까 안타까운 음력 설

오늘이 양력으로 2023년 1월 21일! 음력으로 임인년 섣달 그믐날이고 내일이 계묘년 ‘설’날이다. 양·음력 사이가 불과 22일에 불과한 경우다. 몇 년 못 가 양·음력이 바뀌어 음력 오뉴월에 흰 눈이 내리거나 추석에 파종하라는 등의 농가달력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선조들이 지혜를 발휘하여 몇 년에 한 번씩 윤달을 넣어 시간의 흐름을 조정했는데 올 2월이 이에 해당한다. 이유는 음력은 달이 차고 기우는 시간을 29.530일로 기준으로 하는데 그렇다 보니 일 년이 354.37일에 불과해 지구의 공전주기인 365.24일에 약 11일 정도 모자라면서다.   전통적으로 설의 시작은 Eve 즉 섣달 그믐날인 오늘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아침 어른들은 안방 미닫이 넘어 장롱, 서랍, 가구들은 물론 신주 옹기까지 모두 대청마루로 옮긴 뒤 작년 이후 겹겹이 쌓인 먼지, 쓰레기, 쥐똥 같은 것들을 깨끗이 쓸어낸다. 그런 뒤 방의 돗자리를 걷어 바깥 양지에 말리고 황토를 이겨 온돌 구들 틈새나 벽의 쥐구멍을 막아 침투하는 연기의 원천을 막는다.   설 명절이 사람의 축제이지만 소, 돼지, 닭 같은 가축에게도 호사다. 이날 짐승들의 침실인 마구간의 젖은 짚들이 보숭보숭한 새 이불로 바뀌고 멍석 커튼들이 달리어 엄동설한의 찬바람을 피하게 해준다. 이후 어른들은 삽과 괭이, 굵은 싸리비로 마루 밑이며 마당, 창고, 뒤뜰은 물론 사립문 넘어 동구 밖까지 장마에 드러난 돌부리와 잡풀들을 제거하면서 분주했던 낮 일과가 얼추 마무리된다. 오늘 하루 아이들 또한 발에 땀이 나게 바쁜데 주로 이웃의 빌린 돈이며 쌀, 계란은 물론 낫, 톱, 망치 같은 연장들을 반납하라는 어른들의 심부름으로 인해서다.   이제 남은 중요행사, 가족의 목욕재계다. 산뜻하게 맞이해야 할 새해! 여름 이후 묵히다 싶이한 몸의 때를 지닌 채 설을 맞이함은 어불성설이어서다. 시설이야 헛간이나 골방에 항아리와 수세미, 비누를 비치함이 전부다. 순서는 보통 아이들부터 시작되는데 이때 어른들은 속옷 포함 입던 옷을 바깥 추위에 던져 이, 벼룩 같은 것을 동사케 하라는 통쾌한 훈수를 하신다.     목욕 후 아이들이 발가벗은 채 아! 추워를 반복하며 방으로 뛰어들면 어느새 어머니는 아랫목에서 기분 좋게덮인 새 솜으로 지은 무명바지, 저고리를 꺼내어 입히시고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을에 송아지 팔아 만든 깔깔한 1000원짜리 지폐 뭉치를 꺼내 ‘돈을 많이 품고 자야 명이 길어진다’는 덕담과 함께 품에 밀어 넣어 주신다.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이자 이날의 피날레! 엿 썰기 시간이 온다.   엿을 만드는 일은 대략 자정 무렵인데 아이들이 그 시각까지잠을 안 자겠다는 다짐은 잠귀신으로 인해 대개 허언이기 일쑤다. 그리고 설날 아침! 엿 제작의 현장을 미스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향해 어른들은 “눈썹이 하얗게 휘어졌다”며 “먼저 거울부터 보라”고 놀렸던 이중고를 격은 ‘설 Eve’가 끝났다.   내일은 2600만명이 민족대이동을 한다는 수천 년 전통의 설 명절이다. 그러나 이곳 동포사회는 너무 조용하다. 추억의 설 이야기조차 전혀 공감대를 얻을 수 없는 격세지감이 시간이 가면서 우리 곁에서 ‘설’을 영영 빼앗아갈까 아쉽고 안타깝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동포사회 하직 음력 오뉴월 음력 사이 섣달 그믐날인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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