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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열역학

열역학이라는 수상한 단어를 분해해 보면, 열(熱)과 힘(力)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學問)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태양에서 나오는 열로부터 시작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발현과 존속도 열 때문에 가능하다. 인류는 불을 발견하여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 모든 동력원이 열을 기반으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역학에는 총 4가지 법칙이 있다고 하는데 전공이 아닌 사람은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제1 법칙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열역학 법칙에는 생뚱맞게도 제0 법칙이란 것이 있다. 원래 열역학 제1 법칙과 제2 법칙이 세상에 소개된 후에 뒤늦게 나온 새 법칙이 논리상으로 이전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0 법칙이라고 이름 짓고 맨 앞에 두었다고 한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면 열이 나는 것은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어서 그렇다. 전열기에 이은 연장선이 뜨거워지는 것은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이렇듯 모든 에너지는 쉽게 열에너지로 변하는 방향성이 있지만, 잘 알다시피 우주의 에너지는 없어지지 않고 보존된다는 대원칙이 있는데 바로 열역학 제1 법칙인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열역학을 이야기할 때 엔트로피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한다. 엔트로피를 억지로 번역하자면 '무질서도' 정도 되는데 '에너지'와 '전환'을 합성한 단어라고 한다. 물과 설탕을 섞어 설탕물이 되는 과정을 예를 들자면, 컵에 든 물속에 막 설탕을 넣었을 때를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라고 하고 시간이 흐르고 물 전체가 고르게 설탕물이 되었을 때를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라고 부르며 이 경우처럼 세상 모든 것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향하게 된다. 이렇게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것을 열역학 제2 법칙이라고 한다.     모든 에너지 중에서 열에너지의 엔트로피가 가장 높으므로 전기나 운동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는 결국 열에너지로 바뀌며 그 반대 과정은 엄청나게 힘들다.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는 이유다.   더운물과 찬물을 섞으면 더운물 온도는 내려가고 찬물 온도는 올라가서 결국 전체 온도가 같아지게 되는데 전문적인 표현으로 열적 평형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쉽고도 당연한 세상 이치를 공연히 어렵고 복잡하게 수식까지 동원해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열역학 제0 법칙으로 불리는 열평형의 법칙이다.   마지막으로 열역학 제3 법칙은 일반 사람이 이해하기 몹시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온도라는 절대 온도 0도라는 것이 있는데 온도가 거기에 가까워지면 엔트로피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덩치가 큰 물체의 움직임을 고전역학에 의해서 추측해 보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하지만 물에 떨어진 먹물이 퍼지는 것처럼 더운 공기가 찬 공기 속에 섞여 나중에는 미지근한 공기가 되는 것 같은 아주 작은 원자나 분자의 움직임을 일일이 추적하는 것은 이론적이든 실제로든 불가능하다. 단지 표본을 추출해서 전체에 적용하는, 즉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 열역학은 통계학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열역학 열역학 법칙 더운물 온도 찬물 온도

2024-06-21

[열린 광장] 열역학 제 2법칙으로 본 이태원 참사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에서 대규모 압사 사건이 발생해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중상 31명, 경상 165명)이 부상을 입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는 핼러윈 행사를 즐기러 온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비좁은 내리막길에 몰리면서 발생했다. 공권력의 통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군중은 사회적 질서보다 물리적 법칙에 따라 유체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 법칙으로 열역학 제 2법칙을 들 수 있겠다.     열역학 제2법칙은 고립계(Isolated System)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현상만 일어나며 감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용해버린 에너지(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를 같은 양의 엔트로피가 낮은 에너지로 다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엔트로피는 변환을 의미하는 뜻으로 모든 계에서 자연적인 변화 과정이 더욱 무질서해질수록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된다고 정의한다. 즉, 무질서도가 크면 클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물컵 속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잉크가 퍼져서 물 전체가 뿌옇게 된다. 하지만 뿌옇게 된 물컵을 가만히 놓아둔다고 해서 뿌옇게 된 물이 맑은 물과 순수한 잉크 한 방울로 스스로 분리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립된 계에서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잉크 한 방울이 번지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보다 물과 섞였을 때의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물과 섞여버린 잉크(무질서한 상태)도 순수한 잉크(질서 있는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선 분리 과정에서 외부 에너지(인위적인 외력)가 투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열역학 제 2법칙은 자연적인 에너지 흐름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법칙이다. 여기서 자연적이라는 것은 인위적인 외력이 작용하지 않았을 때를 의미하며, 이때 에너지는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동한다. 또한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생한다. 특히,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카오스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카오스는 말 그대로 예측하기 힘든 복잡한 운동을 말한다. 군중의 움직임은 대부분 비선형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를 예측하려면 사람들의 숫자, 위치, 속도, 도로 경사 등 초기조건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초기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그 효과는 지수함수에 의해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마침내 예측 불가능한 ‘나비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불행히도 이번 참사의 ‘나비효과’는 유체화된 군중이 비좁은 내리막길로 밀려들면서 밀집도가 계속 높아져 군중 일부가 무너짐으로 인해 대규모 압사로 나타났다. 이것은 무질서도가 갑자기 커지면서 엔트로피가 급속도로 증가한 현상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극도로 무질서한 상태를 질서 있는 상태로 다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이태원 참사는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물리법칙에 의해 일어난 불행한 자연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지 이런 대규모 압사 사건을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위기관리 시스템의 일환으로 적절한 장소와 적절한 시기에 공권력(외부 에너지)을 투입하는 것뿐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열린 광장 열역학 이태원 이태원 참사 이태원 해밀턴 이번 이태원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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