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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에스키모의 나라 - 그린란드

올해 초부터 직장을 파트타임으로 줄이고 여행을 다니고 있다. 여행하면서도 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먼저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삼대 요소는 건강, 시간 그리고 경제적인 능력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맨해튼에서 크루즈를 타고 캐나다 동부 해안선을 따라 노바스코샤(Nova Scotia), 세인트 피에르(St. Pierre), 세인트 존(St. John), 그린란드(Greenland) 그리고 종착지인 아이슬란드(Iceland)까지 14박 15일을 마친 후, 레이캬비크(Reykjavik)에서 따로 2박 3일을 관광한 후에 비행기로 뉴욕에 돌아왔다.     그린란드를 출항해 아이슬란드로 가던 중 승객 한 명이 쓰러져 우선 배 안에서 응급 처치를 한 후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있는 큰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우리 크루즈는 항로를 변경해야만 했다. 캡틴은 방송으로 “한 사람의 생명도 중요하기에 불가피한 선택이므로 모든 승객의 이해를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승객 2348명과 직원 1084명은 엄숙하고 신중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나중에 크루즈 마지막 날 어느 한 승객이 그 환자 한 명 때문에 우리는 배 안에 갇혀 하루를 버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캡틴과 그 승객의 입장 모두 이해가 된다. 환자 처지에서는 사고였으니 사전 방지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승객 중에는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존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행은 건강할 때 다녀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스키모(Eskimo)가 이누이트(Inuit)를 비하하는 용어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야만인을 표현하는 비하 단어로 받아들이며 싫어한다고 한다. 마치 아시안을 오리엔탈로 부르면 저하의 의미가 있듯이 말이다.     많은 환상과 기대를 안고 그린란드의 수도인 누크(Nuuk)에 도착했다. 이 섬은 세계에서 제일 큰 섬이라고 한다. 지리상으로는 북아메리카에, 정치적으로는 덴마크의 속령이므로 국방이나 외교 서안의 권리는 덴마크에 있지만 자국민들은 지하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사법권, 경찰권, 입법권은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원주민은 이누이트이고 1721년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선교사이자 탐험가인 한스 에게데 일행이 탐험하면서 덴마크령이 되었다. 2009년 6월 21일 독립을 선언하면서 덴마크의 지원이 중단되지만 지구 온난화로 개발 가능성이 커진 지하자원을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섬의 81%가 얼음으로 덮여있고 여름 한 철 나무가 자라고 꿀벌과 모기가 많다. 워낙 춥고 살기가 척박한 날씨 때문에 식량은 수입에 의존해 물가가 비싼 편이다. 주요 수출품은 새우, 최근에는 여행산업과 루비와 같은 광물자원을 수출한다.     그린란드의 여름은 2~3주로 짧고 8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백야와 오로라를 보기 위한 관광객으로 붐빈다. 군대는 아예 없고 그린란드인(Inuit)이 85~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예전에 시베리아를 건너온 몽골인종으로 알려져 있다. 언어는 그린란드어와 덴마크어가 공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2009년 독립선언 이후부터는 그린란드어만 공식어이고 덴마크어는 고등교육의 언어로 남아있다.     누크 시내를 돌아보니 가는 곳마다 아파트와 상업용 건축 붐이 일고 있었다. 조그마한 아웃렛 쇼핑몰도 있고 슈퍼마켓도 있어 전혀 얼음의 나라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특산품점에서는 가죽 표피로 만든 외투와 울로 짠 스웨터들, 부츠, 가죽 모자들이 있었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해안가에서는 세 여인이 물개 가죽을 손질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고급 부츠가 최고의 선물이라는 가이드의 말도 이해가 된다. 관광상품으로 원주민 가정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 안은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눈에 익은 환경이었다. 삼성 TV, 냉장고, 난방시설에 삼성 스마트폰까지 과연 세상은 바로 원터치로 연결되어 있음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에스키모 그린란드 종착지인 아이슬란드 독립선언 이후 승객 2348명

2024-08-26

[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와 에스키모

 현재 북극의 영구 동토 융해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시켜 지구 온도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더해 수천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동토가 점점 불안정해지면서 특히 북극권 지역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인공지능과 함께 유럽 인공위성의 새로운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30년 동안 위험에 처할 지역과 사회 기반시설을 식별해 내고 있다. 이 같은 연구는 최초로 시행하는 것으로 북극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동토는 수십에서 수백미터 두께의 언 토양, 암석, 퇴적물 등을 말한다. 동토로 분류되려면 최소 2년 이상 연속으로 땅이 얼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극지 땅의 대부분은 빙하기 이후 이미 동결돼 있었다. 동토층에는 식물과 동물의 탄소기반 잔해가 포함되어 있다.     북극 온난화가 동토 융해를 가져오고 유기물의 분해 속도가 증가하면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또한 이 융해 과정은 지표면을 불안정하게 하여 도로, 파이프라인, 건물 등 사회 기반시설에 직접으로 영향을 미친다.     유럽우주항공청(ESA)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동토 프로젝트는 깊이 2m까지의 온도가 2050년까지 섭씨 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동토가 고유의 물성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녹은 치즈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럴 경우 동토층이 분포한 북극 연안에서부터 내륙 100km 이내에 존재하는 원주민이 거주하는 사회 기반시설의 55%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는 원주민 삶의 터전이 30년 안에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우주항공청 합동 프로젝트는 20개 이상의 주요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위성 자료를 축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40년간의 위성 자료 분석과 현재의 관측 내용은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돼 미래 기후변화 예측에 사용될 예정이다.   최근에 발사한 고해상도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한 위성의 데이터를 인공지능과 함께 분석해 북극 원주민의 거주지와 기반시설을 탐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현재 동토의 융해가 현저히 발생하고 있다.       북극 원주민 중 에스키모의 활동반경은 동토층이 존재하는 해안을 따라 이루어진다. 해안 동토의 융해는 해안선을 붕괴시키고 풍부한 해양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며 지역사회의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 연안에 조상 때부터 살고 있는 에스키모는 주거지와 사회 기반시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동토 융해에 관한 연구는 위성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석유 및 가스 채굴과 관련된 기반시설이 많은 서부 시베리아가 특히 많은 피해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에서 유럽과 중국으로 연결되는 가스 및 원유 파이프라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은 군사 및 기상 관측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 전체의 기후 및 환경변화 관측과 전망 등에 활용되고 있다. 동토 융해에 따른 육상 지표면과 생태계의 변화, 산불의 발생 및 확산, 해빙 및 해양생태계의 변화,  미세플라스틱의 배출 등 많은 영역에서 고성능 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김용원 / 앨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 에스키모 북극권 지역사회 동토 융해 사회 기반시설

202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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