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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의 중심 구조에 관하여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행위에는 분명한 목표가 존재한다. 목표는 의식적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명시적이기도 하고 암시적이기도 하다. 언어교육의 목표를 구조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목표를 향하고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언어교육에서는 이런 구조화를 모델이라고 하기도 한다. 언어교육에는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 서양의 학자들은 모델을 통해서 현상을 설명하기 좋아하고 여기에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의 언어교육 모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어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넓게 말해서 언어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는 언어의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언어는 정보적 기능, 정서적 기능, 명령적 기능, 미적 기능으로 나뉜다. 이는 로만 야콥슨의 모델의 용어를 따르면 ‘지시, 감정, 교감, 행동 촉구, 시적’의 기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언어 기능의 측면을 고려하면 언어교육의 목표가 조금 더 뚜렷해진다. 언어의 기능을 습득하고 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교육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의사소통 능력 배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시, 친교, 명령의 기능 등은 여기에 해당한다.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기능 영역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말하기, 듣기와 같은 구어 교육, 쓰기, 읽기와 같은 문어 교육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사회의 언어교육은 주로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문어보다는 구어 소통의 중요성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둘째로는 언어를 통한 내용의 학습을 들 수 있다. 교수법으로는 내용 기반 접근법을 들 수 있다. 문법 번역식 교수법 등 고전 읽기와 쓰기가 중심이 되었던 전통적 언어교육은 근본적으로 내용 중심이었다. 즉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언어의 기능적 분류로 보자면 지시적, 정보적 기능에 해당하며, 문학작품 등의 교육이 주로 이루어졌음을 고려하면 시적, 미적 기능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외국어교육 환경에서 이루어진 외국어교육의 목적은 소통보다 내용 습득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셋째, 의사소통과 내용 습득을 넘어서는 지혜, 가치의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언어의 근본적인 특징 중 하나인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나누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즉, 축하와 위로, 감사와 사과는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언어의 기능 중에서는 교감, 친교, 정서(감정) 등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언어교육은 내용 습득과 함께 지혜, 가치의 습득이 중요하였다. 대부분의 언어학습서는 종교, 철학, 가치관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문 교육의 교재를 예로 들자면 천자문, 소학, 명심보감, 사서삼경은 모두 지혜, 가치관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언어학습을 통한 자기 성장에 연결되고, 다른 이와의 친교, 교감 등을 통하여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언어를 배웠는데 지혜가 커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이 깊어진다.   따라서 언어교육의 중심 구조는 1) 의사소통 2) 내용 습득 3) 가치 습득과 나눔으로 구별할 수 있다. 모든 언어교육이 이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한다는 것은 아니다. 의사소통 중심 교육이어도 내용과 가치의 학습은 이루어지며, 내용이 중심이어도 의사소통과 가치교육은 이루어진다. 가치 습득 역시 의사소통과 내용 습득이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심 구조를 설정하고 학습자의 요구나 교수 목표에 맞게 교육의 방향을 정하면 되는 것이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 구조 언어교육 모델 전통적 언어교육 보통 언어교육

2023-08-13

[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의 미래

21세기를 학자들은 정보화시대라고 명명하고,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정보화라는 말이 속도의 다른 말이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인터넷은 시공을 초월하여 생각지도 못한 세상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 인공지능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언어교육은 정보화를 이념보다는 기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현실, 메타버스, 인공지능은 기술이면서 동시에 이념입니다. 즉 이데올로기입니다. 최신의 도구를 활용하여 또는 새로운 도구의 장점을 받아들여 언어교육의 이념을 디자인하고 추구하여야 할 때입니다.   정보화 시대가 우리에게 준 혁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공을 넘어섬으로써 우리는 그전에 바라보지 못한 세계를 쉽게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내 속에 갇혀있던 사고가 넓어지고 있는 겁니다. 하나 됨을 강조하는 일률성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언어 교육에서 영어라는 국제적 통용어의 위력은 이제 약화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쉽게 영어의 위력을 허물 수 있습니다. 대신 다양한 언어에 대한 호기심과 접근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힘 있는 외국어가 아닌 나와 다른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한국어도 힘 있는 언어가 아니라 배우고 싶은 언어가 되어야 합니다. 매력적인 언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외국어 능력은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남보다 먼저 배우고 더 잘한 외국어는 취직과 진학에 도움이 되었고, 사업과 학문에 도움이 되었던 겁니다. 평가는 줄을 세우는 것이었으며 1점이라도 남보다 높은 사람이 앞서가는 구조였습니다. 영어는 이러한 언어의 대표였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은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른 채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더는 외국어는 경쟁의 목표 혹은 도구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외국어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도구이고, 위로의 도구가 될 겁니다. 달리 말하면 즐거운 소통이 될 겁니다.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협동과 조화의 현장이 됩니다. 외국어를 사용할 때, 실수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즐거움이 됩니다. 따라서 평가도 남보다 잘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보다 어떻게 달라졌는가가 핵심이 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얼마나 협동하였는가, 그리고 그 과정을 얼마나 즐겼는가가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학문 목적 언어교육의 필요성을 급격히 약화할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쉽게 번역한 책이 앞에 있는데, 몇 년 동안 한 언어를 공부할 이유가 적어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 언어를 취미 목적으로 학습하는 열기는 높아질 것입니다. 외국어 공부를 좋아서 하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배우고 싶은 언어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한국어가 세계에서 인기 있는 언어가 된 것은 학문적인 목적 때문이 아닙니다. 또한 취업 목적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노래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즐거운 언어 교육이 목적이 된 것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중에는 한국어 덕분에 삶에 희망이 생겼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울증을 고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이 언어 교육이 나아갈 길을 보여줍니다.   이제 즐거움이라는 외국어 공부 목적에 맞게 교육과정도 달라져야 합니다. 더 쉽고, 더 재미있는 교재, 교수법, 교사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수많은 교실 활동, 교실 밖 활동에 대한 모색이 필요합니다. 언어 교육의 미래는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마음에 위로와 치유를 주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 미래 언어 교육 한국어 교육 외국어 공부

2023-03-19

[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 교육은 치유

인류의 진보가 계속되면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번역가와 통역사를 들기도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외국어 교육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기계가 통역과 번역을 능숙하게 하는데 왜 외국어를 배울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시대에는 외국어교육이 필요 없을까요? 자동번역의 시대에도 외국어교육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런 세상에서 한국어 교육은 필요할까요?     인공지능 시대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언어번역과 통역이 정확하게 이루어질 겁니다. 인공지능의 많은 명령이 언어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언어를 습득할 뿐 아니라 상황에 맞추어 인간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간을 위로하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교육, 학습은 필요할까요? 저는 이러한 질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말 AI 시대에외국어 공부가 필요할까요? 모든 통번역이 가능한 시대에 외국어는 왜 배워야 할까요? 외국어를 지식의 수단으로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외국어를 배우지 않는 것이 정답일 겁니다.     그러나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정보 습득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외국어를 배워서 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려는 것이고, 그들이 쓰는 문화를 배우고 느끼려고 배우는 겁니다.   외국어 학습을 통해 인간은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언어는 단순히 정보가 아닙니다. 언어는 인간 그 자체라고 할 정도 수많은 인간의 사고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언어에는 문화가 반영되어 있죠. 따라서 언어를 배우면 인간에 대하여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즉 인간에 대해 공부하고, 말 속에 담긴 진리를 파악하는 것도 외국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되는 겁니다.    또한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행위는 그 자체로도 심리적 위안이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어 교육을 경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접근 방법이 다릅니다. 지금까지의 외국어교육은 경쟁의 도구였으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점수가 중요하고 합격 기준이 되는 언어교육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언어교육은 경쟁 이외의 목적이 오히려 큽니다. 심리적인 치유가 언어 교육에 중요한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독서, 글쓰기 등을 활용한 치료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도 모두 언어교육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음악. 미술, 무용 등을 활용한 예술 치료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한류, 국악, 민요 등을 활용하는 한국학 교육의 범주에도 포함할 수 있을 겁니다. 학습자에 따른 맞춤 치유는 학습자의 동기 유발,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언어를 배우면서 새롭고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언어교육 치유는 앞으로의 세계에 꼭 필요한 언어교육 방안이 될 겁니다.   저는 한국어 교육이 인간의 치유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중에는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치유가 필요하지 않은 학습자가 없을 정도입니다. 한글학교에 다니는 재외동포 아이들, 한국에 온 유학생,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중도입국 청소년, 해외입양인 등을 생각해 보면 느낌이 더 다가올 겁니다. 또한 급증하고 있는 한국어 성인학습자, 고령자 학습자를 생각해 보면 언어교육 치유가 언어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도 한국어 교육이 치유의 방안임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행복해졌다는 선생님도 아주 많습니다. 한국어 교육은 치유입니다. 앞으로 꼭 기억해야 할 가치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 교육 언어교육 치유 언어교육 방안 모두 언어교육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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