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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쉼터…주민신고 무서워 앞마당도 못 나가

“나 석*영·윤*지·문*승·양*영은 쉼터에서 술 먹는 즉시 나가겠습니다.” -2019년 9월10일.   ‘쉼터에 계속 살고 싶은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불을 반드시 개야합니다. 이 규칙 하나만 지키면 됩니다.’   LA한인타운 남쪽 워싱턴 불러바드와 사우스 그래머시 플레이스 인근 단독주택단지, 100년 역사를 자랑하듯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코너에 위치한 한 단독주택 앞마당에는 화분 수십 개가 놓여 예쁜 정원을 연출했다.   “지난주에 돌아가신 안태홍(65)씨와 함께 가꾼 화분이에요.이렇게 보기 좋게 꾸며놔야 이웃에게 손가락질 안 받아요. 비싼 동네에 홈리스들이 모여 산다고 소문나봐요. 안 그래도 벌금 고지서가 계속 날아오는데…다시 쫓겨날 수 있다니까요.”   성공회 세인트 제임스성당(St. James’ Episcopal Church) 김요한(68) 신부는 단독주택 앞마당의 근사한 정원 가꾸기를 일종의 ‘위장술’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집은 한인 홈리스 20명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나눔의 집 무료 쉼터다. 김 신부가 한인 장년층 홈리스 20명과 공동체를 꾸리고 사는 소중한 안식처다.   2010년대 중반부터 김 신부는 주택을 임대해 한인 홈리스 16명과 같이 살기 시작했다. 그동안 김 신부는 150여명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그중 40명 정도는 취직해서 재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교회 신도, 독지가들이 물심양면 김 신부의 활동을 도운 덕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LA시 등 정부로부터 지원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한인들 기부 손길·정부지원은 ‘0달러’   그동안 김 신부와 홈리스들은 이웃 신고로 세 들어 살던 상가와 콘도에서 세 차례 이상 쫓겨났다.   “이 단독주택은 2019년 한인 독지가께서 홈리스를 위해 교회에 기증했어요. 처음에는 30명까지 수용했지만, 지금은 이웃이 신고할까 무서워 20명으로 줄였답니다.오늘도 쉼터에 들어오고 싶다는 전화가 왔어요.”   김 신부는 ‘65세 이상, 일주일 이상 노숙’한 한인 시니어에게 무료 쉼터 숙식 우선권을 제공한다. 그는 LA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와 세인트 앤드류 플레이스 인근 텐트촌 한인 홈리스 약 10명도 돕고 있다. 지난 4월 18일 밤, 이곳 텐트촌에서 지병으로 숨진 채 발견된 고 안태홍씨는 평소 김 신부를 도와 쉼터의 음식과 물품을 같은 처지의 홈리스에게 전달했던 당사자였다.   지난 4월 25일, 쉼터 내 한인 홈리스들은 이웃을 의식한 듯 앞마당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다용도실로 개조된 뒷마당 차고에서 TV 시청, 잡지읽기, 바둑 등 오락시간을 보냈다.   오후 6시, 쉼터 부엌에서는 중장년층 한인 남성들이 각자 저녁거리를 준비했다. 한 70대 시니어 남성은 라면을 끓였다. 쉼터 부엌은 뒷마당 출입문과 바로 연결됐다. 부엌 냉장고 위 벽면에 붙은 ‘술 먹는 즉시 나가겠다’는 자필 서명 각서 여러 장이 눈에 띄었다.   ▶65세 이상 시니어 20명 안식     4000스퀘어피트 규모인 이곳 쉼터는 원래 가정집이었다. 다락방 포함 침실 5개, 화장실 5개였다. 김 신부는 한인 홈리스를 한 명이라도 더 들이기 위해 거실에도 칸막이를 쳐 방 3개를 추가했다. 각 방에서는 한인 홈리스 2~3명씩 룸메이트로 각자 1인용 침대를 쓰고 있다. 화장실·세탁실·부엌 등 공용공간은 청결유지에 상당히 신경 쓴 모습이다.   3층 다락방에서 만난 김철수(가명, 67)씨는 “쉼터에서 다같이 산 지 7년째”라며 “건축일을 하다가 망했다. 그 뒤로 일도 없고, 힘도 없고… 아는 사람 통해서 여기 들어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아픈 기색이 역력한 김씨는 “재기가 안 됐다. 우선 뭐 밑천이 있어야지. 크레딧도 다 망가지고 방법이 별로 없었다”라고 홈리스가 된 사연을 털어놨다.   쉼터에서 만난 이들 대부분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눈치였다. 누룽지에 물을 붓고 된장찌개로 저녁을 준비한 로버트 송(67)씨는 “밥솥에 밥, 냉장고에는 김치가 있다. 식사는 각자 알아서 준비해 먹는다”고 말했다.   3년 전 과테말라에서 LA에 일하러 왔다. 계획이 어그러져 LA한인타운 6가와 카탈리나 스트리트 인근 텐트에서 살았다고 한다. 다행히 2023년 1월부터 이곳 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내 전공이 봉제공장 일인데 LA 와보니 한인 자바시장 등 봉제업계가 다 죽었더라고요. 영어 안 되지, 신분도 안 되지, 운전면허도 없고 하니까 일을 못 찾았어요. 길거리서 자면 목숨이 위험해요. 이런 쉼터를 제공해줘서 참 고맙지요.”   과테말라에 현지 아내와 손자뻘 아들(22)이 있다는 송씨는 현재 플러밍 보조로 돈을 모으고 있다. 이곳 쉼터 홈리스 중 유일하게 일자리를 구했다. 그는 “지금까지 2600달러를 모았어요. 1만 달러를 모으면 과테말라 가족을 꼭 보러 갈 겁니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관련기사 "아침에 찬 바닥에서 일어나면 토큰 구해 버스서 몸 녹인대요" 김형재 기자주민신고 앞마당 한인 홈리스들 무료 쉼터 단독주택 앞마당

2024-05-14

내 집 앞마당 청소 중 갑자기 주먹세례, 안전한 곳이 없다

    이스트 LA 주택가에서 지난 주말 아침 자신의 집 앞마당을 청소하던 시니어 여성이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올해 67세인 로잘리나 마티네즈는 지난 토요일(15일) 오전 6시경 집 앞마당을 정리하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마티네즈는 폭행을 당하자마자 바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이웃들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로 이집저집에서 나오자 폭행 용의자는 달아났다.   이때 마티네즈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으로 폭행범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마티네즈는 당시 폭행으로 얼굴을 많이 가격 당해 코뼈가 부러졌고 두 눈과 얼굴 곳곳에 짙은 멍이 드는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마티네즈는 사건이 발생한 동네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지만 이런 일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처음 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앞으로 밖에 혼자 나가는 것이 두려울 것 같다"면서 "나에게 또 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폭행 용의자는 30대 남성으로 사건 발생 당시 갈색 스웨터와 회색 반바지, 빨간색 끈이 달린 흰색 신발을 신고 있었으며 검정색 자전거를 탔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제보나 신고는 이스트 LA 셰리프국 지서로 하면 된다. 전화번호는 (323) 264-4151이다.  김병일 기자주먹세례 앞마당 앞마당 청소 폭행 용의자 무차별 폭행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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