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나의 안사돈
6시32분 별세. 막내딸이 자기 시어머니의 죽음을 알려왔다. 91세인 안사돈의 별세 소식이다. 안사돈은 18년간 노인아파트에 살다 2개월 전 딸네 집으로 옮긴 후 가족들에 둘러싸여 편히 떠나셨다. 모두 호상이라 했다. 그러나 부모를 잃은 자녀들에게 호상이란 말은 없다. 그냥 슬플 뿐이다. 내가 그분을 만난 건 27년 전, 내 나이 54세, 그분 64세 때였다. 그때 사돈의 인연을 맺었다. 안사돈은 슬하에 딸 셋과 막내로 낳은 아들(나의 막내 사위)을 뒀다.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하셨고 6·25 한국전쟁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새댁이었을 때 시집 식구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며 친정 식구와 이별한 것은 대부분의 이산가족 이야기와 대동소이하지만 이후 다시 보지 못한 부모님과 동생 이야기를 할 땐 아련한 그리움과 슬픔이 묻어났다. 첫째 딸인 본인과 여동생은 10살이나 나이 터울이 있어 동생을 업어 키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늘 동생과 똑같은 나이라고 언니처럼 참 잘 챙겨주셨다. 아주 건강하셨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였고 아침에는 지각을 할까 봐, 저녁에는 무서워서 뛰어오느라 달리기는 어른들보다 잘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도 건강하다고. 혼자 사시는 아파트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다. 너무 깨끗해서 어디에 앉을까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특히 꽃을 좋아해 잘 키우고 가꾸셨다. 그날도 나에게 꽃 자랑을 하셨다. 그분의 규칙적인 생활에 다들 100세까지 장수하실 거라고 했다. 그런데 가셨다. 얼마 전 방문한 나에게 겨우 들리는 목소리로 “사돈”이라고 말씀하신 게 마지막 인사였다. 다시는 명랑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그분이 굳게 믿는 성경의 말씀대로 무덤에서 주무시고 있다가 예수의 음성을 듣고 살아난 나사로처럼 부활을 굳게 믿고 돌아가셨다. 그분을 다시 만나 즐겁게 이야기할 때를 기다린다. 정현숙·LA독자 마당 안사돈 이산가족 이야기 동생 이야기 한국전쟁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