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만에 이룬 ‘영화의 전당’ 아카데미영화박물관
할리우드가 있는 곳, LA에 영화박물관 건립 계획이 최초로 제안된 것은 1세기 전의 일이다. 그러나 영화인들의 이 숙원사업은 지난해 9월에서야 이루어졌다. 팬데믹이 한창인 시기에 오프닝 이벤트가 이루어져서인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영화박물관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윌셔와 페어팩스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영화박물관은 원래 메이 컴퍼니 백화점 건물이었다. LA시청 건물을 설계한 앨버트 마틴이 1939년 스팀라인 모던 스타일로 디자인한 건물에 백화점이 들어섰고 랜드마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92년 백화점이 문을 닫은 이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LA카운티박물관과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협업으로 마침내 박물관 개관이 성사됐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한마디로 영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영화란 예술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면서도 방문객들을 추억과 동심의 정서로 안내한다. 명작 영화들에 사용됐던 소품들과 사진, 영상 등으로 채워져 있는 전시관들을 둘러 보는 동안 영화가 실로 많은 분야가 동원되는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개관 기념으로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하야요 미아자키 특별전을 열고 있다. 완결성을 갖춘 단독 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미야자키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애니메이션을 예술적 지위에 올려놓았으며 영화의 역사를 논함에 있어 절대 빼 놓을 수 감독이다. 미야자키의 그림들을 직접 감상하고 그가 연출한 영화들을 한눈에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모던과 클래식이 조화를 이룬 공간 카페 ‘패니(Fanny's)'도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로비에 위치한 이 카페는 1890년대 활동했던 전설의 코미디언 패니 브라이스를 주제로 꾸며졌다. 바버라 스트라이샌드, 오마 샤리프 주연의 뮤지컬 '퍼니 걸'의 실제 모델이었던 배우이다. 스트라이샌드는 첫 번째 영화 출연이었음에도 1969년 41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방학 기간 중, 자녀들과 함께 박물관 방문에 하루의 시간을 투자하시라. 그리고 그들과 함께 어린아이가 되어 영화가 주는 동심에 취해보라. 이 두세 시간의 투자가 어쩌면, 세계가 주목하는 한인 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우리의 2세들 중 제2, 제3의 박찬욱, 봉준호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민사회는 본질적으로 모국의 레거시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이민이 지니는 독특한 문화는 영화예술 창조의 모티브가 되기에 충분하다. 김정 영화평론가아카데미영화박물관 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