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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싸움구경이 재미있나?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서운 말이지요. 어쩌면 인간 내면에 있는 잔인한 본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성악설을 믿는다면 그 근거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불구경과 싸움구경을 합친 전쟁구경이 제일 흥미롭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끔찍한 이기주의입니다.     하지만 불구경도 싸움구경도 전쟁구경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기 힘드니 재미있다고 하였을까요? 주변에서 불구경한 적이 있다거나 서로 치고받는 싸움을 구경해 보았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전쟁은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재미있다고는 하였지만 실제 경험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겁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를 대신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냅니다.   불구경을 대신하는 놀이는 불꽃놀이입니다. 실제로 들에 불을 놓기도 하였지만, 아무래도 위험성이 남아있기에 불꽃놀이로 대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유원지마다 특색 있는 불꽃놀이를 선보입니다. 화려한 불꽃과 엄청난 소리에 천둥과 번개를 보는 듯 흥분이 됩니다. 불구경은 이제 놀이가 되었습니다.   싸움구경을 대신하는 놀이는 스포츠입니다. 어떤 경기는 아예 싸움과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권투나 레슬링, 씨름, 태권도, 유도 등은 달리 보면 싸움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싸움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피를 흘리는 경우도 있으니 단순한 운동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아예 전쟁으로 보이는 스포츠도 있습니다. 창던지기, 활쏘기, 검도, 사격 등은 사냥이나 전쟁의 기술입니다. 실제로 이런 운동이 현실에서 쓰인다면 살생과 살인의 현장이 될 겁니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끔찍한 일을 현실에서 줄이고 스포츠 속으로 들여보낸 것입니다. 물론 첫 시작은 전쟁 준비였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스포츠를 더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응원과 중계와 해설입니다. 특히 싸움의 기술을 분석하고, 상대방이 입었을 타격을 자세히 알려주는 해설이나 평론은 싸움을 이성과 감정 사이를 오가게 만듭니다. 싸움을 분석하며 마치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듯 살피고 있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더 들끓게 합니다. 싸움을 부추기는 거죠. 중계나 해설이 관객보다 더 흥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싸움구경은 정치입니다. 정치가뿐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정치를 싸움으로 봅니다. 정치는 원래 바른 것을 추구하고 조화를 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싸우지 않는 것이 정치의 최대 기술입니다. 정치의 정(政)이 무어냐는 질문에 공자께서 바를 정(正)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참으로 아름다운 대답입니다. 정치의 나아갈 길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대의 정치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이를 관철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치의 현장에 해설자들이 붙어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정치 뉴스를 보면 해설자나 평론가가 많습니다. 객관적인 해설자가 아니라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평론가도 많습니다. 그러니 공정한 해설이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평론가가 곧바로 정치하기도 하고, 정치하다가 나와서 다시 평론가가 되기도 합니다. 각 정당을 대표하여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싸움을 말리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이제 정치는 어떤 길이 바른길인가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는 길이 바르다고 주장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자주 보는 싸움구경은 정치판의 싸움입니다. 좋아하는 구경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런 싸움구경은 안 하고 싶습니다. 정치는 바르게 다스리고, 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길을 찾는 겁니다. 글을 맺기 전에 끝으로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원래 싸움은 구경하는 게 아니라 말려야 하는 겁니다. 불은 구경하는 게 아니라 꺼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싸움구경 정치 뉴스 응원과 중계 창던지기 활쏘기

202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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