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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만화경] 나를 알면 승리할 수 있어!

“네가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되면, 1승이 아니라 100승도 할 수 있어.”   영화 ‘1승’의 대사이다. 송강호 배우가 주연인 이 배구 영화는 영화적 재미 못지않게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현역 및 은퇴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내 귀에 꽂힌 것은 저 한 마디였다.   영화에서 말하는 ‘나를 아는 것’은 메타인지와 관련된다. 상위인지, 초인지라고도 불리는 메타인지는 보통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데, 쉽게 말해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 알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자기 인지 능력을 말한다.   최근엔 학업 성적과 관련해서 메타인지 능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에 대한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영화에서는 “내가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되면, 다음에 뭘 할지가 보여”라고 표현했다.   MZ세대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 최근 MBTI의 인기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장, 단점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에게 ‘당장 시험에 응시하라’고 권유했다. 각각 20점과 80점의 실력을 가진 사람에게 각기 다른 학습법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니,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그 결과에 기반한 학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답은 ‘조금 더 준비한 다음에 볼게요’였다. 지능 검사를 대비해 공부하겠다는 느낌의 대답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검진 받는 것을 미루는 것처럼 본인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 그것이 성장의 첫걸음이다. 최훈 / 한림대 교수심리만화경 승리 영화적 재미 배구 영화 김연경 선수

2025-03-09

[심리만화경] 소원을 말해봐!

얼마 전 강릉의 한 사찰에 갔다. 그곳에는 소원 맷돌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평상시에는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데 소원을 빌고 돌려보면 아무리 힘을 써도 돌지 않고, 그 소원은 이루어진단다. 에이, 뭐 그런 게 있나 싶어 한 번 돌려보았는데, 세상에! 정말이었다. 멀쩡하게 잘 돌아갔던 맷돌이, 소원을 빈 후에는 꼼짝하지 않았다.   정말로 맷돌 속엔 신령한 힘이 있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자기충족적 예언’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자기충족적 예언은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개념이다. 행동이 기대를 무의식적으로 반영하면서, 자신이 믿은 바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본인도 모르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왠지 삼진당할 것 같은’ 느낌을 믿어버린 야구 선수는 정말로 삼진을 당한다. 의식적으로 ‘나 삼진당하고 말겠어’라고 생각하며 엉터리로 헛스윙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다. 삼진을 당할 것 같다는 믿음이 무의식적으로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면서, 믿음을 실현시켰다 할 수 있겠다.   제대로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내 느낌엔 소원 맷돌은 힘을 주면 줄수록 더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반드시 이루어지길 원하는 간절한 소원을 빌수록, 그 간절함이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더 주게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맷돌까지 멈추게 한 그 간절함은 그 소원이 실제 이루어지도록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하게 했을 것이다. 소원 맷돌의 전설은 그렇게 이어 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실패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소원을 빈다. 새해와 같은 시간적 이정표를 통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구분하고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새 출발 효과’의 작용일 것이다. 기왕 소원을 빌 때,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간절히 믿어보자. 그 간절함은 맷돌도 멈출 것이고, 결국 소원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새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최훈 / 한림대 교수심리만화경 소원 소원 맷돌 자기충족적 예언 시간적 이정표

2025-01-21

[심리만화경] 하지마, 취중진담

연말이니 술자리가 는다. 사회가 변했다지만, 연말을 핑계 삼아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술 한잔하는 낭만의 크기는 여전한 것 같다.   술의 기능 중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소통의 윤활유 역할이다. 낯선 사람들이 서먹하게 앉아 있다가도 술 한두 잔에 수다 삼매경에 빠지는 경험을 흔히 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간혹 저지르기도 한다. 취중진담이라는 이름의 대형 사고를.   약물은 크게 각성제, 안정제, 환각제, 아편제의 4가지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술은 안정제에 속한다. 따라서 신경계의 활동을 억제하고 진정, 이완, 수면 유도, 불안 감소 등의 효과를 유도한다. 그런데 이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술에 취하면 ‘부어라, 마셔라’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뭔가 정신줄을 놓아버리기 일쑤인데, 안정제? 차라리 각성제라고 하면 더 쉽게 받아들일 만하다.   술은 안정제가 맞다. 그래서 우리의 억제력까지 안정시킨다. 인지의 핵심적인 역량은 상황을 파악해서 가장 적절한 반응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절하지 않은 반응을 걸러내고 억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억제력이 감소하면, 상황에 상관없이 마음에 떠오른 반응을 필터 없이 실현하게 된다. 평상시라면 주변을 고려해서 조금은 낮추었을 목소리를 마구 높이고, 참았을 만한 상대의 말에도 욱하며 인상을 쓰게 된다.   취중진담도 비슷하다. 약해진 억제력에 평상시 같으면 굳이 말하지 않았을 불만도 쏟아내고, 부하 직원의 단점도 “내가 정말 가족 같아서”라고 말하며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평상시 하지 못한 말이, 술을 마셨다고 새로운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술의 힘을 빌려야 할 수 있는 말은 안 하는 것이 맞다.   그럼 술 없이 어떻게 진심을 전달하냐고? 진심은 술이 없어도 전달되기 마련이다.  술 먹고 할 일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판단력을 인정하고 조심하는 것이다. 최훈 / 한림대 교수심리만화경 취중진담 각성제 안정제 유도 불안 수다 삼매경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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