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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스플렌더 클럽

가족 휴가는 생각도 못 하던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하루는 언니와 나를 데리고 남산에 가셨다. 맛있는 빵도 사주시고 함께 서울을 내려다보던 그 여름날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어쩌다 일을 안 하시면 흘러간 옛노래를 틀어놓고 엄마와 노래를 하시거나 오빠들과 화투를 치셨는데, 진 사람이 사 오는 오징어 땅콩 과자를 얻어먹으러, 늘 붙어 앉아있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은 홍수가 나 대피를 해야 했다. 무릎까지 차는 물살을 헤치고 높은 지역 여관에 가 며칠을 지냈다. 비상 상황이었는데도, 거기서 부모님과 맛있는 거 사다 먹으며 지냈던 며칠이 아주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는 나의 철없음. 대학 시절 너무 일찍 떠나신 아버지와의 짧은 시간 동안, 가장 기억나는 것은 아버지와 즐겁게 놀았던 길지 않은 시간이다.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놀 때, 사회성도, 지능도, 창의력도 건강하게 자란다. 아이들 심리치료에도 게임을 많이 쓴다. 여덟 살짜리를 앉혀놓고, 자, 우리 한번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십시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른하고 별로 놀아 본 경험 없던 아이들이, 나와 게임을 하면서 얼굴이 환해진다. 기도 펴지고 마음이 밝아지면서,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게임을 하며 놀아준 것뿐인데, 놀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준 것뿐인데, 아이들이 좋아졌다고 부모님들이 놀라신다.     대부분 부모님은 나의 권유로 집에서 게임을 구입하여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상상해 보자. 매일 같이 화가 나 있고 심각한 주문만 하던 아빠와 동등한 위치에서 게임을 한다! 심지어 아빠를 이긴다! 게임 중에 매일 잔소리와 야단만 치던 엄마를 골려줄 기회도 온다! 늘 어렵고 멀던 부모님과 웃겨서 데굴데굴 구르며 게임을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놀라운 인생 경험이고, 그들의 긍정적 감정 어카운트에 차곡차곡 적립된다.     아이들을 전화기와 컴퓨터 앞에서 불러내려면, 함께 시간을 보내주어야 한다. 우노도 좋고, 젱가도 좋고, 러미큐브, 오목, 윷놀이도 좋다. 게임을 하면 규칙을 따르는 훈련이 된다. 정서가 안정되고 자존감이 올라가면서 문제 되었던 행동이 좋아진다. 집중력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주의력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놀아주는 부모님에게서 아이들은 사랑을 느낀다.     보드게임은 아이들이나 미국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 작렬인 현실을 살다 피곤할 때, 뭔가 현실과 동떨어진 재밌는 일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나 보드게임을 강추한다. 게임 규칙을 숙지해야 하고, 전략을 세워야 하며, 손으로 카드, 코인 등을 만져야 하는 보드게임들은,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뇌의 CEO인 전두엽을 자극하여 강화하기까지 한다. 또 게임을 하려면 누군가를 만나야 하니 자연스럽게 사회적 활동도 향상된다.     지난가을, 문경 친구 집에 세 명이 모였다. 심리치료사 친구가 스플렌더라는 보드게임을 가져왔다. 보석 카드를 모으며 귀족 카드도 받고 15점이 되면 승리하는 게임인데 보통 재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셋은 바로 이 게임 마니아가 되었다.     요즘 우리 집이, 스플렌더 클럽이 되었다. 갖가지 직장 일로, 가정일로 치열히 살아가는 친구들이 스플렌더 게임을 하러 온다. 게임을 하며 웃고 즐김으로, 다시 열심히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고 돌아가는 우리 아줌마 부대들, 그들 중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스플렌더 대회 참가자가 나오는 그 날까지, 총 전진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스플렌더 클럽 스플렌더 게임 스플렌더 클럽 스플렌더 대회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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