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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감독·배우가 건드린 이란의 금기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은 프랑스에 망명 중인 이란 출신의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에게 돌아갔다.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한국 국민들에게 낭보로 전해지는 동안 이란의 매체들은 에브라히미의 수상 소식에 대부분 침묵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2006년 불운의 ‘섹스비디오’ 스캔들에 휩싸여 결국 프랑스로 망명을 해야했던 에브라히미는 16년 후 칸영화제의 빛나는 주인공으로 감격의 순간을 맞는다.     에브라히미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은, 이란에서 금기시된 내용들을 영화로 만들다 활동이 힘들어지자 역시 덴마크로 망명한 알리 아바시 감독의 작품이다. 이란 정부를 대단히 불편하게 만든 이 영화는 2000년대 초 이란의 성지 마샤드에서 실제 일어났던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자국 출신 감독의 작품이 아닌데도 덴마크는 이 영화를 95회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홀리 스파이더’는 이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여성의 섹스와 이슬람 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영화다. 그리고 이란 여성들이 수치를 느끼기에 충분한 매춘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홀리 스파이더’는 인권에 대한 외침이며 불의에 대한 저항이다. 고국을 떠나 망명지에서 고독하고 어두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에브라히미와 아바시 감독의 분노의 표출이며 조국 이란에 대한 애증과 불신의 표현이다.   거리의 매춘부들이 하나둘씩 살해된다. 범인은 매번 자신의 살인 행위를 언론에 통보한다. 킬러는 죄인들로 가득한 거리를 자신이 정화하고 있다는 신념에 차 있다. 그리고 이슬람 시민들도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의 다음 살인 행보를 기대한다. 정부와 경찰은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다. 알라신 앞에서 더러운 존재들인 매춘부들을 죽여 없애는 것이 오히려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는 이슬람교도들의 열렬한 지지 때문이다.     여기자 라히미(에브라히미)가 마샤드로 파견되어 킬러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녀의 활약으로 이른바 ‘홀리 스파이더’가 검거되지만 법원은 선거철 시민들의 눈치를 보며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는다.     정의와 종교는 아이러니하게도 종종 서로의 반대편에 서야 할 때가 있다. 종교가 인권을 앞서고 권력자들은 무지한 대중의 맹목적 신앙을 권력 유지를 위해 이용한다. 살인마가 자기의 살인 행위를 종교적으로 합리화하고 대중을 선동한다. 아바시 감독은 살인이 신성시되는 극단의 부조리적 상황을 스릴러의 형식으로 그려냈다. 이란의 종교적 신성에 맞서 싸우는 여기자 라히미는 정의와 도덕은 어느 곳에서든 불변의 가치라는 아바시 감독의 메신저이다. 정작 소름 끼치도록 잔혹한 존재는 종교를 앞세운 위선이다.    김정 영화평론가스파이더 온라인 영화 홀리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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