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손원임의 마주보기- '성숙한 사랑의 진미'를 찾아서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는 단순하고 간단히 대답하기에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성 간이나 파트너 사이에 일어나는 ‘아주 뜨겁게 불타오르는 감정’을 생각해 보면 비교적 이해가 쉬워진다. 우리의 삶에서 인간 사이의 사랑의 정서와 느낌 자체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감정이다. 이 열정적이며 심장이 멎을 것 같으면서도 가슴을 마구 뛰게 하는 ‘나와 타자’와의 사랑은 인류를 지속시키는 아름답고 애틋한 감정이다.     오래된 팝송 중에 1979년, 미국의 하드 록 밴드인 KISS가 부른 노래인 〈I Was Made For Lovin’ You〉가 있다. 이 노래에서 반복해서 들리는 주요 후렴구(코러스) 가사는 다음과 같다.     I was made for lovin' you, baby / You were made for lovin' me / And I can't get enough of you, baby / Can you get enough of me? 이를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존재해, 자기 / 너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존재해 / 그리고 나는 너를 더 원해, 자기 / 너는 (이대로) 만족할 수 있니?”   이처럼 당연히 사랑의 감정은 매우 정열적인, 친밀한 신체적 접촉을 원한다. 사랑의 깊은 ‘늪’에 빠져 서로의 눈에는 콩깍지가 씌워지고, 좋은 것만 골라보게 되고, 쉽게 흥분하며, 재미있게 눈 먼 달콤한 ‘로맨스’를 펼쳐간다.     그런데 매우 안타깝지만 결혼하거나 가정을 꾸린 후에도 낭만과 로맨스만을 고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부부 간에, 파트너 간에 서로가 이런 ‘낭만적’인 사랑을 보다 더 ‘성숙된’ 사랑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과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다.     나는 여기서 성숙된 사랑에는 구속과 집착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음은 칼릴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에 실린 내용인데, ‘성숙한 사랑의 진미’를 잘 담고 있다.(참고로 나는 이 시를 버지니아 사티어의 책인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에서 인용했다.)       함께 있더라도 그 사이에 공간을 두라.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출 수 있도록. 서로를 사랑하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를 바다가 춤추며 흐르도록. 서로의 잔을 채우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에게 자기 빵을 건네되 한쪽의 덩어리만을 먹지 말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즐거워하되 각자 홀로 오롯하라. 한 가락 음률을 위해 함께 떨리는 류트의 현들조차도 서로 떨어져 있듯이. 그대들의 마음을 건네되 서로의 마음에 가둬두려 하지 말라. 오로지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온전히 품을 수 있으니. 함께 서 있되 서로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말라. 신전의 기둥들조차도 서로 떨어져 서 있으며,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에서는 자라지 못하니까.     결국 우리가 사랑과 행복을 유지하려면, 처음에 “우리는 천생연분이다!”라고 강하게 믿었던 감정을 여러 차원으로 차곡차곡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사실 누구나 결혼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안전한 안식처(safe haven)’를 찾아 안주하기를 원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에로스적 사랑에 플라토닉 러브, 그리고 ‘거리두기’가 모두 필요하다! 정도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지나친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나, 서로가 독립된 인간으로서 설 수 있도록 선과 거리를 지켜주고 인격을 존중해주는 데에 있다. 우리는 좀 더 승화된, 성숙된 “사랑의 진미를 찾아” 노력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여기에 행복한 사랑과 결혼 생활의 참된 열쇠가 있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사랑 에로스적 사랑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5-02-18

손원임의 마주보기 - 노화와 우아한 삶(하)

사람들이 은퇴하면서 하는 말 중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바로 “나는 이제 내 인생의 제 2막을 아주 멋지게 살 거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은퇴 후 몸과 마음과 정신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알고는 잔뜩 부푼 기대로 세웠던 계획들을 수정 또는 포기하고 실망과 좌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나 역시 교수로서의 바쁜 삶으로부터 은퇴한 후, 배가 나오고, 열정은 많이 식었으며, 건망증은 물론이고, 가끔은 뇌에 낀 안개, 즉 ‘brain fog’로 정신이 멍한 느낌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있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 2막의 목표를 “우아한 삶에 두자”는 것이다.     나는 ‘우아한 삶’의 첫번째 법칙으로 건강한 몸 관리를 강조했다. 그러면 두 번째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신의 줄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적 소양’을 꾸준히 키워야 한다. 정신의 건강은 신체의 건강과 아주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몸을 자주 움직이고 사지를 잘 사용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는 뇌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손의 사용은 뇌의 발달을 자극하고, 우리 뇌의 연결 회로를 지하 속으로 흐르는 매우 굵은 케이블처럼 더욱 단단하게 강화해 준다. 왜냐하면 우리가 양손을 쓰는 활동들을 통해서 계속해서 우리의 좌뇌와 우뇌 둘 다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다만 늙어가면서 손목이 아파오고, 손의 근력이 떨어짐을 고려해서 자신에게 맞는 재미와 취미를 찾아보자. 이에는 가벼운 운동은 당연하고, 뜨개질, 정원 가꾸기, 그림 그리기, 일기 쓰기, 집안 청소 등을 들겠다. 젓가락질이나 글쓰기를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가며 가끔씩 해보는 것도 괜찮다.     최근 지미 카터(Jimmy Carter, 1924~2024), 미국의 제 39대 대통령이 별세했다. 카터는 100세를 일기로 정말 장수했다. 그는 인생의 2막에 인권의 증진과 비영리 주택 기구를 위해서 일했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특히 나는 그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무주택 저소득 가정을 위한 사랑의 집을 짓기 위해서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접 망치를 들고 손과 머리와 몸을 썼다는 데에 매우 감동했다.     이처럼 노년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조금씩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지미 카터가 현대의학의 ‘면역요법’의 상당한 진전과 성과로 인해서 2015년에 전이성 흑색종을 치료했으며,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세번째는 ‘자중’이다. 사람은 늙으면서 자중하는 삶을 살아야 아름답다. 자중은 자아를 소중히 여기고, 매사에 언행과 행동을 신중하게 하며, 남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즉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때로 자아를 지키는 것에는 능해도 상대방의 인격 존중에는 신경을 덜 쓴다. 이것이 모든 문제의 ‘씨앗’이다. 따라서 가족 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잔소리를 삼가야 한다.     나는 모든 인격 존중의 시작은 ‘자성’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고 우리 마음 속을 다스릴 수 있으면, 타인을 쉽게 비난하지 않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머와 융통성으로 우아함을 화려하게 꽃피우게 된다. 우아는 여유와 포용력에서 ‘빵빵 팡팡!’ 풍기는 법이다.     지금까지 겸손한 마음으로 노화를 ‘우아하게 늙어가기’에 비유했다. 그리고 이 우아한 삶의 방법에 대해서 아주 간략하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즉, 건강한 몸 관리, 지적 소양 쌓기, 자중으로 말이다. 물론 사람마다 노화의 의미를 달리 가져갈 수 있지만, 이런 몇 가지만 실천해도 우아한 삶의 기틀을 든든하게 다잡아 갈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실천 방안은 바로 교육에서 항상 강조되고 반복되는 ‘지덕체’로 귀결된다. 이는 인간의 심신의 건강은 ‘신비롭고 매우 복잡한 미로’처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충분히 이해되는 점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삶이 그대를 속이고 까맣게 엄습해오더라도, 세월과 함께 몸과 마음이 지쳐서 힘들고 슬퍼지더라도, 우리 스스로 뱃심, 멋, 긍정적 자세, 지혜로 대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모두 조금 더 용기 있게,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우아하게 늙어가자.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노화 교수 교육학 위스콘신대 교육학 지미 카터

2025-02-04

손원임의 마주보기 - 노화와 우아한 삶(중)

현대인의 평균 수명은 나날이 늘어나 ‘100세 시대’라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평균수명 80을 훨씬 넘어서서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혹자에 따라서는 120세, 나아가 150세 시대가 임박했다고 확언하기도 한다.     이에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더 이상 한없이 노화를 슬퍼하거나 자포자기에 빠져 마냥 시간만 흘려보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니 노년기에도 꾸준히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 살아 갈 지를 깊게 생각하고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가 노화의 ‘재설계’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노화 앞에서 장사가 없으며, 갱년기와 우울증으로 심신이 나약해지고, 은퇴 등으로 삶의 목표와 열정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이 들고 덧없이 늙어가는 세월 속에서도 삶의 의욕과 기쁨, 나아가 우아함을 찾아야 된다. 그래야 노화 만세(!)가 된다.     그래서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노화’를 ‘우아하게 사는 것’에 비유하고 싶다. 즉 즐겁게 우아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아함(gracefulness)’을 생각할 때,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영어 표현은 이렇다. “Life is graceful when our heart is joyful.” 이를 번역하면, “삶이란 우리의 마음이 즐거울 때 우아해진다”가 되겠다.     예를 들어 우리가 외출시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도, 누군가 우리에게 “와우, 오늘 너 옷맵시가 아주 우아해 보이는데!”라고 말하면 왠지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올라간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조금 더 우아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으쓱해지고 기쁨과 행복도 훨씬 더 자주 느끼게 된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멋을 풍기며 잘 늙어가자!  우리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 몸과 뇌를 다시 젊게 만들 수는 없지만, 나이 들며 좀 더 소양을 쌓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는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건강한 몸이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따라서 우리는 긴 노년에 대비해서 최대한 자신의 신체 건강을 지키고, 더욱 더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다잡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우아한 삶을 굳이 아주 거창한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노년의 우아함은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다음은 ‘우아한 삶’의 법칙을 내 나름대로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 것이다.     “우아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신체적인 위생을 지키고, 잘 먹고, 건강하게 움직이자. 정신적으로는 우리의 인지적 소양을 지속적으로 갈고 닦으며 배우자. 인성적으로는 자중하고, 좀 더 융통성을 키우자. 여기에 때때로 상대방의 작고 사소한 거짓말에 속아주고, 또 속으면서 웃어줄 수도 있는 여유와 포용력을 갖추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면 이 진술에서 지적한 우아하고 품위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는 우아하게 늙으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당연지사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관리가 먼저다. 일단은 위생상 잘 씻고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독특한 냄새가 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강해지는 체취가 있다. 이 퀘퀘한 노인 냄새, 즉 ‘가령취(加齡臭)’가 나지 않도록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비록 귀찮더라도 자주 씻고 집안의 환기에 신경을 쓰는 것이 두루두루 좋다.     다음은 사지가 아직 멀쩡한 것에 감사하고 ‘정도껏’ 걷고 움직여야 한다. 몸이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우울증까지 오면 정말 큰일이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몇 주 동안 계속해서 식욕이 없고, 다른 사람들과 말도 섞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립된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힘들어도 밖에 나가 콧바람을 쐬도록 노력하자. 몸을 움직이고 걷는 것은 몸 속에 산소를 공급해서 혈액순환을 돕는다. 또 걷다가 보면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되어 우울한 생각을 떨쳐낼 수도 있다. 그러면 가끔 자신에게 ‘작은 달콤함’을 선물할 수도 있게 된다.     나는 가끔 동네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들이 나오신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가 들어서도 미소를 머금은 얼굴에 군것질로 아이스크림을 자근자근 천천히 맛보는 모습이 매우 여유 있어 보인다. 우리가 나이에 상관없이 달콤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것은 참 멋지고 우아한 것이 아니겠는가. 〈계속〉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노화 노화 만세 정신과 마음 신체 건강

2025-01-21

손원임의 마주보기- 노화와 우아한 삶(상)

어느덧 2024년, 갑진년인 청룡의 해가 지나갔다. 그리고 길거리와 상점들을 아주 예쁘고 화려하게 장식했던 다양 다색의 크리스마스 전구와 장식들도 또다시 연말을 기약하며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2025년, 을사년인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희망을 품고, 각자 나름대로 작성한 크고 작은 계획들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나도 수첩에 올해의 리스트를 이것저것 끼적끼적 적어보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새해 들어 여러 기대들로 온통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괜스레 속상하고, 또 어디가 아프지는 않을까 하며 여러 가지로 불안과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즉 ‘노화(aging)’하면서 아주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우선 신체적으로는, 얼굴의 깊은 주름들과 수북한 흰머리는 당연하고, 온몸이 여기저기 쑤시며, 감각적 반응이 민감함과 둔함 사이를 수시로 오가고, 때로는 몸속의 내장까지도 갑자기 뻐근히 아파온다. 게다가 소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짐은 물론이다. 그리고 일단 멍이나 상처가 생기면, 유연한 몸을 가진 아이들처럼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어디 그뿐만인가? 견과류나 딱딱하고 단단한 음식을 씹다가 치아 끝이 ‘쩍!’ 하고 깨져 부러지기도 매우 쉽다. 사실상 평소에 자신이 즐겨 먹던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면 너무나 어처구니 없고 무척이나 속상하다.     내게도 벌써 두 번이나 일어난 일이다. 한번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afternoon tea, 즉 가벼운 식사 도중에 아몬드가 들어간 다크 초콜릿바를 한입 깨물다가 그만 ‘딱!’ 하는 소리에 매우 놀랐었다. 나는 그때 너트의 껍질 조각을 씹었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보니 사실은 내 소중한 이 중 하나인 윗니 조각이 영원히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아이고, 맙소사! 사람이란 결국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싶었다!’     여하튼 내가 지금까지 든 예들은 사람들이 노화 과정 중에 겪는 신체적 경험들의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요점은 우리의 몸은 노화로 인해서 민첩함이나 회복력, 그리고 전반적인 생리적 반응이 한창 젊었을 때와 비교해서 그 ‘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데에 있다. 더 나아가 정신적으로는, 기억력과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꿈자리가 사납고, 죽음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고 두려워하게 된다.    게다가 심적으로는 친구, 가족과의 이별과 사별 등을 경험하는 가운데 더 더욱 ‘인생지사 새옹지마’의 뜻깊은 의미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지혜가 쌓여 남에게 조언을 주고, 존경도 받고, 품격을 갖춘 인격자로 성숙한다. 또한 호르몬의 변화로, 살아 생전 전혀 눈물을 안 흘릴 모순투성이의 막장드라마를 보며, 억장이 무너지도록 슬퍼서 하염없이 흐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감수성의 변화로 상황에 따라서는 매우 예민해지고 화를 내며 날카롭게 성질을 부리게 된다. 게다가 타인의 간섭과 잔소리를 너무나 듣기 싫어하며, 자신의 주관을 절대 굽히지 않고, 마냥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쓸 데 없는 고집을 피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심약해지고, 매사에 겁과 두려움도 많아지고, 사소한 것에도 민감하고 신경질적이며, 더 나아가 때로는 다혈질적인 성향까지도 매우 짙어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노화 스트레스와 건망증에 치매 걱정은 말할 것도 없다.    나도 얼마전 노화에 따른 새로운, 그것도 아주 “찐” 경험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너무나 엄청 울었다. 생전 처음 잇몸이 엄청 많이 부어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나서 심지어 의사 앞에서 창피하게도 엉엉 울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정말 크게 소리 내어 많이 울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항생제에 새삼스럽게 심한 부작용을 겪었고, 며칠 후에는 무슨 이유인지 입조차 제대로 벌릴 수가 없어서 밥도,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도 입안에 넣고 먹기가 어려워 무척 고생을 했다. 〈〈〈결국에는 참다 못해서 온라인으로 검색해보니 “손가락 세 개를 입에 넣을 수 없으면 심각한 문제!”라고 해서 겁도 상당히 많이 났었다.〉〉〉 이제는 괜찮아졌지만, 정말이지 ‘아프면 세상만사 싫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잇몸이 많이 약해진다는 것을 제대로 직접 몸으로 100퍼센트, 그것도 아주 고통스럽게 경험했던 것이다. 다시 되돌아보면, 정말이지 참으로 우아하지 않았고, 세상없이 겸연쩍으며, 속상했던 기분이 든다.〈계속〉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노화 노화 스트레스 얼마전 노화 노화 과정

2025-01-07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