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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가톨릭 ‘권력의 시녀’ 흑역사

도시의 밤길을 달리던 차가 굴다리 밑에 주차를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명의 남자가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고 시체로 보이는 물체를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슬로바키아 출신 감독 이반 오스트로브스키(Ivan Ostrochovsky)의 스타일리시한 정치 드라마 ‘서번트(Servants)’의 첫 장면이다.       영화는 위협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정보를 캐고 통치 수단으로 사용하는 공산주의 정권에 협조하는 사제들의 딜레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번트’는 냉전 기간 동안 억압받았던 교회가 어떻게 공산주의 정권의 폭력과 탄압에 연루되었는지를 들여다본다. 1968년 처절하게 진압당한 ‘프라하의 봄’의 외침이 상기되는 영화다.       ‘서번트’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공산주의 통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1980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라와 미칼은 사제가 되려는 10대 신학교 학생들이다. 그들이 스웨터를 잠옷으로 교환하는 행위조차도 감시 대상이 될 정도로 시민들의 일상은 통제되어 있다.     학교는 사제 지망생들의 교육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생활을 관찰하고 보고하여야 한다. 학장은 국가에 기밀을 제공하는 사제협회 회원 닥터 이반의 감시와 지시를 받는다.     종교의 자유와 사제들의 도덕은 이미 밀실 공포증에 지배받고 있다. 교회는 국가에 예속된 협소한 건축물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젊음의 저항이 꿈틀거린다. 학생들은 조용히 반란을 계획하고 책자를 만든다. 그러나 바티칸에 고발하려는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압수된 타자기 64개가 트럭 뒤에 쌓여 있다. 개인의 사고를 제압하는 통치자의 위협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오스트로초브스키의 두 번째 장편으로 고대비 4:3 흑백으로 촬영됐다. 차가운 느와르 톤으로 전개되는 영화에는 비에 젖은 텅 빈 거리가 자주 등장한다. 고전과 현대가 대비되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냉전이 한창이던 80년대 초 공산주의 정권은 체코의 시민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았다. 교회는 시민들의 질식할 것 같던 삶을 방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력의 시녀가 되어 그들의 체제 유지에 조용히 그리고 은밀히 가담했다.     사제들을 바라보는 신의 엄격한 시선으로 그려진 체코 가톨릭 교회의 아픈 흑역사 ‘서번트’는 종교적 교리와 정치 이념 사이에 존재했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자행됐던 사제들의 변절과 묵인에 대한 분노이며 폭로이고 구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혀 거리낌이 없이 자신들의 불의를 정당화시키려 했던 그들의 굴복에 대한 비판이다.  김정 영화평론가서번트 영화 서번트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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