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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갈대는 흔들리며 어울려 산다

갈대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 해만 자랐다가 죽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지만 목을꺾고 칼로 베고 갈아엎어도 봄이 오면 다시 자란다. 연못 가장자리, 도랑, 하천가, 강가 등 습하며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데 뿌리줄기로 뻗어가며 큰 군락을 이룬다. 자주색 꽃이삭이 9월이면 줄기 끝에 원뿔 모양의 꽃차례를 만든다.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마른 산골에서는 밤마다 늑대들 울어도/ 쓰러졌다가도 같이 일어나 먼지를 터는 것이’-마종기 ‘밤노래4’ 중에서   오하이오주 톨리도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마종기 시인은 외롭게 죽은 친구의 기일이 오면 4시간을 운전해 내가 사는 도시 공원묘지를 다녀가셨다.     근대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철학자, 계산기의 발명자인 파스칼은 그의 유고집 ‘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명언을 남긴다. 브레즈 파스칼은 어려서부터 수학의 신동으로 불리며 특출한 재능을 드러냈다. 기하학을 배우지 못했지만 12살 때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사실을 자력으로 발견하고 13살 때 파스칼의 ‘삼각형 원리’를 정립한다.  39세에 요절할 때까지 그때그때 기억하는 사건과 연관되는 단상들을 기록한 ‘팡세’는 그가 세상을 떠난지 7년 만에 발간되는데 인간 이성의 한계와 불완전성을 지적한다. 이성의 마지막 단계는 그것을 넘어서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를 깨닫지 못하면 저급하다고 설명한다. 사람들 사이에 불평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진실이지만 일단 이 사실이 승인되면 최선의 정치를 향해서가 아니라 최악의 압제를 향해서 개방된다고 설파한다.     학교 다닐 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하고많은 일 중에 왜 하필이면 곱하기 더하기 빼기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수학이 돈이 된다고 가르쳤으면 정신을 차렸을지도 모른다. 미술을 공부하고 화랑을 경영하며 황금비율과 원근법, 소실점과 구도의 공간개념을 공부하며 수학에 대한 경외감이 생겨났다. 무용지물이던 ‘숫자’는 사업을 하면서 ‘돈’이 된다는 실용적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한 분야에 뛰어난 위대한 사람은 인간의 삶을 고찰하는 철학자의 고뇌를 지니게 된다. 자신이 추구한 학문이나 성취를 바탕으로 독단과 편견을 넘어 인간성의 보편타당한 이성을 구축하는 해법을 찾아낸다.     가방끈이 긴 사람, 아는 것이 많은 사람보다는 못 배워도 한 곳에 몰입해 골몰하는 사람은 인생의 깊은 굴곡을 관통하는 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갈대처럼 흔들려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철학자다.     ‘철학’(philosophy)은 고대 그리스어 필레인(사랑하다)과 소피아(지혜)가 합쳐서 된 단어로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파스칼이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로 인식하는 것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와 상통한다.   사는 것이 부대끼고 갈대처럼 속이 비고 흔들려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몸을 비비며 어울려 살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기희 / Q7 Fine Art 대표, 작가이 아침에 갈대 물리학자 철학자 삼각형 원리 삼각형 내각

2022-08-03

[전문가 기고] 자산 축적 삼각형

 자산 축적에 비결은 없다. ①저축액 ②일하는 기간 ③수익률을 잘 관리하면 된다. 아무리 뛰어난 경제학자라 할지라도 이 범주를 벗어나서 조언해줄 수 없다. 세 요소를 삼각형의 변으로 보면 ‘자산 축적 3각형’이 된다. 변의 길이가 길어서 삼각형의 면적이 커지면 자산 축적도 많아진다. 자산 관리는 이 세 가지에 균형 있게 접근하면 된다. 한쪽에 치우치게 되면 위태롭게 된다.     대표적인 게 ‘파이어족’과 ‘원리금보장족’이다.   ‘파이어족’(FIRE)은 저축을 많이 하고 자산 운용수익률을 높여 재정 독립을 이룬 뒤, 빨리 은퇴하려는 집단이다.     하지만, 여기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찮다. 소득의 60% 이상을 저축하려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못한다.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아 직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젊을 때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가을이 돼도 추수할 게 별로 없다. 혹은 소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현재 누려야 할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     20대 유럽 여행과 70대 여행 경험은 전혀 다르다. 시간을 되돌려 경험을 살 수 없다. 때에 맞게 해야 할 것이 있는 법이다.   또한, 운용 수익률을 높이려고 투자 위험을 감수하다 오히려 운용 성과가 낮아질 수 있다. 파이어족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잘 될 것 같은 주식 종목 몇 개에 투자하든지 혹은 신종 자산에 투자하기도 한다.     자칫하면, 투자 실패로 인해 은퇴를 늦추고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차입을 했다가 부채 가치는 그대로인데 보유자산 가격은 하락하는 경우다. 45세가 아닌 75세에 퇴직할 수 있다. 파이어족은 자산 축적 삼각형으로 보면 일하는 기간은 크게 짧고 나머지 둘을 늘리는 경우로, 한 변은 짧고 다른 두 변이 긴 기형적인 삼각형 모양을 보인다. 툭 건드리면 옆으로 넘어질 불안정한 모양이다.   이와 반대되는 행태는 자산운용을 극히 보수적으로 하는 ‘원리금보장족’이다. 많은 사람이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노후 준비를 한다. 사적 연금의 90%가 1%의 낮은 수익률로 운용되고 있다. 노후 준비 자산은 절대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퇴직연금 자산운용 수익률이 7% 정도에 이른다. 1%와 7% 수익률의 차이는 크다. 1%로 운용하면 자산이 두 배 되는데 70년이 걸리지만 7%로 운용하면 10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7%로 70년 운용하면? 자산이 114배로 불어난다. 최근에 미국에서 연금 백만장자가 급증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원하는 노후 대비 자산을 만들려면 자산 축적 삼각형에서 저축을 늘리든지 일하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저축을 늘리는 것도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전문직 종사자가 아닌 이상 은퇴 시점을 마음대로 늘리기 어렵다. 현재 노후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미래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자산운용 수익률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파이어족이나 원리금보장족 모두 운용수익률에 대한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자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면 수익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투자시장은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고수익 추구에 미래를 맡기는 것은 우연에 나의 노후를 맡기는 거나 마찬가지다.   후자의 경우, 자산운용 기간에 따라 자산의 위험이 달라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예금은 실질금리 변동으로 말미암아 단기에서 안전자산이지만 장기에서는 위험자산이 된다. 장기에서는 오히려 물가연동국채가 안전자산이 되고 주식의 위험이 줄어든다.   파이어족 중에 자산 축적에 성공해서 일찍 은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비중은 작을 것이다. 노후 준비는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할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균형된 ‘자산 축적 3각형’을 그리고, 형편에 따라 조금씩 조절하면서 나만의 삼각형을 만들어가면 된다. 김경록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전문가 기고 삼각형 자산 자산운용 수익률 자산 운용수익률 퇴직 자산운용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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