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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사람사전

“5분 후 죽게 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그 5분 동안 가장 중요한 말을 하라고 한다면, 모든 전화기들은 사랑한다는 말로 넘쳐날 것이다.” 미국 소설가 크리스토퍼 몰리의 말입니다. 늘 세상 모든 사람이 그 5분간의 심정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홍수 사태가 좋기만 한 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까요?     강준만 『당신의 영혼에게 물어라』   촌철살인 사회비평으로 유명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행복을 위한 잠언집을 펴냈다. 방대한 인용과 각주 달기라는 평소 스타일대로 잠언집에서도 무수한 ‘인용 신공’을 펼쳐 보인다. 그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글에 눈이 간 건, ‘오늘도 무사히’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의 안위를 염려하며 살아가는 이즈음이어설지 모르겠다. “증오하던 사람이 오늘 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에 대해 계속 화를 내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지니기 어려워진다.” 미국 작가 리처드 칼슨의 말도 인용했다.   “사랑스러운 것이 사랑스러운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당신이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랑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 (롤랑 바르트),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의해 형성되고 변형된다”(볼프강 괴테), “최고의 행복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에서 온다”(빅토르 위고),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나태주) 등 다양한 결의 사랑론을 들을 수 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사람사전 결의 사랑론 강준만 전북대 촌철살인 사회비평

2022-11-30

[문장으로 읽는 책] 사람사전

두 개의 칼. 두 개의 칼이 누군가를 공격하려면 먼저 마음을 모아야 한다.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오차 없는 동 타임에 양쪽에서 치고 들어가야 보기 좋게 상대를 두 동강 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두 개의 몸이 하나의 마음 갖는 일이다. 그래서 가위는 칼 두 개를 한몸에 붙여버렸다.   -정철 『사람사전』   ‘사람이 먼저다’라는 명 카피로 알려진 카피라이터 정철의 책이다.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란 부제와 함께다. 1234개 단어를 통해 인간과 삶을 얘기한다. 윗글은 ‘가위’ 편이다. 세상이 온통 두 동강 나서 화해를 모르는 건,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가위질이 가능할까 싶다.   명 카피라이터다운 섬세한 언어 감각과 위트가 눈길을 끈다. “근육을 키우면 쥐구멍에 따라 들어갈 수 없고, 다이어트를 하면 쥐를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쥐를 잡지 않으면 된다. 인생은 짧다. 짧은 인생을 짧지 않게 사는 방법이 포기다.” ‘고양이’ 편이다.   첫 번째 단어는 “훈민정음 시절부터 줄곧 자신이 자음의 우두머리였음을 기억”하는 ‘ㄱ’. 저자는 여기에 “경직을 키읔이 비웃는다. ㅋㅋㅋ”이라고 덧붙였다. 맨 마지막 단어는 ‘힘’이다. “그대가 첫 페이지부터 한장 한장 넘겨 여기까지 왔다면 이런 말을 드린다. 힘드셨죠? 맨 마지막 단어는 과연 뭘까 궁금해 다 건너뛰고 여기에 왔다면 이런 말을 드린다. 힘내세요.” 서로 힘내자는 격려가 절실한 요즘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사람사전 카피라이터 정철 마지막 단어 훈민정음 시절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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