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사업 비난속 출발…미슐랭급 K푸드로 성장
한식 세계화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국 정부 주도의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가운데 한식이 퓨전화되면서 한국 고유의 식문화 색깔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식의 대모’라고 알려진 한식공간의 조희숙 셰프는 최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들은 한식 하면 밥과 반찬 문화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데 우리 스스로가 한식을 서양식 문화에 맞춰 간 감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 “변형 없이 우리 것 그대로 밥상 차리며 한식 세계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식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다 보니 그 과정에서 정통 한식의 색채가 희미해지고, 외국인 입맛이나 식문화에 맞춘 퓨전 한식이 대두하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다. 남가주한인외식업협회 회장을 지낸 김용호 대표(아라도 일식당)는 “미국서 주로 소비되는 치킨, 떡볶이는 지금 유행하는 한국 음식일 뿐이지, 한식을 대표하는 정통 한식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점을 정부가 가장 잘 알 텐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민관협력이 잘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는 당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한식 세계화에 직접 관여해 ‘영부인 사업’으로 불리며 정치적 공세를 받기도 했다. 김 여사가 지난 2008년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한국 정부가 예산으로 무려 1000억원을 편성했지만, 단발성 홍보, 전시행정 등의 문제로 예산 낭비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식은 한류 열풍과 맞물려 K-팝, K-드라마에 이어 K-푸드로 불리며 이른바 ‘K-시리즈’의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우선 지난 15년간 김치 수출량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김치 수출량은 2만 8505톤으로 8938만 달러 규모였다. 반면, 지난해 김치 수출량은 4만 4040톤으로 약 1억 5561만 달러에 달했다. 김치 수출 물량은 54.5%, 수출액은 74%나 증가한 셈이다. 김치의 성장세를 두고 시장조사기관 데이터 브릿지 마켓 리서치는 세계 김치 시장이 2029년까지 49억 96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한식을 서서히 인정하는 분위기다. 뉴욕의 경우, 지난 2012년 ‘단지(Danji)’가 한식 레스토랑 중 처음 미슐랭 1 스타를 받았다. 올해 5월 기준 미슐랭 스타를 받은 뉴욕의 한식 레스토랑은 총 열 군데다. 치킨과 맥주의 조합을 통해 한국 스타일의 ‘치킨집’도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일례로 BBQ 치킨의 경우 미국 내 150개 이상 가맹점이 생기며 한국 특유의 매콤달콤한 맛의 메뉴들이 타인종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문제는 한식과 한국 스타일의 유행 음식, 퓨전화 등이 서로 엇박자를 내며 한식 개념의 방향성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토런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영준씨는 “분명 한류로 인해 한국 스타일의 음식이 인기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들에게 한식의 문화까지 전파했는지는 의문”이라며 “한식 세계화는 거창한 구호일 뿐 실제 우리의 음식이 가진 깊은 맛과 문화를 타인종이 얼마나 알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kim.kyeongjun1@koreadaily.com미슐랭급 비난속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 한식 세계화 영부인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