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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열쇠와 부지깽이

3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가보니 그 사이 또 변했네. 미국으로 돌아 온 지 일주일 그 사이 또 무언가 바뀌고 있을 터.   한국에서 동선이 분주한 방문객에게 자동차는 이제 필수품이다. 특히 지방에 근거를 두고 이곳 저곳 다니려면 자동차 없이는 하루 한 건 약속 지키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국에 갈 때마다 차를 빌린다. 전국을 상대로 영업하는 렌터카 회사가 편리하지만 하루 이틀 빌리고 반납을 했다가 또 빌려야 하는 경우 지방 렌터카가 유리하다.     공주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회사에서 차를 빌린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돈을 내면 자동차를 보여 준다. 자동차 점검을 마치면 마지막 순서로 자동차 열쇠를 준다. 이런 것이 익숙한 차 빌리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열쇠를 안 준다. “키는 문자로 보냅니다.” 렌터카 주인이 말한다.     “웽?” 약간 뜨악한 기분.     “전화기에서 문자를 확인하시고 링크를 누르시면 자동차를 열고 닫는 기능이 나옵니다. 문자를 저장하시고 필요할 때 그 기능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주인이 시범을 한 번 보여 준다.     3개월 전만 해도 자동차에 넣고 돌리는 키는 아니지만 버튼이 달린 키를 주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없어졌네. 2년 전 아파트 출입문을 전자식으로 바꾸어서 집 열쇠도 없어졌고, 이제는 자동차를 빌려도 손에 쥐어 주는 게 없다.     문광 스님의 말씀대로 ‘중중무진(重重無盡)’ 화엄 세상 연결고리의 창문이 요즈음 휴대폰이다. 쇳덩이 자동차와 생각 망태 내가 전화기로 연결되다니. ‘열쇠’라는 말도 곧  ‘부지깽이’ 신세가 되겠구나. 부지깽이가 뭔지 모른다고요? 부지깽이는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손에 쥐고 불 ‘쑤시개’로 쓰다가 짧아지면 불쏘시개로 써먹는 막대기. 우리들 손자 대가 되면 열쇠라는 말도 지금의 부지깽이처럼 사전을 찾아야 그 뜻을 알까말까하는 상황이 올 터이다.     미국에서처럼 집, 사무실, 자동차 열쇠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일상은 부지깽이 세대의 삶이다.  한국은 저만치 앞서간다.     그런데 휴대폰 없는 사람은? 묻고 보니 부질없는 질문. 한국에서 차를 빌리는 사람이 휴대폰이 없을 확률은 로토에 당첨될 확률보다 적다. 한국을 방문하는 미주 한인들도 가끔은 당황할 듯.  짧은 체류 기간 동안 한국 전화기가 없어서 당연한 일상에 지장을 받는 일이 있을 터이다.   한국은 변하고 있다. 지금 모든 일상 생활의 최소 공약수는 인터넷이 연결되는 전화기, 크레딧 카드, 그리고 글을 읽고 빨리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도 불편 없이 돌아간다는 것은 적어도 대다수의 사람이 그 최소한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 못 미치는 사람에게는 이런 변화가 야속하기만 할 터이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또 무엇이 변해 있을지? 우리가 떠났던 그때 그 한국은 이제 없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이런 고향은 꿈 속에서나 있다. 한국은 이제 전화기가 모든 문제를 푸는 ‘풀쇠’가 되는 발 빠른 변화의 세상이다.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부지깽이 열쇠 자동차 열쇠 부지깽이 세대 한국 전화기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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