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
2016년 8월 노르웨이 중부의 국립공원에서 이동 중인 순록 323마리가 벼락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순록이 떼죽음을 당한 이유는 습지에 가까운 저지대를 이동 중에 번개가 땅으로 내리치면서 생긴 ‘보폭 전압’ 때문이다. 번개는 직격으로 맞을 경우 가장 위험하지만 전류가 땅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피해 반경이 수십미터에 이른다. 보폭 전압은 번개로 땅에 전류가 흐를 경우 다리 사이의 전압차로 인해 몸 안으로 전류가 유입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보다 다리 사이의 보폭 간격이 넓은 네발 동물은 상대적으로 큰 보폭 전압이 발생해 번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번개는 대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를 땅으로 환원시키는 질소 고정 메커니즘의 중요한 요인이다. 질소는 육상 생태계에서 동식물의 필수 영양분이다. 번개가 자주 발생해 땅으로 환원되는 질소 양이 늘어나면 지력이 올라간다. 알래스카를 포함한 극지의 순록은 지표면에 있는 ‘라이켄(licken)’이라는 지의류(균류와 조류의 공동체)를 특별히 좋아한다. 지의류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갖고 있어 비나 번개를 통해 다량의 질소를 함유하는 특성이 있다. 이 질소는 순록의 근육을 만드는 단백질원이 된다. 번개가 내리치는 속도, 즉 대기 중 음전하가 지상으로 내리 꽂히는 속도를 뇌속이라 하는데, 이 속도는 1초에 약 10만km이다. 비행기나 로켓의 속도를 나타내는 음속은 1초에 0.33km이다. 300여마리의 순록이 찰나와 같은 순간에 떼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순록의 사체를 그대로 두자는 국립공원의 요청을 수용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잔인한 처사라고 하며 빨리 사체를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체를 그대로 두면 쥐와 같은 설치류에 의해 병원균들이 옮겨질 것이고 했다. 수많은 주민 공청회에도 노르웨이 국립공원 관계자의 뜻이 관철됐다. 공원 관계자는 순록 사체를 3년간 두고 면밀히 관찰해 그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다.몇가지 결론을 얻었다. 첫째, 국립공원 경관을 해칠 설치류가 들끊다는 우려는 기우였다. 사체가 부식돼 가면서 설치류가 활발한 활동을 보였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사체를 먹기 위해 많은 까마귀와 같은 조류와 여우, 늑대 등의 동물들이 모여 들었다. 설치류 또한 조류와 동물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둘째, 사체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활약이다. 순록의 장 속에 있는 미생물과 지면에 접한 흙 미생물이 사체를 빠르게 분해했다. 미생물은 자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의 장내 미생물이 건강을 좌우하는 것도 유익한 미생물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있는가에 있다. 마지막으로 순록은 겨울 전에 많은 식물과 열매를 섭취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체내에 있던 열매들이 순록을 먹었던 조류와 동물에 의해 많은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더욱이 순록 사체는 영양분이 풍부해 씨앗의 발아에 좋은 환경이 됐다. 순록 사체를 3년간 둔 결과 자연은 섭리와 이치에 따라 움직였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자연은 자연의 방법으로 순록의 사체를 처리했다. 국립공원에 있는 동식물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다. 인간의 생각을 초월하는 자연 생태계의 놀라운 복원력이다. 만약 순록의 사체를 처리하겠다는 인간의 개입이 있었다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전문가 기고 복원력 자연 순록 사체 노르웨이 국립공원 자연 생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