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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담관염·췌장염 대처 빨라야 생명 살려

지난 시간에는 담석증과 담낭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담낭염은 담석이 담낭관을 완전히 막아서 생기는 합병증인가 하면, 오늘 이야기 나눌 담관염, 췌장염은 담석이 담낭을 빠져나가면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입니다.     담낭관은 담관과 담낭을 연결하는 기관입니다. 담석의 크기가 담낭관보다 작을 때에 담석이 담낭관에 끼이는 것이 아니라 담낭관을 지나 담관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담관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내려오는 통로입니다. 담석이 담관을 막게 되면 담관염을 일으키게 됩니다.     담관염은 담관 계통에 발생하는 급성 또는 만성의 염증 질환입니다. 일반적으로 담관염은 급성 담관염을 의미합니다. 염증이 심하면 혈압 및 의식저하를 동반하는 패혈증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담관염은 복통, 구토증세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패혈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담낭의 담석이 있으면 수축 시 일시적으로 담낭관을 막으면서 통증을 일으킵니다.     통증은 대부분 명치 아랫부분이나 오른쪽 갈비뼈 아랫부분 또는 등쪽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통증이 심하지 않아 단순히 소화가 안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대부분 1~2시간 후 사라집니다. 때문에 초기이상증상을 잘 인지하고 진료를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또한 더 나아가 간염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담관염은 담낭염보다 훨씬 심각한 합병증입니다. 응급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병입니다.   담석이 담관을 따라 내려와서 담관과 췌장관이 만나는 위치에 끼이게 되면 췌장염을 유발합니다. 담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췌장염은 심한 정도가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분들은 며칠만 입원치료 받으시고 호전되셔서, 담낭 절제술을 받으시고 퇴원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반면, 어떤 분들은 췌장염이 심해져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으시다가, 결국엔 췌장이 괴사 해서 죽은 췌장을 긁어내는 수술을 여러 차례 받으시다가 생명을 잃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처럼 췌장염은 단순한 합병증이 아닙니다.   췌장염은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구별됩니다. 급성 췌장염인 경우 빠른 진료와 치료로 췌장 기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초기 대처가 중요합니다.     만성 췌장염은 시간이 지날수록 췌장의 기능 손상이 영구적으로 심해집니다. 보통 췌장염은 잦은 알코올 섭취, 담석이 췌장관을 막아서 유발됩니다.     급성 췌장염일 때는 배와 등에 심한 통증이 생깁니다. 누울 때는 통증이 심해지기도 하고,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가라앉습니다. 미열, 구토, 혈압 상승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쇼크에 빠질 수 있어 빠른 대처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담석이 이렇게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병원에서 당직하다 보면 이렇게 심각한 담석 합병증 때문에 입원하시면서 ‘왜 미리부터, 심각하지 않을 때 수술 치료를 받지 않았을까’ 하며 굉장히 후회하시는 분들을 너무 자주 봅니다.     여러분들은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셔서 이런 후회 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문의:(213)674-7517 장지아 원장 / 장지아 일반외과건강 칼럼 췌장염 생명 급성 췌장염일 보통 췌장염 췌장염 대처

2024-10-22

[부동산 이야기] 주택 구입 시 필요한 융자보험

요즘 주택 시장은 높은 가격과 대출 이자가 떨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높은 이자율 때문에 예비 바이어들이 주택을 구입하기에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아파트 렌트보다는 집을 사고 난 후에 매달 내야 하는 비용이 더 많지만 그만큼 주택소유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많다.   보통 주택을 구입하려면 20% 정도를 다운해야 하는데, 다운페이먼트 준비가 미쳐 안된 바이어들은 20% 미만의 다운페이먼트로도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통 20% 미만의 적은 다운페이먼트로 집을 살 때 돈을 빌려주는 은행에서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융자에 대한 보험을 들기를 요구한다. 모기지 보험(PMI: Private Mortgage Insurance)이라고 부르는 이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경우와 집값 상승 등으로 PMI가 면제돼 필요 없는 지출을 중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자.   수입이 많은 젊은 바이어가 목돈이 없어서 적은 다운페이먼트로 집을 사야 할 때를 가정해보자. 이런 바이어들을 위하여 3.5%나 5%의 다운페이먼트만 하여도 집을 살 수 있는 융자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돈을 빌려주는 융자 기관 입장에서는 20% 미만의 다운페이먼트를 한 경우, 그만큼 위험 부담률이 높기 때문에 강제로 PMI에 가입하게 한다.     다행히 지난 몇 년 동안 남가주의 주택 가격이 많이 올라서 적은 다운페이먼트를 가지고 주택을 구입한 홈오너들은 그동안 지불해 오던 PMI를 면제받기 위한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면 PMI 면제 조건과 신청과정을 알아보자.   먼저 PMI는 다운페이먼트가 집값의20% 미만일 때 들어야 하는 보험이므로, 주택을 감정하여 현재 남아 있는 융자액이 주택 가치의 80% 이하로 떨어졌는지 확인한다. 융자 기관은 주택의 가격이 상승했거나 그동안 상환된 융자액이 모여 융자금의 잔액이 80% 이하로 떨어졌다면 심사 후 PMI를 면제하여 준다. 물론 증축이나 개축으로 집의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본인이 사는 집이 아니고 투자용으로 렌트 수입이 들어오는 경우는 주택 가격보다 융자금이 70이나 75% 이하로 낮아져야만 PMI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혹시 융자 은행에 PMI 신청을 해서 은행에서 실시한 감정가격이 낮게 나오는 경우에는 감정비만 버리게 될 수도 있으므로 융자 기관에 신청하기 전에 감정사나 부동산 에이전트를 통해 현 주택 가격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한편 감정가가 조금 부족할 때, 가지고 있던 여윳돈이 있다면 몇만불 정도를 더 갚고 PMI를 면제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FHA를 비롯한 몇 렌더들은 주택의 가치가 올라갔어도 PMI를 면제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때는 비용이 좀 들어도 다른 융자 기관을 찾아서 재융자를 하는 것도 좋다. 재융자를 할 때 혹시 현재 융자 은행에 일정 기간을 채우지 않고 융자금을 상환했을 때 지불해야 하는 벌금(Prepayment Penalty)이 있는지 확인하고 시작해야 한다. 보통 융자를 받은 후 2년 정도 안에 상환하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문의: (818) 497-8949 미셸 원 / BEE부동산 부사장부동산 이야기 융자보험 주택 주택 구입 주택 가치 보통 주택

2024-10-02

[우리말 바루기] 날짜의 순우리말 표현

명절 연휴가 되면 “명절에는 보통 사나흘 정도 쉬었는데, 이번엔 연휴가 길어서 매우 좋았다” “앞으로도 명절 연휴가 네댓새는 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날짜를 순우리말로 바꿔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사흘’을 ‘3일’이 아닌 ‘4일’로 알고 쓰는 이가 많다는 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3~4일’ ‘4~5일’ ‘5~6일’ 등을 우리말로 정확히 표현하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 듯하다.   우선 ‘3~4일’은 ‘사나흘’이라고 대부분이 제대로 알고 있다. 그런데 ‘4~5일’은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많다. ‘나흘이나 닷새가량’은 ‘네댓새’가 바른 표현이지만, ‘너댓새’라고 쓰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4~5’를 ‘너댓’이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으로, ‘네댓’이 바른 표현이다.   ‘5~6일’은 ‘대엿새’라고 한다. ‘대엿’은 ‘대여섯’의 준말로, ‘다섯이나 여섯쯤 되는 수’를 의미한다.   ‘6~7일’은 ‘예니레’라고 써야 한다. ‘6일’은 ‘엿새’, ‘7일’은 ‘이레’라고 하므로 ‘6~7일’은 이를 합쳐 ‘예니레’가 된 것이다.   ‘7~8일’은 ‘일여드레’이다. ‘이레(7일)’와 ‘여드레(8일)’가 만나 이루어진 표현이다.   참고로 ‘9일’은 ‘아흐레’라고 하지만, ‘8~9’일을 나타내는 우리말 표현은 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다.우리말 바루기 순우리말 표현 순우리말 표현 명절 연휴 보통 사나흘

2024-09-23

[우리말 바루기] ‘외동딸’과 ‘외둥이’

맞벌이 등으로 아이 양육과 교육이 더욱 힘들어짐으로써 자녀를 하나만 낳는 가정이 적지 않다. 주변에 아들이나 딸 하나만 달랑 있는 가정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녀가 혼자인 경우 보통 외동아들·외동딸이라 부른다. 각각 외아들·외딸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서 ‘동’은 귀여운 어감을 살리기 위해 들어간 낱말이다.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을 아들·딸 구분하지 않고 부를 때는 ‘외둥이’라고 한다. 외동아들·외동딸처럼 ‘외동이’이라 부르지 않고 ‘외둥이’이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둥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러한 성질이 있거나 그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외동아들·외동딸처럼 ‘-동이(童이)’가 본딧말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둥이’로 바뀐 것이다.   ‘귀염둥이’ ‘해방둥이’ ‘바람둥이’ 등과 같이 ‘-동이’ 형태는 모두 ‘-둥이’로 바뀌었다. ‘-둥이’가 본딧말인 ‘-동이’를 제치고 표준어가 됐다. 늦동이·쌍동이·팔삭동이·막동이 등도 늦둥이·쌍둥이·팔삭둥이·막둥이로 고쳐 써야 한다.   낱말 뒤에 ‘-둥이’가 붙을 때는 본딧말인 ‘-동이’를 살려 쓰지 않는다고 기억하면 된다. 그렇다면 ‘쌍둥밤’은 어떻게 될까. ‘쌍둥이’의 ‘쌍둥-’을 떠올리고 ‘쌍둥밤’으로 표기하기 십상이나 이 역시 ‘-둥이’가 들어간 말이 아니므로 ‘쌍동밤’으로 해야 한다. ‘쌍둥아들’ ‘쌍둥딸’도 ‘쌍동아들’ ‘쌍동딸’로 고쳐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외동딸 보통 외동아들 일부 명사 아이 양육

2024-07-30

[취재수첩] 7월14일은 제 2의 광복절

지난 12일 LA한인타운에서 열린 제 1회 미주 탈북민대회서 만난 탈북민 권정순씨〈본지 7월 16일자 A-6면〉는 2007년 중국으로 탈북했다 붙잡혀 신의주 수용소로 끌려갔었다.     권씨는 “수용소에서 잠을 안 재우는 게 가장 버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많이 맞았고, 얼음 구덩이에 앉는 고문도 당했는데 잠을 못 자서 그 순간에도 잠이 왔다”며 “잠을 못 자게 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건 없었다”고 수용소에서 겪었던 고통을 설명했다.   또 다른 탈북민 고명옥씨는 6년간 중국에서 칩거 생활을 했다. 그는 함께 탈북한 아들, 3년 뒤 뒤따라 탈북한 딸과 함께 살았다. 고씨는 “매 순간을 북송의 두려움 속에 살았다”며 “경찰차가 보이기만 하면 숨고, 아무 일도 없이 무사한 하루가 최고의 날이었다”고 당시 생활을 설명했다. 그는 신분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당시의 고초도 털어놨다.   권씨와 고씨처럼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에게 ‘북한이탈주민의 날’인 7월 14일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지난 5월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포용하고, 그들의 권익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에서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탈북민들에겐 감격스러운 날이다.   12일 행사장에서 만난 탈북민 현춘삼씨는 “7월 14일이 우리에게는 제2의 광복절”이라며 “한국 정부 차원에서 우리를 인정해주고 포용해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들이 말하는 두 번째 광복의 감격을 우린 이해하긴 어렵다. 경험하지 못한 ‘쟁취한 자유’의 기쁨이어서다.   그 감격에 탈북민들이 더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상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북한의 보복보다 한국과 미국에서 마주한 편견과 차별이 더 무섭다고 했다. 탈북민에 대한 이해는 격려나 배려를 넘어 사회적 의무다.   최근 한국에서는 탈북민 용어 자체가 부정적이라고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그래서 한 칼럼니스트는 그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매년 7월 중순이 다가오면 한번쯤 되새김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광복절 한달 전쯤 감격에 차 있을 ‘먼저 온 통일’들을. 김경준 기자취재수첩 광복절 맞이 광복절 제정 미주 탈북민대회 보통 국가기념일

2024-07-17

[우리말 바루기] ‘더 이상’을 쓰지 말자

일상에서 ‘더 이상’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그런데 ‘더 이상’이라는 표현에는 어법상 다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더’는 ‘계속해’ 또는 ‘그 이상으로’를 뜻하는 말이다. “조금 더 기다리자”에서는 ‘계속해’란 의미로 쓰였다. “날씨가 어제보다 더 춥다”에서는 ‘그 이상으로’를 뜻한다. ‘이상(以上)’은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한 기준보다 더 많거나 나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만 20세 이상 가능하다” “둘은 보통 이상의 관계다”처럼 사용된다.   결국 ‘더’와 ‘이상’은 뜻이 비슷하고 ‘더’에 ‘이상’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은 의미가 중복되는 말이다. 또한 부사는 동사나 형용사를 꾸미는 기능을 하는데 ‘더 이상’은 부사가 명사를 수식하는 형태라 지극히 기형적인 표현이다. ‘더’의 반대말이 ‘덜’인데 ‘덜 이하’라고 하면 몹시 어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 이상’이 이렇게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영어의 ‘not…any more’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 이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로 암기하거나 단순 번역하면서 ‘더 이상’이란 표현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I can‘t stand any more.”를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로 번역하는 식이다.   해결은 간단하다. 문맥에 맞추어 ‘더’나 ‘더는’으로 바꾸면 된다. “네가 돌아온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더 이상 우리 관계를 지속할 수 없어”에서 ‘더 이상’은 각각 ‘더’ ‘더는’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우리말 바루기 보통 이상

2024-02-16

[삶의 뜨락에서] 장례식 Blue

결국 시어머님은 101세를 두 달 남겨두고 떠나셨다. 많은 분이 왜 갑자기 돌아가셨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갑자기’가 아니다. 돌아가시기 삼 주전에 저와 제 남편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그 후 그녀는 하루하루 급속도로 쇠약해지셨다. 아니 그녀를 지탱하고 있던 모든 세포가 하나씩 소멸해갔다. 모든 에너지는 고갈되어 말할 기운도, 물을 삼킬 기력조차도 잃게 되었고 마지막 일주일은 수액을 맞으면서 겨우 심장만 팔딱이다가 그마저도 정지되었다. 심장이 멈추자 뇌세포도 멈추었다.     평생을 중환자실에서 일해온 간호사로서 정말 많은 죽음을 보아왔다. 보통 중환자실에서 죽는 환자들은 몰골이 험하다. 먼저 전신에 피멍이 들어 검푸르죽죽하다. 그리고 영양 부족 또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 전신 부종으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많다. 그들은 많은 최신 의료기구와 강력한 정맥 주사약으로 겨우 심장박동과 혈압을 만들어 내기에 모니터에서는 계속 알람이 울려 주위가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죽는다. 환자가 죽고 나면 의료장치를 제거하고 온갖 종류의 주사약을 멈춘다. 그러면 죽은 환자의 모든 근육이 이완되어 온갖 분비물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이런 장면들이 나에게 익숙하다.     그런 나에게 시어머님의 임종은 단아했다. 그녀는 인간 본연의 모습(integrity)을 간직한 채 서서히 사위어갔다. 참으로 다른 경험이었다. 평소에 당신 몸을 아끼며 잘 돌보셨고 절대 소식을 하셨기에 천수를 누리신 것이다. 노화되어 가는 육신을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인간의 육신은 이렇게 담백하게 메말라가는구나 하고 배웠다.     2007년 한국에서 시아버님 먼저 보내시고 여기 우리 집에 합류하셨을 때 ‘빈손으로 오세요’라는 나의 절실한 부탁에도 그녀는 최상급의 수의와 목화 솜이불만 갖고 오셨다. 그리고 평소에 장례는 간소한 화장과 수목장을 원하셨다. 그리고 장례비용이라며 봉투 하나를 건네셨다. 수의를 준비하는 마음, 장례 비용을 따로 남기는 마음은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생각하니 울컥거린다. 시어머님과 나는 평소에 장례 절차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었다. 실용주의자이면서 실존주의자인 나는 한국의 장례문화에 회의하고 있다. 거창하고 요란하고 형식적인 장례식이 죽은 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주 오래전에 읽은 기사 내용이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중에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상술의 달인인 장의사는 가족 모두 머리가 마비된 상황을 이용해 최고의 상품만을 권하며 그에 따르지 않으면 상주를 죄책감으로 몰아간다. 상황에 몰려 장례를 다 치르고 나면 빚더미에 앉는다고 한다. 난 그 당시 이 글을 읽고 얼마나 분개했던지. 미치앨봄의‘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 내용이 생각난다.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가 애제자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사랑, 일, 공동체 사회, 가족, 나이 든다는 것, 용서, 후회, 감정, 결혼, 죽음 등을 소재로 다룬다. 모리는 누구나 죽게 되는데 이왕이면 죽음을 가치 있는 일로 승화시킬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다. 삶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기에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한 촌장을 잃게 되면 도서관 하나를 잃은 거와 같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내 안에 있는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 왜냐면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부분까지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사람과만 가능했던 관계도 끝난다’라고 썼다. 시어머님을 잃었다. 나는 그녀와 가능했던 관계를 잃었다. 그리고 나는 이 블루를 얻었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장례식 blue 장례식 blue 보통 중환자실 마음 장례

2024-02-09

[우리말 바루기] ‘연도’와 ‘년도’ 구분

새해가 되면 각종 기관이나 회사 등에서는 그해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신년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신년도’ ‘연간’ ‘연도’ 등의 내용이 나올 때 ‘년도’와 ‘연도’ 가운데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린다.   ‘년도’는 ‘2024년도’에서와 같이 해(年)를 지칭하는 말 뒤에 쓰여 일정한 기간 단위로서의 그해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 ‘연도’는 ‘결산연도’ ‘1차 연도’ ‘졸업 연도’에서처럼 편의상 구분한 1년 동안의 기간이나 앞의 말에 해당하는 그해를 가리킬 때 쓰인다.   맞춤법에 따르면 ‘녀·뇨·뉴·니’로 시작하는 한자음이 단어 첫머리에 올 때는 두음법칙에 따라 ‘여·요·유·이’로 표기해야 한다. 단어의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어야 한다.   따라서 ‘결산연도’는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므로 ‘결산년도’와 같이 본음대로 적기 십상이다. 하지만 독립성 있는 단어에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두 개의 낱말이 결합해 합성어가 된 경우 뒤의 단어에도 두음법칙이 적용된다는 예외 규정 때문에 ‘결산연도’로 쓰는 게 바르다.   보통 숫자 뒤에는 ‘년도’가, 숫자가 아닌 낱말 뒤에는 ‘연도’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구분하기 쉽다. 다만 ‘신년도’는 숫자가 아닌데도 ‘년도’라고 쓰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신(新)+년도(年度)’ 구성이 아니라 ‘신년(新年)+도(度)’로 이루어진 단어라 보기 때문이다.우리말 바루기 구분 단어 첫머리 신년 계획 보통 숫자

2024-01-01

[삶의 뜨락에서] 절망에서 희망을

지난주는 나에게 아주 힘든 한 주였다. 직장에서 한꺼번에 3명의 죽음을 마주쳐야만 했다.     첫 번째 환자는 76세로 40년을 신경외과 중환자실(neurosurgery intensive care unit)에서 근무하다가 72세에 은퇴한 간호사였다. 은퇴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기 시작한 후 일 년 만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항상 남편의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 병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지난주에는 그녀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뇌전증 발작(seizure)을 일으켜 앰뷸런스에서 응급실로,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왔다. CT 스캔 결과 평소에 고혈압이 있었던 그녀는 뇌혈관이 터졌고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 뇌부종과 뇌사로 판정이 났다. 평생 열심히 살아왔던 그녀는 그렇게 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거의 실성하다시피 환자의 남편은 계속 울다 웃기를 반복하며 그동안 제대로 못 해준 것에 대해 후회하며 사과했다. 보통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주 보는 시나리오이다. 환자가 죽고 나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잘해주었던 일은 다 잊고 못 해준 일, 서운하게 해주었던 일들을 후회한다.     두 번째 환자는 32세의 여자 환자로 백혈병 치료 과정 중에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녀는 러시아에서 의대를 마친 후 미국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고자 4년 전에 어렵게 비자를 받아 뉴욕에 왔다.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그녀는 올 7월부터 우리 병원에 수련의 자리를 따냈다. 준비 과정 중 신체검사에서 5월에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바로 항암 치료에 들어갔고 두 번째 사이클을 마친 후 항암 약 합병증의 하나인 심근병증(cadiomyopathy)을 겪게 되었다. 증상은 날로 악화하여 심부전의 결과로 호흡 곤란, 피로, 다리부종이 오고 심근의 수축력이 떨어져 펌프 기능을 잃게 되었다.   환자의 전 가족은 러시아에 있고 여기는 지난 4년 동안 사귀게 된 지인들이 전부였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심근 강화제와 혈관 수축제 6종류나 투여했지만 환자의 장기는 하나둘씩 기능을 잃어갔다. 마지막으로 호흡 곤란이 왔다. 이제 인공호흡기 꽂을 일만 남았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는 그녀의 폐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해줄 뿐 환자를 정상으로 돌아오게 할 수는 없었다. 의사는 러시아에 있는 환자의 어머니와 화상통화를 한 후 더는 치료를 계속하지 않기로 했다. 환자는 점점 의식을 잃어서 우리는 날마다 화상통화로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에게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환자는 결국 토요일에 숨이 멎었다. 토요일은 유대인의 안식일로 러시아 유대인인 그녀는 방문객 한 명 없이 홀로 쓸쓸히 떠났다. 임종이 임박하여 랍비와 지인들에게 전화 통화를 해도 누구 하나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병원 규칙상 환자의 시신은 냉동실로 옮겨갔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안타까운 상황, 또 쓸쓸히 홀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지리적인 또한 종교적인 이유가 나를 혼미하게 했다.     세 번째 죽음은 현재 우리와 함께 중환자실에서 15년간 일해 왔던 주임 의사였다. 49세인 그녀는 토요일 아침 주거지인 맨해튼 자신의 콘도에서 발견되었다. 금요일 정상 근무를 마친 후 심한 두통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곧장 퇴근했다고 한다. 사인은 구형 뇌동맥류(Saccular Brain Aneurysm)으로 판명 났다. 결국 뇌동맥류가 터져 과다 출혈로 인한 사망이다. 그녀는 싱글이었고 의대 교수와 중환자실 주임 의를 겸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충격에 빠졌다. 정말 애석하고 믿기지 않았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이 경우가 아닌가 한다. 이 세 명의 죽음은 나를 가로막고 잠시 내 뒤를 돌아보게 했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고 있을까. 나에게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 오늘 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일을 뒤로 미루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절망 희망 신경외과 중환자실 여자 환자 보통 환자

2023-10-06

[보험 상식] 화재와 주택보험

근래 들어 가주에 대형 산불이 빈발하고 홍수로 인한 주택피해도 늘어나면서 주택보험에 가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늘어남에 따라 보험사들이 주택보험 가입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가입을 거절하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높아진 위험도에 맞춰 보험료를 올리기를 원하지만 주 정부가 이를 허용치 않기 때문에 보험갱신을 거부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화재로 인해 주택이 전소됐을 경우 주택보험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살펴보면 가장 먼저 지급되는 것이 사용손실(Loss of use) 보상 조항이다. 이것은 현재 주택이 전소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피해자에게 임시로 이전의 생활에 가까운 수준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로 한 주거비용을 제공한다.     각 보험회사마다 그 보상 범위가 다르나 일반적으로 최장 24개월의 주거비용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옷, 세탁비, 주거비, 음식비 등 생활에 필요로 한 기초적인 것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청구되는 것이 개인 동산에 대한 보상이다. 이 보상의 한도액은 주택 건물 보험의 70% 정도가 일반적이며 주택 건물 보험이 100만 달러라면 개인 동산 보험은 70만 달러 선이 된다.     이 보상 범위 안에서 동산의 손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동산에 대한 증명 서류마저 모두 타버린 경우 보험사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클레임 절차의 예외 조항을 들어 피해자들의 편리를 보아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 할 수 있다.     동산의 한도액을 증빙서류 없이 일괄 지급할 수도 있고 보험사마다 자체 기준에 따라서 요구하는 서류나 내용이 다를 수도 있다. 고가의 동산 품목은 화재 이전 보험 내용에 미리 포함해 두지 않았으면 보상받지 못하게 된다.   동산에 포함되는 품목으로는 화재 이전에 갖고 있던 모든 물품이 해당하며 현금이나 고가의 귀금속은 보상이 거의 어렵다고 본다. 동산에 대한 리스트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보험사들의 보상 절차이니 무엇을 갖고 있었는지 기억을 잘 더듬어서 리스트 작성에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미리 가진 귀중품 목록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놓는 등의 준비가 있으면 피해를 봤을 때 보상받기가 한결 쉬워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화재로 인해 주택이 전소했을 경우, 무엇보다 이 주택을 화재 이전으로 돌려놓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주택 화재보험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전소한 주택을 새로 짓기 위한 제반의 경비에 대해 보상받는 조항이 바로 재건축 비용 조항이다.   이 조항은 살고 있었던 주택의 규모와 형태를 그대로 새롭게 지어 준다는 것이며 보상 한도액은 보험 증서에 나와 있는 주거 보상 한도액이 된다. 각 보험사에서는 고객의 보험 보상 조항을 검토하고 은행의 융자가 있는지,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은 작업과 아울러 실제 들게 되는 재건축 비용 등 여러 조건에 필요로 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총 보상 금액을 공지하게 되며 피해자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재건축 비용이 합당한지 아니면 추가 비용이 더 들 것인지 보험사와 협의를 거치게 된다.     이때 보상해 주는 한도액이 재건축 비용보다 낮을 때 보험사마다 내용이 다르나 보험사들은 일반적으로 추가 보상 한도액을 25%에서 50%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가 보통 주택보험에 가입할 때 이런 재건축 비용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건축 비용을 낮추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절약하려고 하는 가입자들이 많은 데 이런 경우 불이 나 주택이 전소하면 주택 재건축 비용을 턱없이 모자라게 받아 큰 손해를 입게 될 수 있다.   또한 주택가격이 낮을 때 집을 사놓은 경우, 주택 가격이 오르고 건축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주택의 재건축 비용은 비싸졌지만 이전의 보험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면 실제 재건축 비용과 보험의 커버리지가 큰 차이를 보이게 되는 현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문의: (213)503-6565 알렉스 한 재정보험 전문가보험 상식 주택보험 화재 주택보험 가입 보통 주택보험 주택 화재보험

2023-10-04

[보험칼럼] 치과보험 이해와 바른 사용

치과보험은 보통 기업체를 이용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인이 따로 가입할 수도 있지만, 그룹 치과보험에 비해 커버리지가 나쁘다. 통상적으로 치과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일인당 연간 커버 최대액수에 제한이 있다. 그 액수는 선택한 플랜에 따르는데, 대개 연간 1000달러에서 3000달러까지 커버하는 플랜들을 선택한다.     일반적인 치과보험의 커버리지 행태는 보통 예방적 진료(Type I), 기본적 진료(Type II), 중요진료(Type III) 행태로 나누어진다. 예방적인 진료는 일년에 2번의 스케일링, 엑스레이 촬영, 구강검사 등 말 그대로 치과 질환 방지가 주된 목적인 진료 행위를 말한다. 이것은 보통 본인 부담이 없거나 아주 소액이며 대개 100% 커버된다.     기본적 진료란 아말감 씌우기, 치아공간 유지, 간단한 구강 수술 등이 포함되며 보통 진료비의 80% 정도를 커버하고 나머지 20%는 본인 부담이다. 중요(Major) 진료는 크라운, 보철, 수술적 임플란트 등의 진료를 말하며 이 부문은 본인 부담이 50%, 나머지는 보험사 부담이다. 물론 좋은 치과 보험을 구매하면 보험사가 80% 정도를 부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Plan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기 마련이다. 상기 언급한 분류는 보험사마다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용시 확인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플랜에서 커버하지 않는 미용적 교정치과 혜택은 선택으로 추가 보험료를 내고 구입할 수 있다. 대개는 20세 이하의 소아교정 혜택을 포함하지만 때로는 성인 교정도 포함하는 플랜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클레임이 한 번에 안되고 진료 스케줄에 따르기에 좀 답답한 면도 있다.   임플란트의 경우 어떤 플랜에서는 주요질환으로 항목으로 간주해 커버하기도 하고, 때로는 따로 항목을 구성해 진료비의 50%(최대 2000달러) 등의 행태로 판매되기도 한다. 어떤 플랜은 아예 제외되기도 하기 때문에 본인의 플랜 커버리지 항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정과 임플란트 등은 직원 중에서 혜택 볼 가능성이 높다면, 약간 보험료를 더 지급하더라도 구매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유리한 결정이다.   또 주의할 점은 상기의 기본적 혹은 주요 진료 항목은 신규가입의 경우 6개월 혹은 1년 후부터 혜택을 보도록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가입시 이 조건 유무를 꼭 확인해야 한다.     치과보험도 EPO, PPO와 같은 플랜으로 나뉘어 있다. 즉 본인이 선택한 보험사의 치과 네트워크 안에서만 사용가능한 플랜이 있는가 하면, 어느 치과에도 갈 수 있는 플랜이 있다. 당연히 PPO 플랜이 사용시 유리하지만 비싸다.     보험사 선택도 중요하다. 상기 커버리지만 보면 동일해 보이지만, 실제 클레임서 인정하는 액수차이가 크다. 따라서 주위 사용자 혹은 보험 에이전트를 통해 클레임이 무난하고 까다롭지 않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 그대로 ‘보험이라고 다 보험이 아닌 경우’를 특히 치과보험 클레임시 경험할 수 있다.     이외 주의할 점은 치과보험사에서 오는 진료혜택 설명서(Explanation of Benefit)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치과에선 치료받지 않았거나, 과도한 진료 청구로 자신의 일년치 수혜 금액을 소진해버려 크레딧이 남아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진료혜택 설명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본인도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는 케이스다. 박명근 / 이코노 보험 대표보험칼럼 치과보험 사용 그룹 치과보험 플랜 커버리지 보통 진료비

2023-09-18

[우리말 바루기] ‘환골탈퇴’는 없다

남송(南宋) 때의 승려 혜홍이 쓴 『냉재야화(冷齋夜話)』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북송의 시인 황정견(黃庭堅)이 말한 것을 옮겨놓은 구절이다.   “시의 뜻이 끝이 없지만 사람의 재주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는 재주로 무궁한 뜻을 좇는다는 것은 도연명이나 두보라도 잘 해낼 수 없다. 뜻을 바꾸지 않고 자기 말로 바꾸는 것을 ‘환골법(換骨法)’이라 하고, 그 뜻을 본받아 묘사하는 것을 ‘탈태법(奪胎法)’이라 한다.”   환골이란 원래는 도가(道家)에서 영단(靈丹)을 먹어 보통 사람들의 뼈를 선골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탈태는 시인의 시상(詩想)이 마치 어머니의 태내에 아기가 있는 것처럼 그 태를 자기 것으로 해 시적 경지로 승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한 환골탈태(換骨奪胎)는 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를 바꾸어 쓴다는 뜻이다. 요즘은 사람이 전혀 딴사람처럼 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쓰인다. 즉 어떤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람직하게 변화할 때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환골탈태를 ‘환골탈퇴’라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마도 뼈가 이탈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해 바뀐다는 것이 연상돼 이런 표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무심코 ‘환골탈퇴’라 쓰면 체면이 구길 수 있다. ‘퇴’가 아니라 태아의 ‘태’라고 기억하면 ‘환골탈태’를 ‘환골탈퇴’라 적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시인 황정견 보통 사람들

2023-09-17

[삶의 뜨락에서] 나이에 등급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전과 다른 자기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당황스럽고 아직 자신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친구는 아직도 펄펄 날아다니는데 나만 그런 것 같아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유전자의 축복을 받은 소수의 사람이나 책과 방송에 나오는 기적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는 혹시 나도 하는 짧은 기대와 역시 나는 하는 긴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으로 이어지는 상실 5단계는 더는 젊지 않은 내 몸과 이별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단계마다 머무르는 시간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이 과정을 겪으며 현실 속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현재 좌표를 정확하게 인식할수록 항로와 도달할 장소 그리고 방법을 잘 정할 수 있다. 막연했던 몸의 신호가 좀 더 선명해지면 더는 미루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과거에는 없었던 불편함이 느껴질 때 우리는 이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 뱃속에서 수정이 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전과 같은 때는 한순간도 없다. 사진 속의 내가 나를 닮은 누군가인 것은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 머릿속 생각들 그리고 가슴에 품고 있는 감정들이 계속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변한다는 것은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 우리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한국 할머니를 보았다. 나이는 들어 보이지만 자세가 꼿꼿하고 걸음걸이도 반듯하게 적당한 속도로 걸어가신다. 손가방을 어깨에 메고 마켓에 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약속이 있어 누군가와 만나기로 한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그분이 가게에 옷을 세탁하러 오셨다. 본인 것이 아니고 남자 옷이었다. 이상해서 물었다. 본인은 80살인데 79살 할아버지와 76살 할아버지 두 분을 돌보는 일을 하신다고 한다. “아니 어떻게 두 노인 양반들을 돌보세요. 힘드실 텐데요.” “그냥 힘들지 않게 슬슬 돌봐요” 한다. 어떻게 노인네 돌보는 일이 쉽겠느냐마는 담담하게 말한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바지에 실례해서 물로 씻었는데 냄새가 가시지 않아 비닐봉지에 바지를 싸서 왔다. 80이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두 할아버지를 돌본다는 것 쉽지 않다.     하루는 시간을 내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얼굴도 고우시고 손도 매끈해서 어렵게 살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누구나 남이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게 마련인데 남편이 34살에 천국에 갔고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골수암으로 떠났고 며느리와 손자가 한국에 살고 있다고 했다.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믿기지 않았다. 그 뒤로 남을 돌보는 일이 힘들지 않고 가엽게 여겨지고 할아버지 배설물도 더럽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신앙심으로 돌보며 살고 있다고 했다. 보통 노인들 보면 메디케이드를 받으면서 편하게 사는 것 같은데 그런 여건은 원하지도 생각지도 않으며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몸이 이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면 이제 몸과 마음을 그리고 삶을 좀 더 섬세하게 다뤄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의 시기가 온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방향이다. 과거와 외부에 시선을 돌리면 전과 같지 않고 남보다 못한 나를 보기 쉽다. 하지만 시선을 미래와 내부로 돌리면 지금의 나와 가야 할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가며 내가 아닌 것을 하나둘 내려놓다 보면 삶은 자연스럽게 된다. 우리는 운 좋게도 이전보다 오래 산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급해진 것 같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즐기며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나이 등급 할아버지 배설물 한국 할머니 보통 노인들

2023-09-07

[이 아침에] 포(Pho) 식당에서 생긴 일

집 근처에 새로 오픈한 베트남 쌀국수집인 식당 포(Pho)에 갔다. 라임 색의 간판이 싱그러워 보였다. 보통 음식점에서는 가장 자신 있는 메뉴를 상단에 올려놓는다고 들어서, 메뉴판 맨 위에 있는 포 넘버 원을 세 식구가 주문하고 난 새우가 들어간 버미첼리(베트남식 쌀국수)를 시켰다. 우리 뒤로 한 두어 커플이 들어왔다.     한눈에도 식당에서 처음 일한다는 느낌이 팍 들어온, 얼굴에 여드름이 성성한 청년이 주문을 받았다. 물도 즉시 갖다주고, 또 와서 뭐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묻는 등 서비스가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금방 나올 것 같던 우리 음식 대신 나중 사람들의 식사가 주방에서 먼저 나왔다.     어찌 된 셈인가 궁금해하며 기다리는 우리에게, 직원은 내가 주문한 음식은 오늘 만들 수가 없다고 했다.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 내 주문을 취소했다. 그 후로도 다른 사람의 오더는 계속 주방에서 나오는데 우리 음식은 나올 생각도 안 했다.     하염없이 물만 마시는 우리를 보며 이젠 카운터에 있던 주인이 왔다. 식사를 주문했냐고 물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미안한 표정의 주인은 직원이 나의 오더를 취소하며 아예 우리 주문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하며, 새로 일을 시작한 종업원이니 이해해달라고 했다. 제법 시간이 흘러 포 세 그릇이 나왔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직원은 계속 우리 주위를 서성였다.     나도 저런 적이 있다. 대학교 다닐 때 뷔페에서 일을 했다. 처음 해보는 식당 일이었다. 아마 사흘째 되던 날인 것 같았다. 손님이 간 것으로 판단한 나는 그가 먹던 접시와 컵을 치웠다. 그런데 화장실에 갔다가 온 손님은 깨끗하게 치워진 테이블을 보며 황당해했다.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날로 해고당하는 줄로 생각한 나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양쪽 팔에 미군 해병대의 타투가 가득한 중년의 그는, 사과하는 지배인에게 괜찮다고 하면서 다시 접시 가득 음식을 담아와서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당황해서 쩔쩔매는 나에게 2달러의 팁까지 주고 갔다. 아직도 그가 주고 갔던 팁보다, 별것 아닌 척하던 그의 고마운 행동이 기억난다.   가족의 식사가 끝나자 직원은 계산서를 보내왔고 남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팁까지 두둑이 주고 나왔다. 내가 팁은 왜 줬냐고 하자 “그래도 일은 잘했잖아”라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남편이 오늘은 나보다 쪼끔 나아 보였다. 그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쓴 라임 한 방울이 텁텁한 포의 국물을 개운하게 하듯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식당 보통 음식점 베트남식 쌀국수 우리 주문

2023-08-13

[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의 중심 구조에 관하여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행위에는 분명한 목표가 존재한다. 목표는 의식적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명시적이기도 하고 암시적이기도 하다. 언어교육의 목표를 구조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목표를 향하고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언어교육에서는 이런 구조화를 모델이라고 하기도 한다. 언어교육에는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 서양의 학자들은 모델을 통해서 현상을 설명하기 좋아하고 여기에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의 언어교육 모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어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넓게 말해서 언어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는 언어의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언어는 정보적 기능, 정서적 기능, 명령적 기능, 미적 기능으로 나뉜다. 이는 로만 야콥슨의 모델의 용어를 따르면 ‘지시, 감정, 교감, 행동 촉구, 시적’의 기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언어 기능의 측면을 고려하면 언어교육의 목표가 조금 더 뚜렷해진다. 언어의 기능을 습득하고 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교육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의사소통 능력 배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시, 친교, 명령의 기능 등은 여기에 해당한다.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기능 영역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말하기, 듣기와 같은 구어 교육, 쓰기, 읽기와 같은 문어 교육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사회의 언어교육은 주로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문어보다는 구어 소통의 중요성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둘째로는 언어를 통한 내용의 학습을 들 수 있다. 교수법으로는 내용 기반 접근법을 들 수 있다. 문법 번역식 교수법 등 고전 읽기와 쓰기가 중심이 되었던 전통적 언어교육은 근본적으로 내용 중심이었다. 즉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언어의 기능적 분류로 보자면 지시적, 정보적 기능에 해당하며, 문학작품 등의 교육이 주로 이루어졌음을 고려하면 시적, 미적 기능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외국어교육 환경에서 이루어진 외국어교육의 목적은 소통보다 내용 습득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셋째, 의사소통과 내용 습득을 넘어서는 지혜, 가치의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언어의 근본적인 특징 중 하나인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나누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즉, 축하와 위로, 감사와 사과는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언어의 기능 중에서는 교감, 친교, 정서(감정) 등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언어교육은 내용 습득과 함께 지혜, 가치의 습득이 중요하였다. 대부분의 언어학습서는 종교, 철학, 가치관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문 교육의 교재를 예로 들자면 천자문, 소학, 명심보감, 사서삼경은 모두 지혜, 가치관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언어학습을 통한 자기 성장에 연결되고, 다른 이와의 친교, 교감 등을 통하여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언어를 배웠는데 지혜가 커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이 깊어진다.   따라서 언어교육의 중심 구조는 1) 의사소통 2) 내용 습득 3) 가치 습득과 나눔으로 구별할 수 있다. 모든 언어교육이 이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한다는 것은 아니다. 의사소통 중심 교육이어도 내용과 가치의 학습은 이루어지며, 내용이 중심이어도 의사소통과 가치교육은 이루어진다. 가치 습득 역시 의사소통과 내용 습득이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심 구조를 설정하고 학습자의 요구나 교수 목표에 맞게 교육의 방향을 정하면 되는 것이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 구조 언어교육 모델 전통적 언어교육 보통 언어교육

2023-08-13

[워싱턴 읽기]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또 트럼프‘인 이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대통령 선거는 누가 봐도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해 보였다. 비대면 선거운동만 가능해 트럼프는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표 방식도 우편투표였다. 당연히 투표율 상승이 예상됐고 이는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유권자는 민주당보다 숫자는 적지만 투표 참여율이 높고, 민주당 유권자는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선거마다 민주당의 캠페인 목표는 투표율을 높이는 일이다.     팬더믹 상황에서의 우편투표는 등록된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보내고 우편으로 수거하는 방식이었다. 트럼프가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란 바로 그 우편행정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50% 중반이 평균치인데 2020년 대선은 67%를 기록했다. 역사상 최고의 투표율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우편투표가 아니었으면 조 바이든이 이길 수 없었던 선거라고 말하는 이유다.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 전략은 지지층 결집을 통한 바람몰이였다. 국정운영의 성과를 평가받는 방식은 자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내편과 네편’으로 나누기만 하면 신기할 정도로 각종 SNS가 자동으로 범보수주의 우파를 공화당으로 결집했다.     트럼프는 재임 중 3명의 대법관을 보수주의자로 임명했다. 숫자상으로 다수이고 투표율과 결집력이 가장 높은 기독교 우파들이 트럼프의 대법관 구성에 열광했다. 그들의 반세기에 걸친 목표였던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시대를 트럼프가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인 프랭크 그레이엄 목사는 재선에 나선 트럼프 지지 집회를 이어갔으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트럼프에게 하늘의 축복을 빌기도 했다.  남부 침례교단은 트럼프를 위한 기도회를 추진하고 모금 운동을 펼쳤다. 미국 기독교연맹 회장인 랠프 리드는 트럼프의 재선만이 기독교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집권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바닥을 면치 못했지만 지지층은 결집이 되었다.     2020년 10월2일,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선거운동에 비상이 걸렸다. 주치의의 의견을 무시한 채 트럼프는 격리 치료를 받던 군 병원에서 거의 탈출하다시피 했지만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 기간의 열흘을 잃어버렸다. 이때의 열흘이라는 시간은 그 이전의 열달과 맞먹기 때문에 트럼프 캠프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당시 트럼프 캠프는 5개의 경합주(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를 직접 순회하면 우편투표 방식이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트럼프는 병원서 뛰쳐나오자마자 이들 5개 경합주 가운데 플로리다를 집중적으로 방문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반면 펜실베이니아는 1.1%p, 조지아는 0.7%p, 위스콘신은 0.6%p, 애리조나는 0.4p% 차이로 졌다.)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은 성공적으로 평가되었다.  트럼프는 선거에서 패했지만 2016년도에 비해서 1000만표 이상 더 얻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는 역사상 최다득표였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자 워싱턴DC에서 범 보수주의 세력의 비상 회의가 소집됐다. 이때 국가정책위원회(CNP)라는 단체가 나섰다. 국가정책위원회는 미국 보수주의 거물들의 모임이라는 정도만 알려졌지 회원이나 운영 방식은 철저한 비밀이었다. 일부 언론에 미국 보수주의 및 공화당 활동가를 위한 전국적 우산조직이라는 정도만 소개될 정도였다.  최근에야 일부 유출된 회원 명단을 통해 억만장자들과 유명 공화당계 정치인들, 보수우파 기독교 지도자들, 보수주의 미디어 그룹 소유주들, 퇴역 장성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재선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이들이 황급하게 움직였지만 조기투표, 사전투표, 우편투표 덕분에 2020년 선거는 결국 조 바이든이 당선되었다.     2009년 첫 흑인 대통령 탄생에 자극을 받은 우파들은 점점 더 결집하여 범 보수주의 정치연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2010년 ‘티파티’라는 우파들의 사회운동이 일어났고, 그들이 정치권에 진입해 반 지성적인 우파 이념으로 보수주의 공화당을 접수했다. 그들은 마침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그 기세를 몰아서 2024년 다시 백악관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다.     최근에도 국가정책위원회가 노골적으로 움직인다는 뉴스가 간간이 나온다. 본격적인 선거전으로 돌입하면서 신경이 곤두서는 이유는 ‘또 트럼프’를 용인하는 미국의 사회·정치적 변화의 흐름이 소수계인 우리에겐 거의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워싱턴 읽기 대통령 트럼프 보통 대통령선거 대통령 선거 범보수주의 우파

2023-07-11

[우리말 바루기] ‘더 이상’을 쓰지 말자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마 아직은 널 좋아하니까/ 더 이상 꾸미려 하지 마 원래 네 모습이 더 좋으니까…   ‘더 이상’이라는 노래 제목이 꽤 많다. 그 가운데 가사를 하나 옮긴 것이다. ‘더 이상’이란 말에서는 무언가 부정적인 요소가 생겨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상황이 그려진다.   연인 관계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이라는 노래 제목이 많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상에서도 ‘더 이상’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그런데 ‘더 이상’이라는 표현에는 어법상 다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더’는 ‘계속해’ 또는 ‘그 이상으로’를 뜻하는 말이다. “조금 더 기다리자”에서는 ‘계속해’란 의미로 쓰였다. “날씨가 어제보다 더 춥다”에서는 ‘그 이상으로’를 뜻한다. ‘이상(以上)’은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한 기준보다 더 많거나 나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만 20세 이상 가능하다” “둘은 보통 이상의 관계다”처럼 사용된다.   결국 ‘더’와 ‘이상’은 뜻이 비슷하고 ‘더’에 ‘이상’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은 의미가 중복되는 말이다. 또한 부사는 동사나 형용사를 꾸미는 기능을 하는데 ‘더 이상’은 부사가 명사를 수식하는 형태라 지극히 기형적인 표현이다. ‘더’의 반대말이 ‘덜’인데 ‘덜 이하’라고 하면 몹시 어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 이상’이 이렇게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영어의 ‘not…any more’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 이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로 암기하거나 단순 번역하면서 ‘더 이상’이란 표현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I can’t stand any more.”를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로 번역하는 식이다.   해결은 간단하다. 문맥에 맞추어 ‘더’나 ‘더는’으로 바꾸면 된다. “네가 돌아온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더 이상 우리 관계를 지속할 수 없어”에서 ‘더 이상’은 각각 ‘더’ ‘더는’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우리말 바루기 연인 관계 보통 이상 가운데 가사

2023-06-25

[삶과 믿음] 신앙 수행의 방향로

제가 수년 전 미국에 있는 어떤 한의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한의사가 되기 위해 한의학, 침구 등의 수업 및 제반 실습 과정을 마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에 개업을 하시는 분들 나이가 보통 지극히 됩니다. 그러나 그 미국 한의사는 20대 후반 정도로 아주 젊은 한의사였습니다. 그분이 저의 진맥을 마치고 어떤 한약을 처방해 주는데 왠지 그분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그 약에 대한 믿음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실지 그 미국 한의사의 실력이 어떤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제가 그 한의사에 관한 믿음이 약하니, 처방한 한약을 장기간 먹어야 된다는 그 말을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원불교 경전에는 믿음이 다음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신(信): 신이란 믿음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原動力)이니라. 마음공부에 있어서나 어떤 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경우에나 그것에 대한 신뢰, 믿음이 아주 주요합니다. 그것에 대한 믿음이 없거나 혹 부족하면 그것을 과감하게 할 마음이 부족할 것이고, 당연히 그것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작아집니다.     부처님께서 “불법의 바다는 오직 믿음으로 들어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이라는 것, 깨달음 혹은 마음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미지로 가는 여행과 같습니다. 잘 아는 길, 여러 번 가 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모르는 길을 가는 여정입니다. 마음공부에 있어서 열반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믿고 의지해야 할까요? 수행인은 우선 진리를 깨달음,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이는 흡사 잘 모르는 목적지를 갈 때 지도 혹은 내비게이션을 믿고 운전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모님, 친구들, 배우자 등 우리를 아끼고 우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같이 깨달음을 얻고 마음의 자유를 얻은 분이 아니며, 나와 같이 많은 고민과 방황을 하며 사는 분들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도와줄 마음이 있어도 그들 역시 영생의 길을 확실히 모르기에 그들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들 말을 그대로 따를 경우 우리 인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 갈 가능성이 큽니다.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 예수님 등 성자들께서는 인간 고를 벗어나신 분들이며, 어떻게 해야 고를 벗어나 영생을 얻는가에 관한 길을 ‘확실히’ 아시는 분들입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난 국민학교도 나오지 않아 세상 지식은 없다. 그러나 너희들 부처 만드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탈 때 조종사를 믿듯, 배를 탈 때 항해사를 믿듯, 우리는 진리의 길을 갈 때, 진리를 깨닫고 그 진리에 이르는 길을 아는 부처님의 말씀을 우선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이분들의 말씀은 ‘경전’에 담겨 있습니다. 마음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우선 경전을 잘 읽어 영생이 있다는 것과 영생 길을 잘 찾는 수행법을 알아야 합니다.   차를 열심히 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방향을 아는 것이 우선이며, 그래야 목적지에 단시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너 공부길 잡았냐?”라는 질문을 제자들에게 자주 했다고 합니다.   내가 나의 수행에 있어서 또한 내 인생에 있어서, 그 방향, 그 ‘길’을 잘 잡았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 길은 성경, 불경 등의 경전에 잘 설명이 되어 있으며 수행인은 우선 성현들의 말씀이 담겨 있는 경전에 큰 믿음을 세우고 이를 잘 공부해서 공부의 방향로를 알고 수행을 시작해야 합니다.     원불교 정전에는 경전이 다음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경전은 우리의 지정 교서와 참고 경전 등을 이름이니, 이는 공부인으로 하여금 그 공부하는 방향로를 알게 하기 위함이요.”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방향로 신앙 신앙 수행 원불교 경전 보통 한의사

2023-05-18

[독자 마당] 관절염

두 달 전쯤인가 보다. 비구름이 무겁게 가라앉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지속된 가뭄으로 물이 필요한 시기에 비가 온다는 것은 보통 축복이 아니다. 그날 이후 계속된 비는 모두를 기쁘게 했다. 드디어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가뭄이 해소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렸다. 오랜만에 먼 산에 한 눈도 쌓였다.     그런데 나는 문제가 생겼다. 그때부터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상태가 점점 심해져 걷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병원엘 갔더니 X-레이를 찍자고 한다. 그런데 별 이상이 없단다. 울트라 사운드 검사를 해도 별 이상이 없어 이번엔 MRI를 찍었다. 한 달째 계속 검사만 했다. 그리고 정형외과로 옮겨졌다. MRI 결과 무릎 연골이 찢어졌다고 한다. 검사 한 달 만에야 정형외과 의사를 만났다. MRI 사진을 자세히 본 의사는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계속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주사를 놓아주겠다고 한다.   그동안 나는 유튜브와 책을 통해 관절염에 대해 많이 공부하게 됐다. 시니어들의 관절염, 결코 쉽게 생각할 게 아니다. 겉은 멀쩡한데 걷지 못하고 아프니 얼마나 괴로운지 말할 수가 없다. 특히 70대 이상 여성의  70~80%가 관절염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의사에게 우선 통증이 멈추도록 주사를 부탁했다. 집에 오는 길 식당에 들렀다. 차에서 내릴 때만 해도 아들이 부축했다. 그런데 식당에서 나올 땐 나도 모르게 걷고 있었다. 너무나도 신기했다. 한 달 반만의 일이다.     “나 지금 걷고 있니?” 부축하려고 손을 내밀던 아들에게 한 말이다. 내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겠나.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고령의 시니어들, 걸을 수 있을 때 걸어 다니는 복에 새삼 감사한다. 노영자·풋힐랜치독자 마당 관절염 정형외과 의사 보통 축복 울트라 사운드

2023-05-02

[우리말 바루기] ‘대로’의 띄어쓰기

“보는 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 피카소전을 찾은 관람객은 어김없이 이 문구 앞에 머문다.   그의 작품세계를 명료하게 드러내서일까? 관람평에도 빠짐없이 인용되는데 띄어쓰기를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는대로’ ‘생각하는대로’와 같이 붙이면 안 된다. 이때의 ‘대로’는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는 게 바르다. 의존명사는 혼자 사용하지 못하지만 문법적으로 독립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의존명사 ‘대로’는 어떤 모양이나 상태와 같이, 어떤 상태나 행동이 나타나는 즉시 또는 족족의 뜻으로 쓰인다. “아까 들은 대로 전할게” “틈나는 대로 산책한다”와 같이 동사나 형용사 뒤에 오며 앞말과 띄어 쓴다.    “지칠 대로 지친 마음을 알까요”처럼 어떤 상태가 매우 심하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대로’를 앞말과 붙이는 경우도 있다. 조사일 때다. 체언 뒤에 붙어 앞에 오는 말에 근거하거나 달라짐이 없음을 나타낸다.     “계획대로 하지” “네 마음대로 하렴”처럼 쓰인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생활하자”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모으기”와 같이 따로따로 구별됨을 나타내는 보조사로도 사용된다.   ‘대로’가 놓일 자리에 ‘데로’를 잘못 쓸 때도 종종 있다. “마음이 이끄는 데로 하십시오”는 ‘대로’가 와야 뜻이 통한다. 반대일 때도 있다. “네가 있는 대로 우리가 찾아갈게”와 같은 경우 ‘데로’가 와야 한다. ‘데로’는 의존명사 ‘데’에 조사 ‘로’가 붙은 형태다. ‘곳으로’라는 말로 장소의 뜻을 나타낸다. 보통 동사나 형용사 뒤에 오며 앞말과는 띄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보통 동사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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