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뱃사공이 묻는다, 가난해도 행복할까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오다기리 조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밝은 미래’(2004), ‘메종 히미코’(2006) 등의 작품을 통해 신비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근대화 물결이 시작되던 메이지 시대. '가난 속에도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늙은 뱃사공의 슬픈 이야기. 역사와 자연에 저항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그에 순응하는 삶과문명의 편리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한 비극과 진실을 조용하고 묵묵하게 그려낸 영화. 도이치는 뱃사공이다. 40년 동안 마을 사람들의 발이 되어 강 건너편으로 실어 나르는 일을 해주고 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마주하지만, 그는 말이 없다. 그가 유일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이웃 청년 겐조. 언젠가부터 강의 상류에 다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리가 가져다줄 편리함에 완공을 기대하는 주민들. 그러나 도이치는 반갑지 않다. 다리가 완성되면 자신이 나루터에서 할 일도 없어질 테니. 어느 날 도이치는 가족이 모두 살해되고 혼자 살아남은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자신의 거처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소녀와의 만남은 도이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돈과 시간’은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편리만을 추구하는 세상, 그러나 그 문명이라는 이름의 뒤편에는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문명의 편리는 돈과 깊은 관련이 있을 터이다. 부유할수록 편리한 세상, 그 편리함 속에서 추구하는 행복. 그 행복은 진정한 행복일까.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강을 배경으로 한 영상미가 뛰어나다.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등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도맡아 촬영해온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을 담당했다. 물살을 헤치고 노를 젓는 장면들, 일몰, 물안개 등의 강변 풍경은 감내하고 수용하는 도이치의 마음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면 배는 떠내려가는 법일세.” 도이치가 겐조에게 던지는 대사이다. 멈춘 듯하지만 강의 흐름은 멈춘 적이 없다. 이미 시작된 흐름을 바꿀 수도 없다. 모든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 자연의 법칙은 인간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예 다리가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도이치의 자조적 입장과 영화가 던지는 우회적 표현들이 인생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도이치 역의 에모토 아키라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압도적이다. 빛이 꺼져가는 반딧불처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도이치의 체념이 애틋하다. 그 어느 것도 제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은 떠나 보내야 할 때가 있다. 형체는 떠나 보내되 마음과 혼은 함께 안고 가는 것, 그게 삶이 아닌가 한다. 김정 영화평론가뱃사공 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