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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방사선의 빛과 그림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핵전쟁’이라는 단어가 뉴스를 통해서 자주 들리고 있다. ‘핵전쟁’이라면 전쟁에 핵무기를 썼다는 의미이다.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몰락했던 1945년 이후 핵무기를 의도적으로 쓴 전쟁은 보고된 바 없지만, 크고 작은 핵 관련 사고는 있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 2011년 지진으로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 외 미국의 스리마일 섬, 영국의 윈드스케일, 소련의 마약에서도 사고가 있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있었던 날, 내과 동료 의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종양 방사선학과는 방사선을 이용해서 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알기에, 필자가 방사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에게 별일 아닐 것이라고 단순하게 내 생각을 설명했다. 왜냐하면, 방사선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해당 정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지켜야 할 기준과 지침이 있고, 이에 따라서 방사선은 통제되고 관리되는 환경에서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가 났어도 빨리 대처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방사선 연구에 몰두했던 큐리 부인과 그녀의 딸, 아이린이 악성빈혈, 백혈병으로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난 120여 년 동안 방사선 사용에 대한 방대한 지식, 사고 방지를 위한 시스템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었기에 나의 대답은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이 틀렸었다는 것을 세월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많은 자료가 아직도 은폐되어 있다. 결함이 있는 원전(nuclear reactor)에서 발생한 사고에 부실하게 대처한 러시아 정부, 무지한 관리들의 방관과 날조된 내용으로 방사선 피해자들을 빨리 돕지 못했다.     우리가 보았던 핵 관련 사고들은 자연을 훼손하고 동물과 해양생물의 방사선 오염을 초래해 결국 사람에게도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당시 28명이 급성 방사선 중독으로 사망했다. 만성 방사선 중독의 영향으로 갑상선 종양, 백혈병, 뇌종양, 정신이상 등등이 보고된 바 있다.     방사선 폐기물로 더럽혀진 체르노빌에는 아직도 방사능이 남아 있다. 지금은 폐허지만, 올해 우크라이나를 침범한 러시아 군대가 2월에서 4월까지 체르노빌에 주둔했었다고 한다. 참호를 파던 군인들이 방사선 중독에 걸렸고, 한 명은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핵이 위험하다면 왜 만드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해진다. 답은 세 가지로 대충 정리할 수 있다. 핵을 이용해서 발전기를 돌리고, 전기를 생산한다. 만들어진 전기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우리 삶 곳곳에서 쓰인다. 둘째로, 질병이 의심될 때 진단의 수단으로 쓰일 뿐 아니라, 암 치료에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핵은 전쟁 무기로 쓰인다.   방사선은 인간이 만든 것과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 있다. 독일인 뢴트겐이 엑스레이(X-Ray)를 발견한 지 3년 후인 1898년에 프랑스 사람 피에르 큐리와 폴란드 출신인 그의 부인 마리 큐리가 동위원소 라듐을 발견했다. 그 후 우리는 자연에 존재하는 배경 방사선(background radiation)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어디에나 있지만 높은 산이나 산맥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검파된다. 네바다주와 콜로라도주 덴버가 그 예이다. 또 배경 방사선은 우리 몸 속에서도 저절로 만들어지는 데 아주 소량이다.     방사선을 이용한 진료와 치료는 의학에 획기적인 이바지를 했다. 또 핵폭탄 발명은 2차 대전 종전에 기여했지만 앞으로 핵무기의 사용은 없어야 한다. 물론 전쟁이 없어야 하는 것이 전제이겠지만 말이다. 방사선은 우리에게 필요한 빛이지만, 잊기 쉬운 어두운 그림자도 거느리고 있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방사선의 그림자 종양 방사선학과 방사선 오염 방사선 연구

2022-11-07

[오픈 업] 방사선의 빛과 그림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핵전쟁’이라는 단어가 뉴스를 통해서 자주 들리고 있다. ‘핵전쟁’이라면 전쟁에 핵무기를 썼다는 의미이다.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몰락했던 1945년 이후 핵무기를 의도적으로 쓴 전쟁은 보고된 바 없지만, 크고 작은 핵 관련 사고는 있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 2011년 지진으로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 외 미국의 스리마일 섬, 영국의 윈드스케일, 소련의 마약에서도 사고가 있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있었던 날, 내과 동료 의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종양 방사선학과는 방사선을 이용해서 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알기에, 필자가 방사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에게 별일 아닐 것이라고 단순하게 내 생각을 설명했다. 왜냐하면, 방사선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해당 정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지켜야 할 기준과 지침이 있고, 이에 따라서 방사선은 통제되고 관리되는 환경에서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가 났어도 빨리 대처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방사선 연구에 몰두했던 큐리 부인과 그녀의 딸, 아이린이 악성빈혈, 백혈병으로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난 120여 년 동안 방사선 사용에 대한 방대한 지식, 사고 방지를 위한 시스템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었기에 나의 대답은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이 틀렸었다는 것을 세월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많은 자료가 아직도 은폐되어 있다. 결함이 있는 원전(nuclear reactor)에서 발생한 사고에 부실하게 대처한 러시아 정부, 무지한 관리들의 방관과 날조된 내용으로 방사선 피해자들을 빨리 돕지 못했다.     우리가 보았던 핵 관련 사고들은 자연을 훼손하고 동물과 해양생물의 방사선 오염을 초래해 결국 사람에게도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당시 28명이 급성 방사선 중독으로 사망했다. 만성 방사선 중독의 영향으로 갑상선 종양, 백혈병, 뇌종양, 정신이상 등등이 보고된 바 있다.     방사선 폐기물로 더럽혀진 체르노빌에는 아직도 방사능이 남아 있다. 지금은 폐허지만, 올해 우크라이나를 침범한 러시아 군대가 2월에서 4월까지 체르노빌에 주둔했었다고 한다. 참호를 파던 군인들이 방사선 중독에 걸렸고, 한 명은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핵이 위험하다면 왜 만드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해진다. 답은 세 가지로 대충 정리할 수 있다. 핵을 이용해서 발전기를 돌리고, 전기를 생산한다. 만들어진 전기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우리 삶 곳곳에서 쓰인다. 둘째로, 질병이 의심될 때 진단의 수단으로 쓰일 뿐 아니라, 암 치료에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핵은 전쟁 무기로 쓰인다.   방사선은 인간이 만든 것과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 있다. 독일인 뢴트겐이 엑스레이(X-Ray)를 발견한 지 3년 후인 1898년에 프랑스 사람 피에르 큐리와 폴란드 출신인 그의 부인 마리 큐리가 동위원소 라듐을 발견했다. 그 후 우리는 자연에 존재하는 배경 방사선(background radiation)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어디에나 있지만 높은 산이나 산맥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검파된다. 네바다주와 콜로라도주 덴버가 그 예이다. 또 배경 방사선은 우리 몸 속에서도 저절로 만들어지는 데 아주 소량이다.     방사선을 이용한 진료와 치료는 의학에 획기적인 이바지를 했다. 또 핵폭탄 발명은 2차 대전 종전에 기여했지만 앞으로 핵무기의 사용은 없어야 한다. 물론 전쟁이 없어야 하는 것이 전제이겠지만 말이다. 방사선은 우리에게 필요한 빛이지만, 잊기 쉬운 어두운 그림자도 거느리고 있다. 오픈 업 방사선의 그림자 종양 방사선학과 방사선 오염 방사선 연구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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