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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득찬 발보아 파크의 밤

발보아 파크 내 '한국의 집'(하우스 오브 코리아, 이하 HOK)이 주최한 '2024 코리아-풀 나이트(Korea-ful Night)' 행사가 지난달 29일 발보아 파크 클럽 볼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 행사는 발보아 파크 안에 위치한 한국관(2021년 설립)의 운영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행사로 각계 기부자와 후원자 및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다인종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문화체험 및 한식 디너와 공연을 즐기고 초청연사의 강연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HOK 황정주 회장, 김건선 고문, 김경라 이사 등 재단 관계자들과 후원자를 비롯해  LA총영사관 이현석 영사, 한국관광공사 장유현 LA지사장, 한미시니어센터 한청일 회장,  김정아.댄 윤 한인회 부회장 등 유관 한인단체의 주요 임원들과 토니 앳킨스 상원 의원실의 토니 듀란 지역 대표, 샌디에이고시 경찰국(SDPD) 테렌스 오 서전트와 10여 명의 한국계 경관 그리고 자원 봉사자 등 총 250여 명이 참석했다.   황정주 회장은 "귀한 시간을 내준 귀빈들과 먼길을 와주신 두 분 연사를 비롯해 땀 흘려 준비한 공연팀들, 그리고 후원의 손길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홍보하고 한인커뮤니티 차세대의 정체성 함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인사말 했다.   이현석 영사도 김영환 총영사를 대신해 "그동안의 열성적인 활동에 감사하며 한국의 집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 예술을 널리 알리고 한인 후손들이 정체성을 찾게 도우면서 지속적으로 미국이 추구하는 다양성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는 역할을 담당해주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한편 이날 특별 연사로 나선 남진우씨는 이민 선조들이 지나왔던 뱃길을 거슬러 항해한 태평양 요트 횡단 도전 스토리를 전했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인 필립 안 커디 씨는 제 1호 코리안 아메리칸의 후손으로서 이민 개척가문의 유산을 지키는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글·사진=서정원 기자발보아 한국 발보아 파크 한국관광공사 장유현 한국계 경관

2024-07-02

봄바람 살랑이는 섬 나들이 어때요?…발보아 아일랜드(Balboa Island)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문턱 넘어선지 오래이고, 입춘이란 절기 생경한 캘리포니아에도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오후 햇살 부서지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봄나들이 생각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야생화 흐드러지게 피는 꽃구경도 좋겠고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탁 트인 공간에서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겨우내 움츠러 들었던 몸과 마음이 활짝 펴지지 않겠는가. 그리 멀지 않지만 조금 이국적인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뉴포트비치 인근 발보아 아일랜드를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발보아 아일랜드는 불과 0.2스퀘어마일의 초소형 섬이지만 먹을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하루 나들이 코스로 그만인 아주 매력적인 섬이다.     ▶발보아 아일랜드는   발보아 아일랜드는 '발보아 아일랜드'와 '리틀 발보아 아일랜드'  두 곳으로 구성돼 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곳은 모래톱에 불과했던 작은 항구였는데 한 개발자가 이 섬을 8년에 걸쳐 개발해 1913년 지금의 인공섬으로 탄생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이곳은 오렌지카운티에서도 매력적인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발보아 아일랜드는 내륙과 다리로 연결돼 있어 도보 또는 자전거로 진입할 수 있으며 발보아 반도(Balboa Peninsula)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종종 발보아 아일랜드와 발보아 반도를 혼동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두 곳은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지리상 가까운데다 내륙에서 섬처럼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발보아 아일랜드가 상점과 식당들이 많은 상업 지구라면 발보아 반도는 주거지다 보니 훨씬 더 고즈넉하다. 그러나 두 지역 사이에 바다가 있어 섬에서 반도 혹은 반도에서 섬으로 진입하려면 내륙을 거쳐야 하는데 거리가 약 5마일 정도 된다. 그러나 두 지역을 연결하는 페리를 이용하면 훨씬 더 시간이 단축된다. 페리 요금은 1인당 2.50달러.     ▶뭘 하며 놀까   일단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발보아 아일랜드 루프'라는 길을 따라 걸으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이 길은 약 1.7마일 코스로 한쪽은 운하, 한쪽은 멋진 주택들을 보며 걸을 수 있어 산책만으로도 이국적인 여행지에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루프를 따라 걷다 보면 20년 전통의 '발보아 아일랜드 베리즈(Balboa Island Berries)'라는 과일 가게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 시그니처 메뉴는 초콜릿을 입힌 딸기. 개당 5달러로 가격이 결코 싸지는 않지만 먹어보면 결코 5달러가 아깝지 않다. 또 가게 바로 옆에는 발보아 아일랜드의 명물인 냉동 바나나를 파는 '슈거앤스파이스(Sugar'n Spice)'와 '대드도넛(Dad's Donuts)' 가게가 있다. 이렇게 산책이 끝났다면 마린 애비뉴(Marine Ave.)로 향하자. 이곳에는 부티크, 식당 등 특색있는 상점 40여 곳이 몰려 있어 쇼핑과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만약 보다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패들 보트나 고래 관광도 좋겠다. 패들보트나 카약 대여점은 섬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용료는 대략 싱글 카약은 시간당 15달러, 더블 카약과 스탠드업 패들보트는 시간당 20달 선이다. 카약과 패들보트를 이용해 발보아 반도까지 이동할 수도 있다.       ▶발보아 빌리지   발보아 아일랜드에 갔다면 발보아 반도에 들러 반도 끝에 위치한 발보아 빌리지((Balboa Village)를 방문하는 것도 잊지 말자.   발보아 빌리지는 뉴포트비치 역사의 중심지로 뉴포트비치의 역사적 랜드마크인 발보아 파빌리온(Balboa Pavilion)과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 좋은 발보아 펀존(Balboa Fun Zone)이 위치해 있다. 이외에도 뉴포트 항구, 레스토랑, 부티크, 미술관을 비롯해 수상 스포츠, 낚시, 고래 관광 등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산재해 있어 하루 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특히 발보아 피어를 거쳐 오션 보드워크(Ocean Boardwalk)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빌려 해변을 달려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만약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는다면 '발보아 베이커리 & 도넛(Balboa Bakery & Donuts)'에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점심 또는 저녁식사를 할 계획이라면 멋진 오션뷰와 함께 신선한 해산물 요리 및 최고급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하버사이드(Harbourside)'나 '뉴포트랜딩(Newport Landing)'을 고려해 보길. 보다 캐주얼한 식사를 원한다면 '피자 피트스(Pizza Pete's)' 에서 피자 한 조각을 맛본 뒤 '발보아 살룬(Balboa Saloon)'에서 수제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완벽한 나들이가 될 것이다.  글= 이주현 객원기자, 사진= 뉴포트비치 관광청 제공아일랜드 발보아 발보아 아일랜드 발보아 반도 리틀 발보아

2024-03-14

무봉리순대국, 입맛 잡았다

'무봉리토종순대국'이 샌디에이고의 입맛을 잡는다.   지난 17일 발보아 H마트 푸드코트에서 문을연 '무봉리순대국 샌디에이고점'(대표 최현준)이 대박 날 예감이다. 한인들만 아니라 타인종 고객들도 순대를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찾는 메뉴도 순댓국이나 모둠 순대가 제일 많긴 하지만 이외에도 선지 해장국, 설렁탕, 갈비탕, 도가니탕 등 다양하다.     아직 순대 볶음, 순대 전골 등과 구이류 등 기존 메뉴를 다 내놓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에 모두 내놓을 계획이다. 무봉리토종순대국의 깊은맛은 100% 사골육수를 사용해 14시간 이상 고아내면서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들어진다. 그래서 잡내가 없고 깔끔한 국물 맛으로 유명하다.     1.5세인 최현준 대표는 "무봉리 순댓국의 맛은 이미 알려졌습니다. 다만, 깔끔하고 위생적인 음식을 만들고 친절로 대하는 것이 손님들을 모시는 기본 덕목이 돼야" 한다며 "고객을 내 집에 오신 귀빈으로 모시겠다"고 한인 여러분의 성원을 부탁했다. 주문예약도 받으며 투고도 가능하다.     ▶문의:(858) 444-0005   ▶주소:7725 Balboa Ave. #108(H마트 발보아 푸드코트) San Diego 글·사진=케빈 정 기자입맛 샌디에이고점 모둠 순대가 최현준 대표 발보아 h마트

2024-02-20

[주말 이벤트] 해안따라 5K 마라톤 뛰고 코로나도섬서 해변콘서트

▶아메리카즈 파이니스트 시티 하프 마라톤 & 5K(America's Finest City Half Marathon & 5K)   -일시: 20일(일), 오전 6시15분~오전 11시   -장소: 카브리요 내셔널 모뉴먼트(포인트로마)~발보아 파크   -참가비: 55달러~135달러   -문의:inmotionevents.com/event/afc-half/   올해로 46회째를 맞이한 마라톤 대회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매년 수많은 시민들이 참가해 풍성한 화제 속에 개최되고 있다. 포인트로마에 소재한 카브리요 내셔널 모뉴먼트에서 출발, 다운타운을 거쳐 발보아 파크까지 다른 참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뛰다 보면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5K 단축 마라톤 대회는 발보아 파크에서 진행된다.   ▶2023 코로나도 콘서트 시리즈(Coronado Concert Series)   -일시: 20일(일), 오후 5시   -장소: 스프레클스 파크(601 Orange Ave., Coronado)   -입장료: 무료   -문의:coronadoconcert.com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코로나도 섬에서 매년 여름철에 펼쳐지는 야외 음악회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연주된다. 이 섬의 주민들뿐 아니라 샌디에이고 카운티 전역에서 찾아온 관객들이  뜨거운  한낮에는 가까운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공연이 시작되면 공원에 모여 라이브 공연에 빠져든다. 20일에는 댄스 밴드로 유명한 '지퍼스'가 열정적으로 무대를 장식할 계획이다.주말 이벤트 코로나도섬 해변콘서트 마라톤 대회 단축 마라톤 발보아 파크

2023-08-18

고식이섬유 간편식 브랜드 ‘발보아’ 런칭… 첫 제품은 그래놀라 3종

  고식이섬유 간편식 브랜드 ‘발보아(Balboa)’가 이달 5일 공식 런칭했다. 발보아는 ‘비울수록 채워지는 건강한 에너지’라는 슬로건 아래, 건강한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다양한 고식이섬유 간편식을 통해 웰니스 여정을 안내하는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태평양을 최초로 발견한 에스파냐 탐험가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진정한 웰니스를 찾아 떠나는 탐험가가 되어 모험을 함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강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들로부터 안전하고, 자연의 기운이 가득한 웰니스 아일랜드 ‘발보아’에서는 누구나 몸과 마음 가득히 건강한 에너지를 채워갈 수 있다.   발보아의 첫 번째 제품 라인업은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풍부한 토핑으로 가득 채운 ‘발보아 그래놀라’ 3종이다. 3종은 각각 오트밀 베이스에 대추야자 페이스트와 무화과로 풍미를 더한 ‘데이 웨이브 오리진’, 피칸과 다크초콜릿 청크, 땅콩버터로 꾸덕하면서도 바삭한 맛을 살린 ‘너티 거츠 카카오’, 블랙 슈퍼푸드 서리태와 흑임자, 고소한 참깨로 든든하게 채운 ‘터프 청키 흑임자’로 구성되었다.   해당 제품은 퀵롤드 오트밀과 크리스피 오트밀 두 가지를 배합한 독자적인 2C(Crispy & Chunky) 레시피로 제조하여 최적의 식감을 선사한다. 또한 설탕과 꿀 대신 비정제원당을, 버터 대신 식물성 코코넛 오일을 사용하는 등 식물성 재료로 더욱 건강하게 즐길 수 있게 했다.   발보아 브랜드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는 영양학 전문가가 참여해 필수 영양소 외에도 놓치기 쉬운 영양소까지 선별하여 제품에 담아냈다. 실제로 발보아 그래놀라 ‘데이 웨이브’ 한 봉지에는 토마토 14.5개 분량의 식이섬유가 담겨있으며, 비타민과 단백질 GI지수까지 고려한 최적의 밸런스를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서 “갓생 · 리추얼 · 미라클 모닝 등을 실천하며 진정한 웰니스 라이프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MZ세대에게 발보아의 제품은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발보아는 그래놀라 제품을 시작으로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영양을 챙기고,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고식이섬유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강동현 기자 kang_donghyun@koreadaily.com고식이섬유 간편식 고식이섬유 제품 고식이섬유 간편식 발보아 브랜드

2022-12-04

[수필] 네 번째 수필집 사인회를 마치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며 워낙 신경을 썼던 탓인지 이틀 전 갑자기 눈에 이상이 왔다. 다행히 안과 검진 후 괜찮아 예정대로 ‘한국의 집’에서 책 사인회를 마쳤다. 그런데 다음날 일상과 달리 새벽에 깨었다. 4시 반이다. 스트레스나 과로, 무리하면 절대 안 되는데, 심호흡하며 더 잠을 잤다. 가족들도 모두 피곤한 기색이다. 행사 후 짐 꾸러미들을 풀며 잠시 돌아본다. 수년 전, 남편은 가끔 심통이 나면 “글을 쓰면 돈이 나와!”라면서 여기저기 열심히 글을 써 보내는 나에게 말했던 기억이 나서 문득 나는 피식 웃는다. 그럴 때마다 생산성이 없고 비경제적이라는 그이 말에 나도 동의했다. 그런 그이가 지금은 확 달라졌다. 얼마나 내 책을 알리려고 애쓰는지 모른다. 첫 번째 책 사인 판매는 로스앤젤러스 한인타운에 있는 피오피코 도서관에서 했다. 그때도 문인과 한인이 거의 안 왔다. 친구가 10권 사주고 문인단체장이 왔기에 조금 기부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샌디에이고 라호야에 있는 미국인 도서관장이 열자고 하여 다과도 준비했다. 남편이 당시 만돌린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고 있어 단장과 지인이랑 함께 연주도 했다. 한국인보다 미국인 친구들이 좀 더 와서 행사 후 기부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출판기념 행사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첫 번째 책은 내 제자들이 광주에서, 두 번째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딸이 주최했다. 당시 나는 수십 년 만에 지인들을 만났는데 예상과 달리 큰 모임이었기에 지금도 고맙고 흐뭇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두 번째 책이 나오고 한국의 어느 기자로부터 이메일로 원고료를 받는 칼럼을 1년간 쓸 기회가 있었다. 그 후 신문사는 바뀌었지만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인신문을 비롯하여 글을 쓰는 행복을 나는 누리고 있다. 드디어 작가라며 나를 인정해준 남편은 그동안의 무심함에 미안해하며 세 번째 책 출간비용은 자기가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xxx 언론 문화재단에 응모하여 선정된 것이다. 믿기지 않던 내 이름이 현직 기자와 언론학 교수들 속에 들어있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누가 심사위원일까. 지금도 생각하면 난 감격스럽다. 하긴 여러 해 동안 여기저기 잡지와 신문사에 기고했으며 또 샌디에이고 라디오방송에서는 좋은 책을 제작하고 낭송했다. 세상에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 늘 글을 쓰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오래전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 수업을 받기도 했지만, 책을 낼 때마다 나는 책 속의 내용을 장으로 가르고 제목을 정했다. 안에 들어갈 사진과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꽁꼼히 구상했다. 처음 두 책은 친정어머니의 수채화 그림을 넣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책은 우리 집에 있는 부겐빌리아 꽃나무 사진을 찍었다. 만발할 때마다 곱고 신기해 바라보는 꽃이었다. 표지에 꽃잎이 날아가는 모습을 디자이너와 멀리서 감수하노라니 두어 달이 걸렸다. 지쳐버린 나는 다시는 책을 안 내겠다고 말해놓고 또 8년 만에 네 번째 책을 만든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흘러가야 하는 내 묘한 운명의 물결.   왜 나는 또 글을 쓰는가. 점점 더 이상해지는 세상 걱정에는 전혀 관심 없고, 제 가족만 또는 혼밥을 먹으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편리하다는 전화기에 빠져 QR 코드로 음식을 주문하며 자신의 사생활이 여기저기 노출되는 심각함도 모르는 무감각한 주변 생활에 난 놀란다. 편리하여 전자파가 강한 전화기만 바라보며 기계바보가 되어가는 현대인들이 참 슬프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기름값이 1달러나 급등해 7달러가 되어있다. 전기차의 소모품인 배터리 공해문제는 말하지 않고, 전기차를 쓰라며 압박하는 가주 정부의 시책들도 속상하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길거리의 정신병자와 마스크도 쓰지 않은 거지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도 잘살고 있다. 궁금하다. 왜?    지난해엔 우연히 잘나가는 여 조카가 이십년이나 살고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편은 명문 S대 출신 아내는 명문 E대를 나온 커플이었다. 교육열도 높아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 조기유학을 갔었지만, 자식은 문제아가 되었다 한다. 문득 그들이 사는 거실에는 책 한 권 없이 말끔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주말이면 음악회나 영화를 보러 가던 멋쟁이 부부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들의 이혼 소식이 놀랍지 않다. 왜냐면 영혼을 키워주는 정신교육을 부모가 자녀에게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중에 누가 진짜 문제일까. 내 딸아이는 한국에 사는 동안 서점에 자주 들려 집에 올 때면 두 가방 가득히 책을 사서 담아 들고 왔다. 사정상 박사학위도 다 끝내지 못했고 본인의 꿈도 아니었지만, 뜻밖에 십년간 대학에서 강의하는 일을 덤으로 했다. 좋은 스승과 책은 한 인간으로 참사람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8월경부터, 나는 수년 전 건립기금에도 동참했지만 평생 후원회원이기도 한 HoK(샌디에이고 발보아 파크에 있는 국제평화의 집- 한국관 2021년 개관)를 후원하려고 작은 사인회를 준비했다. 샌디에이고의 한인 신문과 월간지, 지역 인터넷(sdsaram.com)에도 내 책이 소개되었다. 행사 날, 자원봉사자인 두 학부모인 유혜원·신희정 님이 첫 구독자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한인은 보이지 않았다. 4시쯤 되어 한미교류협회 정병애 회장이 약속대로 왔다. 그리고 나의 몇 지인들이. 한인교회에서 행사할 때면 얼마나 북적거리곤 하지만, 그날은 오겠다던 사람들까지 펑크다. 법우인 무가혜 보살은 장소를 찾느라 힘들었다며 콧등의 땀을 닦았다. 오히려 한국말 몇 마디 하던 외국인 젊은 방문객들이 우리 애랑 영어로 한국에 관하여 묻고 대화하여 한동안 북적거려 보기가 좋았다. 아침에 집에서 출발하며 딸애는 봉사가 된 18살 강아지를 망사 가방에 넣으면서, 한 권이라도 팔리면 다행이라며 혹시 내가 행사로 상처받을까 위로했다. 만약 책이 안 팔려도 마음먹은 금액을 나는 기증하려 했기에 문제는 없었다.   고맙게도 오랜 세월, 나에게 우편으로 내 책을 구입하여 수년간 독자가 되어준 분들이 있다. LA의 김혜택 님(자랑스러운 독자, 유별나 가게 대표), 지금이라도 넓은 장소에서 독자와의 만남의 장을 만들라던 이청환 사장님(전 FARKAS 대표, 한인회장, 그리고 나의 글 펜)의 격려금, 가든 그로브의 길벗 약국(최무식 대표)와 신무현 사장님 부부, NY에 사는 친구 정희와 명자, 기자 출신 사범대학 후배 박경숙 부부, 책을 받고 찬조금을 보내온 LA의 박복수 시인, 이현숙(재미수필협회장), 이웃 김용필 부부, 몇 편 되는 영어 글을 읽고 싶어 책값에 투자하는 미국인 친구들 등등. 모두 눈물 나게 고맙다. 결코 외롭지 않던 날이라고. 그래도 아직 좋은 작가가 있고 책을 읽는 독자가 있는 세상이 있다고. 그러나 고민한다. 마음씨 고약한 사람들로 인하여 종종 일어나는 좌절감이나 절필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계속 난 글을 써가야 하나…. 최미자 / 수필가수필 수필집 사인회 샌디에이고 라디오방송 샌디에이고 발보아 출판기념 행사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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