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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반일 감정과 일본인의 친절

일본을 두번 여행해 본 경험이 있다. 1998년 초가을 미국인 친구 로버트와 3박 4일 일정으로 오사카를 관광했다. 첫째날은 호텔에서 투숙했지만 교토로 이동한 둘째날부터 고생이 시작되었다.  로버트가 경비를 아끼자며 싸구려 여관을 예약했기 때문이었다. 다다미가 깔린 방에서 잠을 자야 했고 목욕탕은 공용이었다.     여독 탓에 일찍 잠을 청했는데 온 몸이 가려워 불을 켜보니 새까만 빈대떼가 다다미 속으로 숨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인을 불러 항의해도 영어를 못하는 주인은 알아 듣지 못하였다. 나 역시 일본말을 한 마디도 못하는지라 하는 수 없이 백지에다 벌레를 그려 놓고 빈대에 물린 자국을 보여주었더니 “미안하다”면서 곰비임비 꾸벅이며 살충제를 뿌려주었다.     술 생각이 간절해 여관을 나와 돌아 다니다 간이 주점을 찾았다. 그 곳에는 노동차 차림의 6~7명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옆테이블의 일본인들이 시시덕거리고 있었는데 주인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그 테이블로 가 그들을 혼내며 나가라고 역정을 내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그 일본인들이 “일본말 못하는 조센징”이라고 말하는 것을 주인이 들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주인은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을 부르더니 “아무것도 하지말고 이 손님 시중만들라”고 했다. 그 학생에게 팁을 후하게 주고 주점을 나왔는데 아뿔싸, 방향감각을 잃어 여관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캄캄한 밤에 일본어도 못하는데… 국제 미아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고생을 만났다.  “파출소를 찾는다”고 도움을 청했더니 앞장섰다. 10분쯤 걸어가니 파출소가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여고생에게 “이제는 집에 가 보라”고 했더니 “경찰이 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다”고 한다. 5분 정도가 지나자 경찰 두 명이 돌아왔다. 영어를 못하는 그들은 경시청에 까지 전화를 했고 잠시 후 영어가 유창한 직원이 내게 인적사항을 물었다. 잠시 후 내 숙소를 알아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파출소 직원은 나를 여관까지 데려다 주었다.     다음 날 교토 관광에 나섰는데 몸살기운으로 포기해야 했다. 로버트에게는 숙소에 가서 좀 쉬었다 먼저 오사카 공항에 가 있겠다고 했다. 짐을 챙겨 전철을 탔다. 열차안에서 여대생에게 “오사카 공항행 열차가 맞냐?”고 물었더니 “잘못탔다”고 한다. 그러더니 여대생의 일행 3명 모두 다음 역에서 나와 함께 내리는 것이 아닌가. 잠시 후 오사카 공항행 열차가 왔고 학생들은 “이 열차의 종점이 공항”이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많은 한국인이 반일 감정을 갖고 있다. 나 역시 그 중 한명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던가? 또 얼마나 많은 우리 국민을 학살했던가? 지금도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제국주의로의 회귀를 목표로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인 힘을 키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인들한테 배워야 할 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인들은 낯선 사람이나 외국인에게 친절한 것 같다. 또 타인을 배려하고 돕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경제 대국 일본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진용 / 수필가열린광장 일본 반일 오사카 공항행 반일 감정 인의 친절

2023-03-24

[J네트워크] 넷플릭스 드라마의 ‘반일코드’ 논쟁

1988년 공개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는 주인공 세이타·세츠코 남매가 2차 세계대전 중 겪는 피란 생활을 다룬다.     일본 해군 대위인 남매의 아버지는 전사하고, 어머니도 미군 공습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후 떠돌이 생활을 하던 남매가 영양실조로 비참하게 죽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완성도가 빼어나 세계 애니메이션사에 남을 명작으로 꼽힌다.   한국에선 2005년 개봉이 추진됐지만, 배급사 측이 “국민 정서에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기했다. 2014년 개봉 뒤에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논란 때문이다. 그러나 원작 소설의 작가 노사카 아키유키는 2015년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이 나라에 태평양 전쟁 전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이 확실하다”며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했다. 일본이 피해자라는 걸 강조할 의도는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반일감정 때문에 명작을 외면한 꼴이 됐다.   반일 코드는 국내에서 오랜 기간 흥행과 평판의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2020년 간담회에서 “150만 친일파를 전부 단죄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던 소설가 조정래는 우리 문학계의 상징 같은 존재다. 그가 쓴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 등 근현대사 대하소설 3부작은 1550만 부가 팔렸다.   2019년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는 반일감정의 파도를 적기에 올라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며 반일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개봉했다. 예상대로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종이의 집 한국판’을 두고 일각에서 반일 코드 논쟁이 일고 있다. 주인공 도쿄가 “왜 이름을 도쿄로 지었느냐”는 질문에 “그야, 나쁜 짓을 할 거잖아”라고 대답한 장면이 논쟁 포인트다. 스페인 원작에서는 “일본에 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도쿄의 작명 이유로 강조됐다. 이 때문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국판에서 억지로 반일 코드를 심었다” “문제없다”는 의견으로 논쟁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작품에 어떤 대사를 넣는지는 전적으로 창작자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논쟁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작품 속에 심어진 반일 코드만으로 인기를 끄는 시대는 지나고 있는 것 같다. 한영익 / 한국 중앙일보 정치에디터J네트워크 반일코드 드라마 이번 논쟁 반일감정 때문 반일 코드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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