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문예 마당] 결혼식의 의미

  한국의 미를 표현하는 고사성어로 ‘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가 잘 알려져 있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 문화유산을 관통하는 정신이다. 이 말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하고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답사기’로  유명해졌다. 유 교수는 우리 문화유산을 설명할 때 자주 이 문구를 강조한다.   가장 인상적인 결혼식 주인공을 꼽으라면 아마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일 것이다. 그들의 결혼식은 많은 사람에게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1981년 7월 29일, 영국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열린 ‘동화 같은 결혼식’, ‘세기의 결혼식’이었다. 전 세계에서 7억 5000만 명이 TV를 통해 지켜봤다. 영국은 이날을 국경일로 선포했고 영연방 국가들에서도 행사가 열렸다.     신랑 찰스 왕세자는 가슴에 영국 왕실 문장이 그려진 해군 정장을 입었다. 신부 다이애나비는 옅은 아이보리 색에 수천 개의 진주가 달려 있고, 7.6m 길이의 긴 트레인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그들은 70년 된 왕실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입장했다. 다이애나비는 현대판 신데렐라가 되어 선망의 대상이 됐다. 이 특별한 날을 보기 위해 6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고, 공식 초대 하객만 3500명이 넘었다. 그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건만 불화로 15년 만에 이혼했다.   그 결혼식이 있을 무렵 한국에서도 나름 화려한 결혼식이 있었다. 친척 조카의 결혼식이었다. 조카는 당시 실세였던 장관의 아들과 결혼했다. 인물 좋고 가문 좋은 조카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마담 뚜’라 불리는 중매쟁이가 나섰고 몇 번 만나지도 않고 결혼이 성사됐다. 이 서두름은 조카의 비극적 운명의 전조였다. 결혼식은 유명 호텔에서 열렸는데 축하 화환이 시내 큰길까지 늘어섰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조카는 남편과 함께 LA로 떠난 후 소식이 끊겼다.     10여년 후 우리가 LA로 왔을 때 그 조카가 찾아왔다. 그동안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조카는 갑자기 울면서 “아줌마, 내가 그 사람 버렸어”라고 했다. 아직 아이도 갖기 전이라고 했다. 너무나 착하고 순진한 조카가 남편을 버렸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기에 캐묻지 않았다.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남편의 의처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했다. 행복하게 잘살고 있겠지 생각했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얼마 후 조카네 집을 방문했는데 주차장에서부터 2층까지 벽에 촘촘하게 그림이 붙어 있었다. 조카는 남편과 별거 후 두문불출하며 전공했던 회화만 그리며 살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동창회 골프클럽에 가입하는 등 사람들과 어울렸다. 한국문화원에서 민화 전시회도 했는데 유방암이 발견됐다. 조기 치료 덕에 완치 판정을 받았고, 5년이 지나 안심을 했다. 그런데 재발이 됐고 이번에는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형제들이 사는 한국으로 갔다 이듬해 세상을 뜨고 말았다. 혹시 결혼에 실패하고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암이 생긴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최근 인도 최고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의 막내아들 결혼식이 화제가 됐다.  암바니는 세계 9위이자 아시아 최고 부자이다. 지난 1월 약혼식을 시작으로 7개월에 걸쳐 행사가 진행되다 드디어 7월 12일 결혼식이 시작됐다. 사흘간 열리는 결혼식엔 세계 유명 인사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도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이들과 함께 했다. 결혼식 축하연에도 저스틴 비버 등 유명 연예인의 공연이 있었다.       암바니 가문은 하객들을 위해 전세기를 100대 이상 빌리는 등 결혼식 비용으로 6억 달러를 썼다고 한다. CNN에 따르면 뭄바이 지역 주민들은 암바니 가의 흥청망청 결혼식에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어떤 주민은 “본인 재산이지만 하는 짓이 정도를 벗어나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가치 없게 쓰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들린다. 요란한 결혼식만큼이나 그들은 오래도록 행복할까?     세계적인 거부로 유명한 록펠러는 ‘나는 수천만 달러를 모았으나 그것이 나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포드 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도 ‘돈과 행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던 때였다’고 했다.     반면 그 결혼식에 참석했던 세계 3위 부자 저커버그는 소박한 결혼식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2년 집 뒤뜰에서 결혼식을 했다. 초대받은 하객 90여 명은 뒤뜰로 안내를 받고 나서야 결혼식임을 알았다고 한다. 본인이 디자인한 소박한 루비 반지를 신부 손가락에 끼워줬고, 인근 식당 음식을 주문해 피로연을 했다. 호화 결혼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울림을 준다. 인도식 초호화 결혼식이 저커버그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궁금하다.   나의 결혼을 돌아봤다. 결혼식 무렵 무역회사를 하던 아버지의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 남편도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을 형편이 못됐다. 비가 오면 물이 발목까지 차는 이문동 버스 종점 인근에서 전세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며 열심히 살았다. 비슷한 시기 부모가 마련해 준 큰 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친구가 있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그녀 앞에서 전혀 누추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몇 년 후에는 집을 장만했다. 남편도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그녀가 나를 부러워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사치할만한 형편이 되었지만 검소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젊은 시절부터 책상머리에 김천택의 시조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부디 긋지 말고 촌음을 아껴 쓰라.  가다가 중지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를 붙여놓고 교훈으로 삼았다. 또 ‘정직이 최고의 방책’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같은 말도 붙여 놓았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답사기' 강의를 들은 후로는 '검이불루 화이불치'를 또 하나의 좌우명으로 마음 속에 담아두고 지낸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 마당 결혼식 의미 막내아들 결혼식 결혼식 주인공 친척 조카

2024-08-08

시카고 한인가족 참사 범인은 막내아들…유일한 생존자 장녀 회복중

지난 9일 시카고 인근 크리스탈 레이크에서 발생한 한인 일가족 총기 참사〈본지 8월 15일자 A-3면〉의 생존자가 수술을 마치고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회사 홈페이지서 ‘열성 슈터’로 소개…일가족 ‘살해 후 자살’ 진 송씨 한인 추정 가정서 살해 후 자살…지난 9일 시카고 외곽 주택서 24일 가족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 일가족의 장녀로 알려진 50대 피해자 송씨는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고 지난 21일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의식을 차린 송씨는 현재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굉장히 단란한 가정이었고 불화가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 역시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들었다”며 “트라우마가 심하고 충격으로 인해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알려진 진 송(44)씨는 피해 일가족의 막내아들이며, 어머니 송창희(73), 작은 누나 유나 송(49), 아내 로렌 스미스 송(32)씨가 이번 사건으로 숨졌다. 생존자는 진 송씨의 큰 누나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주변 지인들은 진 송씨를 평소 예의 바르고 착한 사람으로 기억했으며 폭력적인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를 맡은 멕헨리 카운티 셰리프국은 이번 사건이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개인의 가정사이기 때문에 범행 동기 등 사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생존자 송씨는 앞으로 두 달 이상 병원에 머물며 치료를 받을 예정이며, 심리 상담도 병원에서 제공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시카고 총영사관 여태수 영사는 지난 23일 생존자를 직접 만나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여 영사는 “생존자는 한국 국적자는 아닌 재외동포로, 도움을 요청한다면 시카고 한인회와 협력해 언제든지 최선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범죄 문제가 아닌 한 가정의 개인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가 무엇보다 우선되며 영사관이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한인가족 막내아들 시카고 한인가족 생존자 장녀 시카고 총영사관

2023-08-24

[이 아침에] 엄마의 꿈 아들의 꿈

우리 집 피아노는 장식용이다. 치는 사람 없어도 자식 머리 쓰다듬듯 매주 먼지를 닦는다. 미국에서도 몰아치던 강남 엄마 붐타고 애들이 어릴 적에 피아노를 장만했다. 레슨을 받는데 애들은 죽도록 연습을 안 했다. 그래도 전인교육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태권도 발레 바이올린 피아노 레슨을 받게 했다. 전인 교육은 지식 전달의 학술 교육 중심에서 탈피해 지(知), 덕(德), 체(體)의 균형 잡힌 발달을 지향해 ‘올바른 사람으로 길러주는’ 교육을 말한다.     연습 안 하면 레슨은 무용지물이다. 악착스럽지 못한 내 탓도 있지만 보초를 서도 딴짓 거리 하는 막내아들은 당할 재간이 없었다. 그래도 이빨 악물고 레슨을 계속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린 연주자, 발레리나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골치 아픈 공부에 시달리고 삶이 지치고 힘들 때면, 감미로운 음악으로 위로받고, 혹독한 연습으로 피맺힌 발을 핑크빛 수즈에 감추고 하늘을 나는 발레리나의 꿈을 알게 해 주고 싶었다.     얼마 만인가. 살아있는 생명의 울림으로 내 영혼의 문을 열고 뜨거운 눈물로 번지는 감동의 선율! 세계적 권위의 피아노 경연대회인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올해 금메달을 따낸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듣는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피아니스트의 무덤’ ‘악마의 협주곡’이라 불릴 만큼 광기에 가까운 음악성과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임윤찬은 피아노를 손으로 치는 게 아니라 영혼으로 건반을 두드린다. 연주를 마치자 지휘대에 섰던 마린 올솝이 눈물을 흘렸다. 영혼은 국적 없이 서로 통한다.   늦둥이 막내아들은 공부는 제쳐놓고 쓸데없는 연구에만 골몰했다. 어려서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멀쩡한 시계 뜯어 망가트리고 별의별 괴상한 아이디어로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영재반인데 숙제 안 해 가고 까불다가 쫓겨났다. 12학년 때 부랴부랴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중간치에서 돌연 급상승세를 탔다. 스펙도 전혀 안 쌓고 특기도 없는데 명문대에 합격한 것이 아직도 아리송한 미지수다. 파트타임 일자리 구해주면 NO, 영어 못해 심심하신 할머니하고 방과 후 놀아드리는 게 ‘스펙 쌓기’라는 황당한 논술이 먹혀들었나.   화랑 손님 한 분이 매디컬 치료제를 발명해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받아 병원을 건립했다. 눈치챈 아들 왈 “꿈도 꾸지 마셔! 그럴 일은 절대 안 일어날 테니.”   병아리 같은 손 잡고 장보러 갈 땐 “엄마 늙으면 한 달에 일 억씩 용돈으로 줄 거야” 약속했다. “일 억은 너무 많고…” 했더니 싹둑 잘라 “그럼 천만원씩 줄게”했다. 나이 들면서 점점 액수가 줄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결혼하면 아내에게 물어봐야 될 거야”하더니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내 꿈은 내가 키운 나의 꿈이다. 자식은 자식의 꿈을 꾼다. 그 꿈이 평행선으로 달린다 해도 자식이 행복해지면 내 꿈은 이루어진 셈이다. 생명공학 전공해서 그 분야의 좋은 직장에서 연구에 몰두하며 결혼해 남편,아빠 노릇 열심히 하는 걸 보면 ‘내 꿈은 헛된 똥꿈’이었다. 근데 똥꿈은 횡재꿈이다. 이기희 / Q7 Fine Art 대표·작가이 아침에 엄마 아들 피아노 협주곡 피아노 레슨 늦둥이 막내아들

2022-10-3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