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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도 상승 ‘1.5도 마지노선’ 연간 첫 돌파

최근 1년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처음으로 섭씨 1.5도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됐다.   8일 영국 BBC는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 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를 기록했다.   1.5도는 국제사회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약속한 '마지노선'이다.   전세계 195개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COP21)을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장기적으로 1.5도 이내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온난화가 심해져 1.5도가 깨지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분석단체 버클리 어스는 지난해 이미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졌다고 추측했다.   반면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은 지난 1년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보다 낮게 본다.   BBC는 "이같은 작은 차이는 1800년대 말 지구 기온을 추정하는 방식에 주로 기인한다"며 "하지만 모든 주요 데이터는 최근의 온난화 궤적과 일치한다"고 했다.   전세계가 현대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따뜻한 시기를 맞고 있으며 온난화가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BC는 지난해 온난화 가속화로 지구 평균기온은 역대 최고치이며, 전세계 해수면 평균온도도 역대 최고라고 전했다.   BBC는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 활동, 주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지구 온난화 가스를 방출하는 화석 연료 연소에서 온 것"이라며 지난 한 해 온난화 역시 이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즈 벤틀리 영국 왕립기상학회장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각한 상황이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고 했다.   서맨사 버지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 부소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만이 지구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지구온도 마지노선 지구온도 상승 지구 평균기온 지구 온난화

2024-02-08

[수필] 나의 마지노선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내가 유치원에 다니기 전 일제강점기였다. 우리는 지금의 서울 을지로 4가에서 살았다. 엄마가 매일 10전을 주면 나는 바로 옆 일본 부부가 경영하는 찹쌀떡 집으로 달려갔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모찌’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단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세 살 버릇은 거의 아흔까지 이어졌다. 평생 단 것에 매달려 살다 보니 당뇨병 25년의 베테랑이 되었고, 아침저녁으로 복용하는 두 가지 약의 밀리그램이 점점 불어났다. 다음 단계는 인슐린 주사라고 한다. 주삿바늘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아침에 혈당 측정을 위해 손가락을 찌르는 것도 싫은데.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는 것이 나의 마지노선이다.     맛 좋은 찹쌀떡은 오래 가지 않았다. 태평양 전쟁으로 B29의 폭격이 시작되자, 일제는 서울 중심가의 목조건물을 철거하고 주민을 시골로 이주시켰다. 소이탄 몇 개면 서울은 불바다가 된다. 귀소본능이라고 우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향, 황해도 장산곶 몽금포로 이주했다.   그 산간벽지에도 달콤한 것이 널려 있었다. 봄엔 버찌, 살구, 산딸기, 여름엔 복숭아, 수박, 참외, 가을엔 머루와 다래, 감과 고염이 줄줄이 늘어섰다. 어머니는 나를 위하여 벽장 안에 상비약처럼  고구마 엿을 떨어트리지 않았다. 늦가을이 되면 고구마를 수확하여 윗방에 수숫대를 엮어서 만든 통 안에 천장까지 쌓아 올렸다. 고구마를 광에 저장하면 얼기 때문에 사람과 같이 방에서 월동한다. 고구마를 봄까지 구워 먹고, 쪄 먹고, 날것으로 먹었다.     역사의 페이지는 또 한 장 넘어갔다. 한국 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홀로 월남하여 미군 부대에 취업했다. 같이 일하는 미군이 PX에서 초콜릿을 사다가 한 개 주었다. 밀키웨이였다. 세상에 이렇게 달고 맛있는 초콜릿이 있었나. 나는 그 미군에게 부탁하여 그 초콜릿을 사 먹었으나, 코끼리가 비스킷 몇 개를 먹듯이 성이 차지 않았다. 그 때 나의 소원은 밀키웨이를 실컷 먹는 것이었다.     그 소원을 성취할 기회가 왔다. 미국 이민이다. 하와이서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밀키웨이보다 더 맛있는 하와이 특산품 마카데미아 초콜릿 몇 상자를 사다 놓고 담배 피우듯이 집어 먹었다. 그러나 닭이 돌을 집어삼켜도 괜찮은 것처럼, 젊은 몸이라 인슐린이 풍부히 분비되고 수용되어 문제가 없었다.   언제부터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는가. 주한 미군 사령부에서 종사했던 직업 안전 관리를 하와이 주 정부 직업안전국에 그대로 접목시키는 행운을 얻었다. 공무원으로 일단 채용되면 도둑질을 하지 않는 이상 능력 부족으로 해고되지 않는다.     승진되어 캘리포니아로 직장을 옮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임무와 책임이 나의 어깨를 짓눌렀다. 우선 컴퓨터 사용이 미숙하여 애를 먹었다. 이 촌놈이 컴퓨터를 배우려고 애써도 잘 배워지지 않았다.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전임자가 작성한 보고서를 표절해서 작성했으나 곧 들통이 났다. 나의 상사는 내가 북한 출신, 주한 미군 부대 출신, 한인 이민 1세란 것을 모르고 있다.     공문을 작성하는데 가장 어렵고 알쏭달쏭 한 것이 관사다. 부정관사와 정관사의 구분, 관사의 생략 등이 어려웠다. 더 골치 아픈 것은 전치사다. 나의 상사는 내가 틀리게 쓴 관사와 전치사 밑에 붉은 볼펜으로 줄을 그었다. 내 얼굴에 줄을 긋는 기분이었다. 화가 치밀고, 머리카락이 하늘로 쭈뼛 올라갔다. 사표를 내고 조기 은퇴해 버릴까. 아니다. 조금 더 참아라.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일한 위안은 맛있는 점심이었다. 식당에 가서, 집에서 가지고 온 흰밥과 시금치나물, 멸치볶음과 고추장을 냉면 대접에 비벼서 오븐에 데워 먹었다. 후식으로 초콜릿 한 개.  흰밥은 하얀 전분, 고추장은 하얀 소금, 초콜릿은 하얀 설탕, 삼백(三白) 음식이다. 당뇨병 걸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몇 년 동안 수저로 나의 무덤을 팠다. 25년 전 은퇴와 함께 당뇨 진단이 나왔다. 당뇨병은 밑도 끝도 없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전쟁이다.   참전 용사가 전투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당뇨병 관리에 대하여 도움말을 나누겠다. 당뇨병은 식이요법, 운동, 투약의 콤비네이션으로 치료한다. 우선 식이요법이다. 밥과 국수를 적게 먹어야 한다. 나는 점심에만 현미밥 또는 국수를 약간 먹는다. 한국 사람이 밥과 국수를 먹지 않는다는 말은 판다가 대나무 잎과 마디를 먹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나는 아침은 왕같이, 점심은 왕후같이, 저녁은 거지같이 먹는다.     요즘 식빵을 만들어 먹는다. 가장 좋은 점은 당분과 염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탕 대신 스티비아를 넣는다. 식빵 만드는 비결은 두 번 발효하는 것이다. 넓은 양재기에 통밀을 계란과 올리브 오일로 반죽하여, 한 시간 오븐에서 발효한 다음 꺼내서 건포도를 넣고 다시 반죽하여 한 시간 더 발효하여 시루 냄비에 찐다. 나는 식빵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집에 있는 그릇을 사용한다.     운동은 아침저녁으로 집 앞에서 30분씩 걷고 오후에는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근육 단련, 트레드 밀, 그리고 수영장에서 걷기 운동을 한다. ‘걷지 않으면 네 발로 긴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걷는다. 나는 노인들에게 수영장에서 걷기를 권장한다.   가끔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코스트코의 과일 매장에 코스타리카산 파인애플이 너무 먹음직스러워, 몇 개를 사다가 조각을 내어 냉장고에 넣고 심심하면 꺼내서 먹었다. 당뇨 수치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당뇨 환자는 이 ‘변덕’을 조심해야 한다. 올라가면 내려올 줄 모르는 이 수치를 휘어잡기 위하여 한 가지 약을 더 먹었다. 변덕은 불시 침범하는 게릴라와 같다. 나의 주위에 포도, 복숭아, 단감, 감귤 등 게릴라가 도사리고 있다.   나는 마지노선을 지킬 것이다.  윤재현 / 수필가수필 마지노선 당뇨병 25년 소금 초콜릿 주한 미군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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