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루비콘강은 건너지 마요
참을성이 없으면 결국은 일 저지른다. 조금만 견디면 해결 되는 것을 그 시간을 못 참아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넌다. 뜬금없는 일로 죽기살기로 사랑을 맹세했던 사람과 결별하고 도원결의로 우정을 다짐하던 친구와도 등을 돌린다. 손잡고 동고동락하며 함께 내일을 꿈꾸던 그 강을 혼자 건너간다. 루비콘강은 먼저 건너는 사람이 자살골을 넣는다. 루비콘강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이다. 고대 로마제국 시대 당시 전쟁이나 훈련 등을 마친 장군이나 군사들은 로마로 돌아오는 길에 루비콘강을 건너야 했다. 루비콘강(Rubico/Rubicon)은 이탈리아 북부 아리미눔과 카이세나 사이에서 아드리아해로 흘러드는 작은 강이다. 로마제국은 부흥기에 원로원 중심의 공화제 체제로 통치했는데 로마 이외의 지역은 총독을 임명해 다스리게 했다. 원로원은 막강한 군대를 가진 총독들의 로마 침공을 염려해 법령을 만든다. 총독이 로마에 들어올 때는 로마 밖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소수의 수행원만이 동행하도록 했다. 총독과 군사를 무장해제 시키고 로마에 충성맹세 하도록 한다. 무장을 풀지 않고 루비콘강을 건널 경우 황제에 대한 반역죄로 처단했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루비콘강을 건넌다. 건너지 말아야 하고, 건너서는 안되는 생의 경계를 넘나든다. 넘지 못할 산도 목숨 걸고 정복하고, 건너지 못하는 강, 건너서는 안 되는 위험한 강을 겁도 없이 건넌다.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앞날을 장담하지 못해도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해 나락의 길로 들어선다. 병 중에 가장 치졸한 병이 섭섭병이다. 원인 규명도 안되고 처방약도 없다. 수년동안 동고동락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던 사람과 파토가 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달 동안 내 문자와 전화를 씹었다는 것. 처음에는 긴가 민가 했는데 미루어 짐작컨데(이건 완전 내 쪽의 주장이다!) 이젠 내 도움 내지 협력 없이 자립갱생 하겠다는 의지로 간주됐다. 용은 다른 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동안 이해심 많고 통이 크다는 평가(소문)에 흡족했는데 속이 새끼줄처럼 꼬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만사가 낭패의 길로 들어섰다. 은근슬쩍 문제를 먼저 제기한 건 내 쪽, 무장해제 안 풀고 루비콘강에 발을 담근 셈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참담한 적이 되는 순간이다. 이유 없이 죽은 무덤 없다. 적장도 나름 할 말과 이유가 있다. 어제의 동지가 황야의 무법자로 변해 서로 총을 겨누며 루비콘강의 혈투가 시작될 조짐이다. 전쟁과 평화, 지옥과 천국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텃밭의 싱싱한 채소 뽑아다 주던 다정한 손 기억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강구 중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상대편의 처지나 형편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이다. 맹자는 이루편에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 즉 처지나 경우를 바꿔도 누구나 하는 행동은 똑같다는 뜻이다. “평생을 지니고 다닐 한 마디는 무엇입니까?”라고 자공이 묻자 공자는 “그것은 서(恕)다”라고 답한다. 서(恕)는 ‘용서하다’, ‘너그럽다’는 뜻이다. 네가 원하지 않는 바는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는 뜻이다. 인생의 갈 길은 멀다. 낡은 꼰대 의식 버리고, 입장 바꿔 문수 다른 남의 신발도 신어보고(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 겉만 볼 것이 아니라 속사정을 배려하고 이해하면 진퇴양난의 곤혹스런 상황을 피할 수 있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루비콘강 루비콘강의 혈투 고대 로마제국 총독과 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