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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183분·러시안룰렛…반전영화의 걸작

1978년 신예 마이클 치미노 감독이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발표한 영화 ‘디어 헌터(the Deer Hunter·183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도 역사에 길이 남는 전쟁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최초의 장편 영화로 1970년대 중반 기획에 들어가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3년 만에 발표됐다.     당시 미국인들은 베트남에 관한 사진조차 보고 싶어하지 않을 정도로 전쟁의 피로감에 절어 있었다. 그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부끄러운 오점이었던 베트남 전쟁은 할리우드에서도 금기시되는 주제였다.     이즈음 전쟁의 광기와 참혹한 비극이 남긴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 영화 ‘디어 헌터’가 발표되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의 쾌거,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디어 헌터’는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묘사와 부정확하고 편협한 역사 인식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도 최대의 논란거리는 ‘러시안룰렛’이었다. 6분의 1의 확률에 목숨을 걸고 리볼버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죽음의 게임 러시안룰렛은 우선 역사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러시안룰렛은 베트남전의 지옥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마초 지향의 남성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평론가들은 영화의 허구성 안에서 참전 군인들의 전쟁 후유증과 지속되는 공포감, 그리고 전후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과 황폐한 인간성 파괴를 표현한 ‘반전사상의 메타포’로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의클레어턴. 우크라이나 이민들의 후손인 마이클(로버트 드 니로), 닉(크리스토퍼 워킨), 스티븐(존 새비지), 스탠(존 카제일), 존, 액셀 등 친구들은 동네 철강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 중 마이클, 닉, 스티븐의 군 입대 하루 전 스티븐과 안젤라의 결혼식이 치러지고, 린다(메릴 스트립)는 닉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닉은 마이클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참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 명의 친구들은 포로로 붙잡힌다. 그들은 돌아가며 러시안룰렛 테이블에 앉아 몇 번씩이나 삶과 죽음을 오간다. 끝내 마이클의 지혜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세 친구는 곧 흩어지고 만다.     1970년 제대 후 집으로 돌아온 마이클은 스티븐이 두 다리를 잃고 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며 닉은생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실종 상태임을 알게 된다. 린다를 연모하던 마이클은 그녀를 방문하고 위로한다. 닉의 존재가 두 사람 사이에 묘하게 드리워져 있다. 친구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그 자신의 트라우마가 그를 주저하게 한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마이클과 린다는 잠자리를 같이한다.     마이클은 닉을 찾으러 민간인 신분으로 멸망 직전 혼란의 사이공으로 돌아간다. 도박장에서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고 있는닉을 찾게 되지만 극도의 불안 증세(PTSD)에 헤로인 중독으로 닉은 마이클을 알아보지 못한다. 마이클은 닉을 구하기 위해 러시안룰렛 테이블에 앉아 그와 마주한다. 게임을 하는 동안 마이클은 고향에서의 사슴 사냥에 대한 추억을 닉에게 필사적으로 상기시킨다. 마이클을 알아보는 듯한 순간 닉은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디어 헌터’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난무하는 전쟁터의 무분별한 야만성을 은유적으로, 그러나 가장 극렬하게 묘사한 영화이다. 러시안룰렛의 무작위성,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인 닉은 결국 정신이 붕괴되어 도박장 러시안룰렛 테이블로 돌아가 자살하고 만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감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하는 건 마이클도 마찬가지다. 정신이 위약한 스티븐은 두 다리를 잃고 집으로 돌아가지조차 못하는 폐인이 되어 버리고 그의 아내 안젤라는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린다.     러시안룰렛이 일부의 주장대로 ‘피비린내 나는 거짓말’이었다 하더라도, ‘디어 헌터’는 그 시대의 미국인들에게 6분의 1의 죽을 확률에 자신의 운명을 내맡겨야 했던 세 명의 젊은 청년들의 비극적 삶을 통해, 전쟁은 결국 ‘커다란 허구’였으며 모두가 피해자임을 자각시켜준 영화였다. 치미노 감독은 사회로부터 경멸당하며 국가의 불편한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그들의 삶을 그 누구도 보상해 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지루할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원본 대본의 후반부는 마이클과 닉의 상황이 반대로 되어 있다. 닉이 린다의 품으로 돌아오고 마이클은 베트남에 남아 러시안룰렛 테이블에서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다. 치미노 감독은 로버트 드 니로와 메릴 스트립의 로맨스를 연출하기 위해 설정을 바꾼 것으로 추측된다.     드 니로는 친구 존 카제일의 연극무대에서 처음 만난 메릴 스트립에게 린다 역을 제안했다. 스트립과 연인 사이였던 카제일은 폐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제작진은 카제일을 하차시키려 했으나 치미노 감독과 드 니로, 스트립이 강하게 반대, 결국 촬영을 마쳤다. 얼마 후 사망한 카제일은 짧은 연기 생활 동안 모두 5편의 영화 출연했다. 5편이 모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그 중 ‘대부 2’와 ‘디어 헌터’는 작품상을 수상했다. 카제일은 ‘대부 2’에서 마이클(알 파치노)을 배신하는 둘째 형 프레도 역으로 출연했다.     드 니로가 연기했던 마이클 역은 당초 ‘조스’(Jaws, 1975)의 로이 샤이더에게 배당됐었다. 그러나 막판 출연료 협상이 결렬, 드 니로에게 배역이 돌아갔다. 마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성난 황소’ 촬영을 마친 드 니로는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으나 스크립트를 읽고 출연 제의를 바로 수락했다.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영화 디어

2023-11-24

[그 영화 이 장면] 디어 헌터

얼마 전 재개봉한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디어 헌터’(1978)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와 함께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 작품이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러시안룰렛 장면. 리볼버 권총의 약실 6개 중 어디에 총알이 들었는지 알 수 없다. 확률은 6분의 1.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이 단순하면서도 잔인한 게임은 영화 ‘디어 헌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3년 만에 나온 ‘디어 헌터’는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트라우마를 이야기한다. 마이클(로버트 드 니로), 스티븐(존 새비지), 닉(크리스토퍼 워컨)은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동네에 사는 친구 사이다. 그들은 전쟁터에서 포로가 되는데, 이때 수용소의 베트남 군인들은 그들을 놓고 러시안룰렛 게임을 벌인다. 다행히 마이클의 전략으로 탈출하지만 그들은 흩어진다. 제대 후 고향으로 돌아온 마이클. 스티븐은 다리를 잃었고, 닉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친구를 데리러 사이공으로 돌아간 마이클은 도박장에서 아직도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는 닉을 만난다.   역사적 고증과 인종주의 이슈로 시비가 있었지만, 러시안룰렛은 전쟁의 그늘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게임이며, 죽음을 중독시키는 치명적 질병. 방아쇠를 당기는 닉의 눈빛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워컨은 이 역할로 오스카를 수상했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디어 헌터 디어 헌터 러시안룰렛 게임 러시안룰렛 장면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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