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반복의 미학, 되풀이의 의미
말할 때 같은 말을 반복하여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반복은 몇 가지 의미가 있을 겁니다. 우선은 더듬는 경우도 있겠죠. 어떤 말이 잘 생각이 나지 않을 때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시간을 벌기도 합니다. 반복하면 강조가 되기도 하고, 복수의 의미를 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여러 번 쓰면 강조고, 같은 대상을 반복하면 여럿이라는 의미입니다. 말을 반복할 때의 기능은 대표적으로는 강조겠죠. 부사를 반복하면 강조 효과가 도드라집니다. ‘아주 예쁘다’를 강조하면 ‘아주 아주 아주 예쁘다’라고 합니다. ‘너무너무 너무 맛있다’고 하면 강조가 되는 겁니다. 요즘에 많이 쓰는 부사로는 ‘진짜 진짜’가 있네요. 이런 예들을 보면 강조의 느낌이 그대로 다가옵니다. 하고 싶은 말을 강조하고 싶다면 반복하면 됩니다. 명사를 반복할 때는 주로 복수의 의미가 됩니다. 여러 개라는 것을 한자어로 할 때는 각각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복수의 의미입니다. 마을 마을마다, 골짜기 골짜기에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같은 단어가 중복하여 형성된 말을 첩어라고 합니다. 중첩과 중복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주로 ‘-마다’ 또는 ‘-씩’이라는 표현이 함께 쓰입니다. 첩어가 복수를 나타내는 언어는 많습니다. 인도네시아어가 대표적입니다. 집집은 복수이지만 새로운 단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말에서 첩형이 제일 활발하게 일어나는 말은 의성어와 의태어입니다. 이때 첩형은 주로 반복된 소리나 동작이나 형태 등을 나타냅니다. 웃음소리는 대부분 첩형입니다. ‘하하/ 허허/ 호호, 깔깔/ 껄껄/ 낄낄’ 등이 있습니다. 농담을 말할 때, 웃음소리가 첩형이 안 되면 느낌이 이상해집니다. ‘헤~, 흐~’ 등은 ‘헤헤, 흐흐’와 느낌이 다르다. 소리가 연속적이며 의성어가 연속적인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쾅’은 한 번 떨어지는 소리라면, ‘쾅쾅’은 연속적인 소리임을 나타냅니다. 동작은 당연히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걸음이 대표적입니다. 아장아장은 아기가 걸음을 반복하는 모습입니다. 어슬렁어슬렁, 뚜벅뚜벅, 터벅터벅은 모두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당연히 반복적인 모습입니다. 훨훨, 펄펄, 출렁출렁, 깡충깡충 등 수많은 의태어가 첩어입니다. 의태어가 단독형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첩형이 많다는 것은 주목적이 반복적이고 연속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것임을 볼 수 있습니다. 숨이 끊어질 때 내는 소리인 단말마의 비명이라든가 갑작스러운 등장이라면 당연히 단독으로 쓰일 겁니다. ‘으악’이라는 소리와 ‘짠’하고 등장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한편 의성어 첩형에서 소리가 일률적이지 않거나 리듬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모으교체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시계 소리입니다. ‘똑딱똑딱’은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아예 모양을 달리하는 ‘칙칙폭폭’과 같은 기차 소리도 있습니다. 의태어의 경우는 아예 음절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울긋불긋, 울퉁불퉁, 우락부락 등의 예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앞은 모음으로, 뒤는 자음으로 시작합니다. 알쏭달쏭, 오밀조밀 등도 앞부분의 초성이 모음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원 탐구에서는 수수께끼가 됩니다. 울긋불긋은 ‘붉다’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알쏭은 ‘알다’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는데 달쏭은 모르겠고, ‘조밀’은 ‘조밀하다’인 줄 알겠는데 오밀은 수수께끼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어원이 따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리듬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아리까리, 긴가민가’합니다. 그 밖에도 첩어, 되풀이 표현은 우리말을 맛있게 합니다. 한국어의 매력이 담뿍 담겨있는 어휘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되풀이 미학 미학 되풀이 첩어 되풀이 첩어가 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