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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퍼블릭 도메인’과 대박의 꿈

흥미로운 광고 한 편이 새해 등장했다. 곰돌이 푸가 값비싼 이동통신 요금 때문에 꿀통에 넣어둔 돈을 다 썼다는 내용이다. 광고주는 저가형 이동통신사 ‘민트 모빌’이다. 민트 모빌의 오너는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 영화 ‘데드풀’ 등으로 유명하지만, 스크린 밖에서는 재기 넘치는 전문 마케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배경 지식이 있다면 돈 안 들이는 광고로 유명한 레이놀즈가 디즈니가 보유한 곰돌이 푸를 모델로 썼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 곰돌이 푸를 공짜로 사용했다.   비결은 ‘퍼블릭 도메인 데이(Public Domain Day)’다. 저작권의 인정 기간이 끝나는 날로 미국은 매년 1월 1일이다. 개인 저자 사후 70년, 법인 저작물 공표 후 95년, 법인 저작물 창작 후 120년 등 3가지 중 가장 짧은 것이 적용된다.     듀크대는 ‘퍼블릭 도메인 연구센터’를 두고 2010년부터 매년 어떤 저작물의 저작권이 만료됐는지 알려준다. 올해부터 곰돌이 푸, 보다 정확히 작가 A. A. 밀른이 1926년 쓴 책 ‘Winnie-the-Pooh’의 내용과 그림은 허가나 비용 부담 없이 상업적으로도 쓸 수 있게 됐다.   올해 퍼블릭 도메인 데이는 특히 풍성했다. 곰돌이 푸 이외에 펠릭스 살텐의 ‘밤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등 서적을 비롯해 해럴드 로이드, 버스터 키튼, 그레타 가르보 등이 등장한 수십 편의 무성영화, 브로드웨이 히트곡들과 재즈 명반들, 그리고 1923년 이전 녹음된 40만 곡 이상의 노래도 포함됐다.   지난해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저작권이 만료됐고 2018년에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2017년에는 ‘앵무새 죽이기’를 비롯해 영화 ‘타임머신’, ‘사이코’, ‘스파르타쿠스’가, 2016년에는 영화 ‘벤허’,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저작권이 끝났다. 저작권 만료로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도 오는 2024년 1월 1일부터 공짜로 쓸 수 있다.   그렇다고 무한정 면책 특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2년 뒤인 2024년 1월 1일부터 쓸 수 있는 미키 마우스의 경우, 오직 1928년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뿐이고 이후 2006년까지 6차례에 걸쳐 변형된 미키 마우스 디자인은 안 된다.     이런 이유로 레이놀즈는 새해 광고에서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포동포동하고 노란 컬러의 푸 대신에 흑백으로 그려진 캐릭터를 사용했고 농담처럼 본인의 특허법 해석이 틀리지 않길 바란다는 설명까지 달았다.   듀크대는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 탄생한 지 55~75년 된 저작물 중 상업적 가치가 있는 것은 2% 남짓이고 75년이 지나면 이보다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가 바뀌고, 마케팅 기법이 진화하는데 수십 년 된 저작물이 상업적으로 먹힐 가능성은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유능한 마케터들은 제대로 아이디어를 짜내 이들 고전에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나 ‘픽사베이’ 등도 저작권 공유를 목적으로 활동하면서 웹사이트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이미지를 공개하고 있다.   팬데믹이 길어지고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면서 경제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분야별로 방향과 속도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경기 민감성이 큰 마케팅은 그중에서도 가장 갈피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가 지난해 9월 전 세계 8200명의 마케팅 리더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0%는 팬데믹으로 마케팅 전략에 큰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다. 반면 66%는 향후 12~18개월 이내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77%는 마케팅이 1년 전보다 더욱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뜻으로 기회의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만 열리는 법이다. 풍성한 퍼블릭 도메인과 함께 시작한 2022년, 어쩌면 대박을 가져다줄 아이디어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퍼블릭 도메인 퍼블릭 도메인 올해 퍼블릭 캐릭터 곰돌이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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